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로에 피어나는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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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물이 모이고 가능성이 피어나는 공간. 먹고 마시며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는 곳, 꽃술(kkotssul)이 문을 열었다.

가구 매장의 풍경처럼 보이지만 모두 만지고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철제 작업을 하는 원투차차차가 제작한 선반, 모던하면서 위트 있는 티엘 스튜디오의 조명이 눈에 띈다.

철제 작업을 하는 원투차차차가 제작한 선반, 모던하면서 위트 있는 티엘 스튜디오의 조명이 눈에 띈다.

원효로 7733. 6호선 효창공원앞역과 가까운 골목에 수상한 2층 건물이 문을 열었다. 낡고 오래된 붉은 벽돌집에서 ‘꽃술(kkotssul)’이라는 이름을 달고 새로 태어난 이 공간을 운영자는 ‘디자인 바’라고 소개한다. 내부를 채운 모든 사물이 한국 디자이너가 만든 제품이다. 우리 술과 먹거리가 있다. 그러니 디자인 바만큼 명쾌한 설명도 없다. “잡지사에서 오래 일하며 지면을 대하다 보니 공간감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웠어요. 상상한 공간이 실제로 펼쳐졌을 때, 그 안에서 뭘 하며 어떻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싶었죠. 실체가 필요했어요.” 친구와 함께 이곳을 운영하는 이미혜는 피처 에디터 시절부터 하고 싶은 것과 궁금한 것을 사부작거리며 몸으로 체득하길 즐겼다. 예쁜 디자인을 조심히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 디자인의 진가를 알 수 있을까? 미술과 디자인 분야의 일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경험의 힘을 더욱 느낀 그녀는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떠올렸다. 더 많은 이들에게 소문내고 싶은 디자이너와 제품을 소개하고, 모여든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머물면서 자연스레 체험하는 곳. 그리고 그 공간을 채운 유무형의 모든 것을 파는 곳.

꽃술을 뜻하는 한자(蘂)는 음도 뜻도 두 가지다. ‘꽃술 예, 모일 전’. 많은 사람과 사물이 모이고 가능성이 피어나는 공간을 그리며 지은 이름이다.

아담한 건물 옥상에 다양한 풀로 구성된 뜻밖의 정원이 자리한다. 규모가 크지는 않아도 나름 탁 트인 옥상에서 때때로 흥미로운 이벤트가 일어날 예정.

한국의 사계를 담은 세시주, 호랑이배꼽 막걸리, 명인 안동소주 등등 쉽게 보기 힘든 우리 술들.

평면이지만 조형미가 있는 붓글씨를 입체화한 곽철안의 의자, 모던한 티엘 스튜디오의 테이블과 조명, 섬유공예가 엄윤나가 색실로 쌓은 탑, 알루미늄과 아크릴로 만든 서정화의 스툴 등등은 꽃술이 사들인 소장품이자 바를 구성하는 기물이면서 판매도 하는 제품이다. 선반, 트레이, 파티션과 테이블, 2층으로 올라가는 우윳빛 계단의 상판, 옥상을 장식한 미니 정원, 심지어 사무실 문에 달린 독특한 손잡이 하나까지, 저마다 다른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제작한 것들은 누군가 원하면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대상이다. 메뉴판에는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한국 술과 차 종류가 빼곡하다. 창포가 많은 오월에는 창포를 빚고, 국화 꽃놀이를 하면서 국화주를 마시는 우리 술의 재미난 이야기가 아까워서 명인과 스토리를 소개하는 일러스트 북도 만들었다. 지금 이미혜와 꽃술을 둘러싼 친구들은 알리고 싶은 디자이너와 작가들의 카탈로그를 준비 중이다. 작가의 가치란 기록과 아카이빙을 통해 높아지고 보존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꽃술이라는 공간을 파고들수록,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피처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김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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