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o Much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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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는 최대한 부풀리고 마스카라는 한껏 볼드하게 연출할 것. 올가을엔 뭐든 모자라는 것보다 넘치는 게 낫다.

피시 넷 터틀넥은 Fendi 제품.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좋다

과유불급을 강조한 공자님 말씀은 이번 시즌 뷰티 노트에서만큼은 잊어도 좋다. 뭐든 더, 더, 더해도 좋기 때문이다.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잠 자리에서 막 일어난 듯’… 한동안 뷰티 트렌드를 지배한 이런 수사는 한물간 지 오래. 리얼웨이에서는 유효할지 몰라도, 2019년 가을 지금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한껏 과장되고 충돌하고 뒤섞인 드라마틱한 것들이다.

이번 시즌 런웨이를 장악한 헤어 트렌드를 보면, 마치 시대별 헤어 변천사가 한꺼번에 펼쳐진 듯한 느낌이 들 정도. 존 에버렛 밀레이,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번 존스 등이 주도했던 19세기 라파엘 전파의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날아갈 듯 가볍고 풍성한 웨이브 헤어부터 살펴보자. 이 아름답고 나른한 여자들의 솜사탕처럼 부풀리고 한없이 길게 늘어뜨린 웨이브는 1970년대 디스코 무드와 믹스되면서 훨씬 파워풀해졌다. “70년대 스타일의 펌이 돌아왔어요. 좀 더 젠틀하고 안전하게요.” 헤어 스타일리스트 루크 허시슨은 그것이 줄리아 로버츠보다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펌에 더 가깝다고 설명한다. 컬 자체보다는 가벼운 부피감과 커다란 볼륨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 이런 컬을 만들기 위해 우리의 엄마들이 ‘빠마’를 할 때 사용하던 얇고 긴 로트도 돌아왔다. 파워 숄더와 오버사이즈 슈트 핏이 런웨이를 장악한 것처럼 볼륨이 헤어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 것. 헤어 스타일리스트 샘 맥나이트는 아시시 쇼에서 정수리부터 펌핑한 듯 한껏 부풀린 헤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머리에 충전재를 잔뜩 넣었는데도 모델마다 최소 2~3개의 가발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수없이 백코밍을 해야 했죠. 베르슈카(70년대 전설의 톱모델)의 풍성한 터치를 가미하고 싶었거든요.”

J.W. ANDERSON

MICHAEL KORS

VIVETTA

DAVID KOMA

하이브리드 시대의 뷰티

물론 이번 시즌 이렇게 빅 헤어만 트렌드인 것은 아니다. 프라다 쇼에서 헤어 아티스트 귀도 팔라우는 10명의 모델은 블랙 헤어로 염색하고, 또 다른 10명의 모델은 플래티넘 금발로 염색을 감행했다. 그런 다음 어떤 컬러든 깔끔하게 반을 갈라 양 갈래로 촘촘하게 딴 헤어를 선보였다. 브레이드 디테일은 프라다뿐 아니라 에르메스, 토리 버치, 톰 브라운, 조르지오 아르마니, 파코 라반 등 많은 쇼에서 선보였는데, 때론 아주 단정하고 미래적으로, 때론 스포티하면서 로맨틱하게, 때론 무척 펑키하게 변주되었다. 특히 드레시한 의상에 스포티한 콘로우 브레이드를 연출하는 등 상반된 매칭은 룩을 어려 보이게 하는 데 일조했다.

브레이드만큼이나 고전적 헤어스타일인 핀컬 헤어 역시 그 활용만큼은 ‘클래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버버리, 펜디, J.W.앤더슨, 리처드 퀸 등의 쇼에서 앞머리에 핀컬이 강조되어 나타났는데, J.W.앤더슨 쇼에서 헤어를 맡은 앤서니 터너가 영감 받은 것은 장난감 블록인 ‘레고’ 머리였다고. 그는 20년대 황금시대의 핀컬 스타일을 활용하긴 했지만 조형적인 소용돌이 모양을 단순화해서 강렬한 형태감을 전달했다. “꼬리빗과 젤을 활용해 형태를 조각하다시피 했죠. 젤을 잔뜩 묻혀 헤어를 머리에 납작하게 붙인 뒤 가리비 모양을 만들었어요.” 헤어 스타일리스트 톰 마르시로는 이 하이브리드 스타일이 어디까지 갔는지 알려준다. “1920년대 재즈 시대 스타일의 현대적 버전이죠. 근데 이건 마치 로큰롤 같지 않나요? ”

Aveda 컨트롤 포스 헤어 스프레이 플랙시드 씨앗 등 식물 섬유에 있는 홀딩력을 선사한다. 습기 침투를 방지해 고정력이 오래 유지되고 뭉침이 없어 빗질도 가능하다. 300ml, 3만9천원.

Amos 스타일 익스프레션 몰딩 젤 강한 홀딩력으로 촉촉하면서 윤기 있는 스타일을 연출해주는 헤어 젤. 300ml, 가격 미정.

Dyson 에어랩™ 스타일러 컴플리트 컬을 스스로 감아 ‘곰손’도 셀프 웨이브를 손쉽게 연출할 수 있다. 머릿결 손상 없이 탱글탱글 자유자재의 컬을 만들어주는 스타일러. 59만9천원.

플라워 패턴 드레스와 재킷은 Givenchy, 귀걸이는 Bvlgari 제품.

가는 아이론으로 머리를 곱슬곱슬하게 만 뒤, 쿠션 브러시로 빗어 풍성하게 볼륨을 살렸다. 피부는 투명하게 마무리하고, 눈매는 볼드한 디자인의 블랙 인조 속눈썹을 위아래에 붙여 강조했다.

레이스 드레스와 셔츠는 Prada, 이어커프는 Fred 제품.

파트를 자유롭게 나눠 촘촘하게 땋았다. 숱을 달리해 브레이드의 굵기를 다르게 섞는 것이 포인트. 눈매와 볼은 크리미한 블러셔로 상기된 듯 물들이고, 입술은 라벤더 컬러 립스틱을 페일하게 발라 완성했다.

플리츠 드레스와 빅 이어링은 Gucci 제품.

<심슨 가족>을 연상시키는 하이 헤어. 펌핑한 듯 정수리 부분의 볼륨을 과장되게 살렸다. 눈매에는 금박 페이퍼를 조각조각 붙여 반짝이는 글램 룩을 완성했다.

뷰티 에디터
이현정
포토그래퍼
장덕화
스타일리스트
박정아
모델
서유진, 천예슬
헤어
한지선
메이크업
류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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