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시절을 그리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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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거리는 미풍이 불어오고, 책을 펼쳐 읽다가 까무룩 잠드는 봄. 시절의 안부를 묻는 책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이 출간됐다.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섬과 달), 팀 오브라이언 지음, 이승학 옮김

전쟁 소설을 이야기할 때 언급되는 세 명의 이름. 어미스트 허밍웨이, 노먼 메일러, 그리고 톰 오브라이언. 팀 오브라이언은 1973년 베트남전쟁 보병의 일상을 담은 산문 <내가 전장에서 죽으면>으로 극찬 속에 데뷔해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베트남전쟁에 관여된 작품 쓰기에 매달린 소설가다. 이달 국내 새로이 출간된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은 작가 자신의 체험과 기억이 짙게 반영된 자전소설로, 작가와 같은 이름의 주인공이 화자로 나서 으레 전쟁소설에 기대하는 거창한 내러티브나 전투 묘사를 따르기보다는 그저 미군 보병의 일상적인 일화들을 이제는 작가가 된 자신의 사색을 더해 신중하고 사려 깊게 그린다. 매일같이 무거운 등짐을 메고 행군하는 일의 고생스러움, 징집을 피해 캐나다로 도망하려던 일, 진실한 전쟁 이야기를 들려 주는 법, 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와 매일 하릴없이 차를 타고 호수를 도는 남자 등 참전 이전의 두려움부터 참전 이후의 공허함까지 소설 속에 얼기설기 담아낸다.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밝히지 않은 채 삶과 죽음, 기억과 상상, 사실과 진실, 그리고 죽은 이들을 이야기 속에 되살려내 다시 만나는,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어루만지는 작가의 글쓰기에 관해 ‘월스트리트 저널’의 리뷰 그대로 “날 것 같은 고백”과도 같다.

피처 에디터
전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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