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질과 이케아가 합작한 ‘Markerad/마르케라드’ 컬렉션은 ‘다양성’, 이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언젠가 버질 아블로가 “예술이 더는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왔다”고 선언하듯 말했을 때, 냉수 한 잔을 들이켠 듯한 개운함을 느꼈다. 크리에이터를 논할 때 ‘전방위’라는 단어가 지나치게 남발되는 세상이지만, 버질에게만큼은 그보다 적합한 수사도 없는 듯하다. 미적 영역의 경계를 도장 깨듯이 허무는 그가 이케아와 손을 잡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냉수를 연달아 두 잔 마신 것 같은 통쾌함도 있었다. 이케아야말로 경계 없이 모두를 아우르며 다양성을 추구하는 기업이고 ‘많은 사람을 위한 더 좋은 생활을 만든다’는 민주적 디자인 철학이 이케아를 관통하는 핵심 테마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버질과 이케아의 만남은 ‘서로 다른 다양성’의 만남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들이 ‘Markerad/마르케라드’라고 명명한 컬렉션은 기성세대의 룰을 따르지 않고 다양한 문화와 가치를 하나로 용해해버리는 밀레니얼 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삼는다. 러그 전면에 영수증 패턴을 과감하게 프린트하고, 장바구니에 조각을 뜻하는 ‘Sculpture’ 문구를 새긴 후 장바구니라고 하여 예술 작품으로 불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도전적인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탐나는 피스는 너도밤나무 소재로 제작한 의자다. 단순한 형태지만 다리 프레임 끝에 ‘한 방’이 숨어 있다. 한 방이란 무엇인지는 버질의 설명으로 대체하겠다. “너무 익숙해서 의식조차 하지 않는 일상 속 물건이 지니는 익명성을 위로 끌어올리는 피스다. 다리 하나에만 문 버팀쇠를 달면서 평범한 의자에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을 만든 셈이지.” 국내 출시는 11월 1일부터.
- 피처 에디터
- 전여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