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쥐의 해를 기념한 흥미로운 워치의 면면.
흰 쥐띠 해, 경자년(庚子年)을 맞이한 워치 브랜드의 행보가 흥미롭다. 대표적으로 파네라이와 브레게가 선보인 쥐 형상 워치는 정교함을 넘어 예술적 가치를 지녔다. 나아가 그 표현법에 있어선 해학과 위트가 넘친다.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들의 정밀한 미학과 예술적 경지를 위한 도전을 목도할 수 있는 새로운 워치를 보면 아마 당신도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우선 파네라이는 쥐의 해를 기념해 케이스 뒷면에 고대의 스파르셀로 기법으로 장식한 88피스 리미티드 에디션의 ‘루미노르 씨랜드-44mm’ 워치를 선보였다. 절개 시 사용되는 작은 메스의 이름을 따 명명된 이 기법은 홈 안에 금실을 끼워 넣고 그 안이 단단하게 채워질 때까지 두드려 장식하는데, 하나의 시계를 작업하는 데만 50시간 이상이 소요될 정도로 정교한 수공예 기법이다. 그 결과, 파네라이의 스페셜 에디션 루미노르 씨랜드는 동양의 십이지신 풍속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과 이탈리아의 장인 정신이 결합된 특별한 뉘앙스를 풍긴다. 특히 2009년 소의 해를 시작으로 브랜드 전통으로 자리 잡은 십이지 타임피스는 12년 주기를 돌아 쥐를 모티프로 한 12번째 워치로서 방점을 찍는다.
브레게는 남녀 시그너처 워치를 통해 경자년을 기념한 에디션을 선보였다. 남성용 ‘클래식 7145’ 경자년 리미티드 에디션 워치는 인그레이빙, 그랑푀 에나멜 링, 기요셰, 주얼 세팅 등 브레게가 자랑하는 특별한 공예 기법을 두루 활용했다. 하나의 시계에 여러 공예 기법이 동시에 적용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로, 고도로 숙련된 기술이 요구되는 법. 이러한 이유로 브레게 워크숍에서 극도로 섬세하고 정교한 기술력으로 완성된 모델은 각각 고유한 특성을 지닌 8개 한정판으로 제작되었다.
또 카메오를 특별하게 장식한 브레게의 새로운 여성용 워치인 ‘레인 드 네이플 8955 까메아’ 워치 역시 단 8점만 선보인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고대부터 전해 내려온 카메오 예술은 소라껍데기를 손으로 양각한 조각 기술로 세밀한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공예로 유명하다. 그 결과 인그레이빙된 다이얼을 배경으로 흰 쥐가 의기양양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다이얼은 구릿빛 갈색에서 흑갈색까지 조개껍데기의 미묘한 색감을 그대로 담아냈다. 생쥐가 금성에 앉아 발 사이로 꼬리를 붙잡고 있는 다이얼은 마치 그리스 로마 시대의 부조 작품을 보는 듯 하다.
- 패션 에디터
- 박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