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만나요

W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전시, 공연가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내밀하고 사적인 공간, 방구석에서 세계적 음악, 미술 거장을 만나는 방법을 소개한다.

고희동, 자화상, 1915, 캔버스에 유채, 61×46cm.

박생광, 전봉준, 1985, 종이에 채색, 360×510cm.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세계 피아노의 날을 맞은 328일,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는 흥미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얼어붙은 공연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비킹귀르 올라프손, 루돌프 부흐빈더, 예브게니 키신, 마리아 주앙 피르스 등 총 9명의 피아니스트가 출동해 각자의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20~30분 분량의 라이브 스트리밍 콘서트를 개최한 것. ‘집에 머무르세요’라는 의미의 해시태그 ‘#StayatHome’을 덧붙여 진행한 이 날의 ‘깜짝’ 공연에는 총 1900여 명이 동참해 열기를 더했다. ‘취소’와 ‘유보’로 점철된 공연·미술계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고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 줄 방안으로 모색된 새로운 풍경이 바로 온라인 콘서트, 전시회다. 오는 73일부터 18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세계적인 재즈 페스티벌인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은 오프라인 공연을 잠정 연기하는 대신 레이 찰스, 니나 시몬, 마빈 게이, 우탱 클랜 등 총 50명의 공연 실황을 30일간(회원 가입 후) 무료로 공개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근·현대미술 명작 12점을 10분 이내의 짧은 영상을 통해 관람할 수 있는 색다른 기획 전시 <미술관소장품강좌>를 개최했다. 지난 48일 한국화 화가 박생광의 역작 ‘전봉준’(1985)을 첫 공개한 데 이어, 올해 12월까지 매월 1~2회 국립현대미술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채용신의 ‘고종황제어진’(1920), 구본웅의 ‘친구의 초상’ (1935)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매일 오후 730분(현지 시각)부터 23시간 동안 지난 세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펼쳐진 오페라 공연 실황을 온라인으로 스트리밍하는 서비스 ‘Nightly Met Opera Streams’를 진행한다. 바그너의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 과 베르디의 <돈 카를로>, <맥베스> 등 다양한 레퍼토리가 공개될 예정이다. 기름진 야식과 맥주 한 캔이면, 방구석에서 세계적 거장을 마주할 준비는 비로소 끝난다. 코로나19가 전개시킨 신 풍경을 이제는 보다 슬기롭고 알차게 받아들일 때다.

피처 에디터
전여울
사진
COURTESY OF DAE LIM MUSEUM, SAINT LAURENT,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