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지난 시즌에 비해 비교적 잠잠했던, 그래서 더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던 4대 도시 패션위크. 뉴욕, 런던, 밀란, 파리로 떠난 더블유 에디터들이 직접 보고 겪은 4개 도시의 기록.
댄스 투나잇
지난 시즌 파리에서 쇼를 진행한 타미의 복귀. 늦은 밤 할렘의 소극장에서 선보인 젠다야와의 두 번째 컬렉션에서는 다양한 체형과 인종의 모델, 춤을 추는 듯한 워킹과 퍼포먼스로 엉덩이를 들썩이게 했다. 이날의 흥겨운 분위기를 집약한 피날레는 모델 군단과 디자이너의 떼춤!
과일 드시러 오세요
소호 만수르 가브리엘 매장이 과일 가게로 바뀌었다. 바나나, 수박, 오렌지 등을 비롯해 용과, 레몬, 파인애플, 복숭아 등등. 열대과일이 총집합한 이곳에 과일을 닮은 알록달록한 색상의 아이템과 레디투웨어가 진열됐다. 과일을 잘라 서빙한 주스는 모두 카메라를 켤 만큼 인기 만점.
뉴 웨이브
마크 제이콥스와 케이티 그랜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신예 토모 코이즈미의 두 번째 쇼는 다시 한번 매디슨가에 위치한 마크 제이콥스 매장에서 열렸다. 솜사탕 같은 러플 드레스를 입은 트랜스젠더 모델 아리엘 니컬슨은 무브먼트 디렉터 팻 보구슬로스키 감독하에 전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전 세계 패션계가 주목한 그의 진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할시의 시간
30주년을 맞은 DKNY가 준비한 것은 지금 미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팝 아이콘 할시와 일렉트로닉 듀오 더 마르티네즈 보이즈의 공연. 뉴욕 야경을 배경으로 페리를 타고 건너간 브루클린에서 가장 미국적인 브랜드의 정수를 만날 수 있었다.
행복의 나라로
다양한 디자인의 의자를 좌석으로 마련한 마크 제이콥스. 어떤 모양에 앉을지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많은 의자 중에 가장 작고 높은 스툴이 더블유의 자리였다. 게다가 포토팀 자리와 정면으로 앉아 모델들과 원치 않는 기념사진(?)을 찍어 온갖 채널에 나오는 굴욕을 안기기도! 로맨틱한 음악, 춤추는 워킹, 과장된 옷에 이어 마크 제이콥스의 흥겨운 피날레까지. 희망과 행복을 기원하는 듯한 뉴욕 패션위크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뉴욕의 가을
줄리아드 음대 앞 허스트 광장에서 열린 롱샴의 쇼를 더욱 빛내준 건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뉴욕의 가을 날씨! 푸른 하늘과 새로운 시즌의 시폰 드레스가 어우러져 가을의 정취를 한껏 만끽한 쇼였다.
랄프스 클럽의 밤
1930년대 뉴욕의 나이트 라이프를 재현한 랄프스(Ralph’s) 클럽에서 열린 랄프 로렌의 컬렉션. 디너 쇼를 연상케 하는 테이블 세팅과 라이브 연주는 그 시대의 화려한 사교계 문화를 엿보는 듯 했다. 컬렉션 후 펼쳐진 자넬 모네의 화끈한 퍼포먼스는 파티의 정점을 찍으며 잊지 못할 밤을 선사했다.
펜티1:0빅시
소수 매체만 초청한 리한나의 란제리 컬렉션 ‘새비지x펜티(Savage x Fenty)’ 쇼가 열린 바클레이스 센터에 앉을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다국적 럭셔리 기업 LVMH의 지원 아래 베일을 벗은 쇼는 코첼라에서도 보기 힘든 초호화 뮤지션 라인(할시, DJ 칼리드, 미고스, 빅션, 에이셉 퍼그), 현존하는 톱모델(하디드 자매, 카라 델러빈, 조앤 스몰스 등), 다인종 모델들이 한데 모여 벌인 원테이크 쇼였다. 특히 마네킹에 가까운 백인 모델이 주류를 이룬 빅토리아 시크릿과 달리 다양한 체형의 모델과 문화를 포용한 점이 대비를 이루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안식처
패션위크 기간에 사진가 로 에스리지의 <Sanctuary2> 전시가 앤드루 크렙스 갤러리에서 열렸다. 늘 봐온 일상의 물건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거나 어딘가 삐끗하게 인물을 담는 방식은 독특한 신선함을 선사했다. 쇼와 쇼 사이 찾아간 갤러리 밖은 한창 공사 중이었고, 포클레인의 우렁찬 소리 속에서 사진을 관람했다.
- 패션 에디터
- 이예진, 이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