코로나 시대에 대처하는 구찌의 전시 생존기.
4월 17일, 드디어 구찌의 서울 전시가 오픈했다.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No Space, Just a Place. Eterotopia)’라는 타이틀부터 흥미로운 이 전시는 단순한 패션 전시가 아니다. 대신 사회적 의미를 내포하며 우리 시대에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는 문화적 영역을 깊이 파고들었다.
특히 성별의 경계를 깬 이상향에 대한 다양한 시선은 새롭고도 파격적이다. 해외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것에서 나아가 한국 작가들과의 연계 작업으로 서울의 다채로운 문화 경관을 조망한 콘텐츠가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의 관전 포인트는 ‘타이밍’이 아닐까. 현 시대적 상황을 통해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이야기하는 헤테로토피아, 즉 ‘이상향’에 대한 각자의 시선을 일상에 투영해 볼 계기를 안겨주기에. 평범한 오늘의 일상을 빼앗긴 우리에게 필요한 이상향은 무엇일까. 나아가 어떠한 방식으로 내일을 새롭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담론도 이번 전시를 통해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점에 오픈한 전시이기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영영 보지 못할 전시를 위해 한 달을 미루고야 개관했다. 게다가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오프닝 이벤트는 취소한 채 온라인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관람이 가능한 형태로 규모를 축소했고, 전시장 입구에서 니트릴 장갑을 나눠주며 해외 방문 사항 등에 관한 방명록을 작성하게 했다. 4층에서 상영되는 작가 세실B. 에반스의 영상 설치물인 ‘마음이 원하는 것’을 보기 위해선 띄엄띄엄 떨어진 방석에 앉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한다. 마스크를 쓰고 입은 닫은 채, 눈과 마음을 열어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 패션 에디터
- 박연경
- 사진
- Courtesy of Guc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