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물리적으로 보존할 수 없는 문화재 전반을 ‘무형문화재’라는 이름으로 지정해 보존한다. 우리는 경자년을 맞아 아티스틱한 감각과 생을 바쳐 절차탁마한 기술이 혼합되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국가무형문화재 장인들의 아트피스를 마주했다. 빠르고 가볍게 변해가는 시속(時俗)에서 더없이 느리고 묵직하기 그지없는 장인의 삶을 비웃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작업은 역사책 속에만 가둬놓아서는 안 될 가치 있는 것임을, 세상으로 꺼내어,새롭게 조명해야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국가무형문화재 제4호 갓일
세죽사와 말총으로 갓을 만드는 기술.
입사장 (入絲匠) 정춘모
갓을 만드는 일은 나무를 삶고 결대로 쪼개 머리칼같이 가느다란 대나무실을 만들어 갓의 태인 양태( 太)를 엮는 양태 작업, 말총으로 모자 집인 대우를 짜는 총모자(總帽子) 작업, 양태와 총모자를 모아 인두질, 먹칠, 옻칠을 반복하며 갓을 완성하는 입자(笠子) 작업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양태 24개 과정, 총모자 17개 과정, 입자 10개 과정 등 모두 51개에 달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갓 하나가 비로소 완성되는 것. 정춘모 장인은 이 세 가지 갓일을 다 할 수 있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장인이다. 60년 가까이 갓일을 하고 있으며, 양태 작가 부인 도국희, 입자 전수조교인 아들 등 가족이 함께 갓일의 전통을 잇고 있다. 명품 통영갓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널리 해외에까지 알리고자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1982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박물관(1983년), 로마 바티칸 박물관(1984년) 등에 자신의 갓을 기증하기도 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3호 채상장(彩箱匠)
채상은 얇게 가른 대오리를 황색, 청색, 홍색 등으로 물들인 다음 아름다운 무늬가 배치되도록 씨와 날의 색깔을 배합하여 그물 짜듯 촘촘히 엮어 만든 상자를 가리킨다.
채상장 (彩箱匠) 서신정
서신정 선생은 1960년생으로 서한규 채상장 명예보유자의 제자이자 딸이다. 선생은 다양한 작품 제작과 전승 활동을 통하여 채상 기능의 전통 도구 사용 방식에 능숙하고 작품의 완성도가 높으며, 전승 기량과 능력이 탁월하여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선정되었다. 20여 년 전부터 채상의 현대화를 위한 연구와 작품 활동에 힘을 쏟아왔다. 2015년에는 프랑스 문화유산박람회 초청을 받아 시연했으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공예가다.
국가무형문화재 제47호 궁시장(弓矢匠)
활과 활촉을 만드는 기술 및 그 일에 종사하는 장인.
궁시장 (弓矢匠) 박호준
박호준 선생은 1944년생으로 15세부터 부친인 고 박상준 선생에게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박호준 선생의 할아버지인 박희원 선생은 조선 고종 때 무과에 합격한 무인이었다. 당시 군기감 소속 궁시장이 만든 활을 탐탁해하지 않던 조부는 직접 화살을 만들어 사용했다. 조부는 약 30년간 화살을 제작하였고, 아들 박상준 선생이 이 가업을 이어받아 약 70년간 화살을 만들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60호 장도장(粧刀匠)
칼집이 있는 작은 칼의 제작을 담당하던 장인.
장도장 (粧刀匠) 박종군
전통 사회에서 장도는 성인 남녀 누구나 몸에 지닌 필수품이었다. 은장도가 여성의 정절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바깥출입을 하거나 소소한 집안일을 하는 데 장도는 쓸모가 많은 연장이자 장식품이었다. 광양에 소재한 장도박물관은 박종군 선생의 아버지인 고 박용기 선생이 2005년에 설립한 곳으로, 1층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칼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장도가 전시되어 있다. 2011년 박종군 선생은 장도장 기능보유자로 인정되어 대를 이어 장도 제작 일을 해오고 있으며, 현재 광양 장도박물관 관장 및 국가무형문화재기능협회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77호 유기장(柳器匠)
놋쇠를 다루어 각종 기물을 만드는 기술 및 그 일에 종사하는 장인.
