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엔자 스쿨러의 두 디자이너 라자로 에르난데스 & 잭 매컬로 (Lazaro Hernandez & Jack McCollough)에게는 그 의미가 남다른 아이코닉 백 ‘PS1’이 1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미국 출신의 예술가이자 영화감독인 하모니 코린(Harmony Korine)이 힘을 보탰고, 아카이브 작품을 반영한 세 가지 스타일의 PS1 리미티드 에디션이 탄생했다. 더블유 코리아와 잭&라자로는 이 상징적인 가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반갑다. 하모니 코린과의 협업을 소개하기 앞서, 프로엔자 스쿨러의 아이코닉 백인 PS1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다. 첫 번째 핸드백 컬렉션이지만 공개와 함께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로부터 올해의 액세서리 디자이너 상을 받았다. ‘PS1’은 두 디자이너에게 어떤 의미인가?
Jack and Lazaro 우리는 첫 번째 백으로는 아무것도 없는 학생 가방 같은, 로고도 없고 이름도 드러나지 않는 ‘안티 잇백’을 만들고 싶었다. 주요 아이디어는 시즌에 구애받지 않고 오래 들 가방을 만드는 것이었다. 운이 좋게도, PS1 백이 그렇게 되었다.
‘PS1’ 탄생 후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소재나 컬러 등 다양한 변주와 협업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업은 무엇인가? 처음으로 만든 PS1 백이다. 가장 첫 번째 백이 실현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여러모로 특별했고, 그 이후에 탄생한 모든 스타일의 기반이 되었다.
레디투웨어를 디자인할 때와 신발이나 가방 등 액세서리 라인을 디자인할 때 다른 점은 무엇인가? 액세서리는 최대한 기능에 집중한다. 현실 속 ‘프로엔자 스쿨러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액세서리에 초점을 맞춘다. 레디투웨어(RTW)에 비해 시즌에 한계가 없어 조금 더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디자인을 한다. 런웨이에는 절대 등장하지 않는 이유다.
이번 협업은 하모니 코린과의 세 번째 만남이다. 파트너로서의 그는 어떤지 궁금하다. 하모니와의 파트너십은 신뢰와 우애가 넘친다. 친구로서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기 때문에 협업 작업은 아이디어의 교환에 가깝다. 하모니는 우리에게 사진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우리는 답장을 보내는 과정이 최종본에 다다를 때까지 쭉 이어진다.
그 과정은 어땠나? 우리는 PS1의 역사, 그리고 PS1이 우리에게 개인적으로 또 브랜드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와 새로운 종류의 표현 수단을 탐색할 수 있어서 즐거웠는데, 과거 협업이 그의 영상 작품에 집중되었다면 이번 협업은 그의 그림에 포커스를 맞췄다. 코린은 우리에게 그의 그림을 부지런히 보내왔고, 우리는 코린의 작품과 PS1의 정신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적합한 버전을 고르기 위해 고심했다.
하모니의 세 작품을 가방에 프린트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그 작품들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이 그림들의 텍스처는 가죽의 잔주름을 떠올리게 했다. 우리는 이 텍스처를 실제 가죽에 프린트하고 어떻게 될지 보면 흥미롭고 멋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당신들은 유서 깊은 하우스 브랜드의 수장은 아니지만, 어느덧 데뷔 17년이 되었고, 그만큼 헤리티지도 쌓였다. 디자인 작업을 위해 아카이브를 되짚어보지 않던 초창기와 달라진 점이 있나? 데뷔에 비해서는 확실하게 성장했고, 우리가 사물을 보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아카이브를 통해 ‘프로엔자 스쿨러 여성’이 형성됐고, 우리의 디자인이 어떻게 그녀에게 맞는지가 컬렉션을 이끌어가는 중심 주제가 된다. 이 과정은 사뭇 추상적인데, 대부분 감정으로 시작해 그 감정의 가지가 무성해지는 식으로 발전된다.
요즘 패션계는 지속 가능성이 화두다.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우리의 디자인과 비즈니스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할 책임감이 있다. 어떤 선택을 할 때 우리의 영향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우리처럼 큰 플랫폼을 가진 경우 이런 것(지속 가능성)에 좋은 영향력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에 ‘브릿지 이니셔티브’라는 기관과 공동 이벤트를 개최했다. 이 기관은 문화와 창의성을 기후 변화와 연결해 의식을 변화시키고 지구를 우선순위로 두는 노력을 하는 곳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이러한 움직임이 지속 가능성에 대한 대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프로엔자 스쿨러 쇼는 잠시 파리로 본거지를 옮기기도 했지만, 뉴욕을 대표하는 브랜드다. 이에 어떤 사명감이 있는가? 뉴욕은 우리의 모든 것이 시작된 특별한 곳이다. 파리 쿠튀르 쇼에 서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완전히 새로운 대중에게 우리의 작품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우리의 고향이 그리워 뉴욕으로 귀환했다. 우리의 컬렉션은 이미 이 도시의 속도와 함께 움직이고, 이제는 뉴욕에 속해졌다고 느끼기에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의 계획과 다가올 새해의 목표도 궁금하다. 우리는 2주 동안 휴대폰을 끄고 친구들과 따뜻한 곳으로 도망칠 계획을 하고 있다. 이 치열했던 한 해의 끝에서 오롯이 우리만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건강한 영혼을 위해서.
- 패션 에디터
-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