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적이고 기괴하게 입을수록 아름답다는 극찬을 받게 될 테다.
좀처럼 식을 줄 모르던 스트리트의 세찬 기운이 언제 맹렬했냐는 듯 흔적도 없이 시들해졌다. 덕분에 그간 억눌러왔던 창작에 대한 욕망이 폭포처럼 단숨에 쏟아진다. 디자이너들 속에 비밀스럽게 숨겨왔던 창조에 대한 욕구는 놀라울 정도로 기괴한 형상의 옷들을 세상에 내놓게끔 만들고, 이를 유행의 우위에 올렸다. 실제보다 지나치게 부풀려진 과장된 형태 위에 채도 높은 색들을 과감하게 배합했고, 옷 곳곳의 면밀한 세부 장식 또한 잊지 않았다.
특히 레이 카와쿠보나 준야 와타나베의 옷을 입고 경험하며 자랐을 젊고 명민한 일본 디자이너들의 기세가 두드러진다. 그 화두에는 토모 고이즈미가 있다. <러브> 매거진의 편집장이자 저명한 스타일리스트인 케이티 그랜드가 그에게 직접 DM을 보내 뉴욕 패션 위크에 초대한 건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 형형색색의 폴리에스테르 오간자를 겹겹이 쌓아 완성한 건축적인 형태의 옷에서 진부하고 고루한 것으로 취급 받던 쿠틔르가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세이란 츠노 또한 기괴한 옷의 유행에 일조하고 있는 일본 디자이너 중 하나다. 그녀는 오직 3D 펜을 활용하여 옷을 완성시키는데, 그 덕분에 탄생한 앞뒤 구분 없는 옷들이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키며 혼탁한 아름다움 속으로 사람들을 끌어 들인다.
덕분에 이리스 반 헤르펜이나 빅터 앤 롤프, 릭 오웬스와 같은 전위적인 디자이너들이 다시 전성기를 누리고 있고, 콘스탄스나 오토링거와 같은 신진 브랜드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처음 보았을 땐 그 기형적이고 기괴한 모습에 놀라 흠칫 뒷걸음질 칠지도 모르겠지만, 보면 볼 수록 그 황홀함 속에 깊게 빠져들 테다. 이런 사치스럽고 과장된 것이야말로 패션을 윤택하게 만든다는 것임을 다시금 되새기며 말이다.
- 프리랜스 에디터
- 김선영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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