유기장 (鍮器匠) 이형근
유기는 휘거나 잘 깨지지 않으며, 무독무해하고 멸균 작용이 뛰어나 왕의 수라상에만 놓일 만큼 귀한 그릇이었다. 유기에는 주물유기와 방짜유기가 있다. 방짜유기는 쇳덩어리를 달궈 여러 명이 망치로 두드려 필요한 형태를 제작하여 만들어지는데, ‘방짜’라는 말은 일정량의 구리와 석이 합금된 물질 상태의 이름으로 78%의 순수 구리와 22%의 순수 석(상납)을 정확히 합금하여 용해한 후 만드는 기법이다. 이형근 선생은 아버지 이봉주 선생의 뒤를 이어 2대째 평안북도 납청유기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부친 이봉주 선생으로부터 30여 년 동안 방짜유기 제작법을 전수, 전 공정에 걸쳐 숙련된 기량을 보유해 2014년 국가무형문화재 유기장 기능보유자로 선정되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20호 석장(石匠)
석조물을 제작하는 장인으로, 주로 사찰이나 궁궐 등에 남아 있는 불상, 석탑, 석교 등이 이들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석장 (石匠) 이재순
이재순 장인은 1955년 전라남도 담양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좋아 만들기를 좋아하던 선생은 14세 때 석공일을 하고 있던 외삼촌과 형의 일을 도와주면서 처음 돌과 인연을 맺었다. 1977년 22세라는 젊은 나이에 국제기능올림픽 석공 부문에서 금메달을 수상하였고, 이후 각종 공모전 등에서 수상하며 명성을 날렸다. 그는 석조의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 기능을 지니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불상이나 불탑 분야에서는 독보적이다. 수많은 문화재 보수 재현 작업도 수행했는데, 월정사석조보살좌상, 거돈사원공국사승묘탑, 북관대첩비, 화재로 불탄 숭례문 복원 공사에도 참여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22호 매듭장(매듭匠)
매듭장이란 끈목을 사용하여 여러 종류의 매듭을 짓고, 술을 만드는 기술, 기술을 가진 사람을 가리킨다.
매듭장 (매듭匠) 김혜순
끈목은 여러 가닥의 실을 합해서 3가닥 이상의 끈을 짜는 것을 말하는데, 그 종류에는 둘레가 둥근 끈으로 노리개나 주머니끈에 주로 쓰이는 동다회와 넓고 납작한 끈으로 허리띠에 자주 쓰이는 광다회가 있다. 매듭은 끈의 색감, 굵기, 맺는 방법에 따라 형태가 다양하며, 생쪽, 나비, 잠자리, 국화 등 우리가 쉽게 보고 사용하는 온갖 물건, 꽃, 곤충에서 따온다. 매듭장 김혜순 장인은 김희진 매듭장 명예보유자로부터 기술을 전수받고 각종 강좌와 전시, 유물 복원 등을 통해 전통 매듭의 보급과 전승에 힘쓰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12호 주철장(鑄鐵匠)
쇠를 녹여서 각종 기물을 만드는 장인.
주철장 (鑄鐵匠) 원광식
국가무형문화재 제112호 주철장 기능보유자인 원광식 선생은 1942년 경기도 화성시에서 태어났다. 18세에 8촌형인 원국진 선생이 운영하던 주물공장에서 일하면서 범종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수덕사, 법주사, 화엄사, 쌍계사, 범어사, 해인사, 통도사, 보은사, 용주사, 월성사, 백양사, 금산사 등 우리나라의 유명 사찰의 큰 범종은 거의 원광식 선생이 제작했다. 해마다 제야의 종 타종식이 거행되는 보신각 종과 몇 년 전 불타 녹아버려 다시 제작한 낙산사 동종도 선생의 작품이다.
- 패션 에디터
- 김신
- 포토그래퍼
- 김신애
- 모델
- 천예슬, 선혜영, 박서희, 김다영
- 헤어
- 이혜진, 김승원
- 메이크업
- 오가영, 이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