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울수록 좋아

W

알코올 도수 50~60%에 육박하는 캐스크 스트렝스 위스키로 손길이 향하는 이유.

1. Ballantine’s 30년 캐스크 에디션 목을 타고 부드럽게 넘어간 뒤 잘 익은 배에서 날 법한 풍미와 꽃향기가 긴 여운을 남긴다. 한국 면세점에서 단독으로 판매하며 금속과 가죽으로 장식한 나무 케이스에 담아 소장 가치를 더했다. 45만원대.

2. The Glenlivet 나두라 퍼스트 필 셀렉션 냉각 여과(ChillFiltered) 공정을 거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술맛을 느낄 수 있다. 가격 미정.

3. Glenfarclas 105 by 더몰트샵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해 코를 찌르는 듯한 매콤한 풍미가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 60%를 자랑하는데 강렬한 ‘한 방’을 원한다면 물을 섞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즐길 것. 18만원.

4. Aberlour 아부나흐 오렌지, 프랄린 향이 진하게 스친다. 냉각 여과 공정을 거치지 않았으며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했다. 21만원.

5. Bruichladdich 포트 샬롯 MRC by 더몰트샵 위스키와 와인 모두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더욱 반길 제품. 보르도 지역의 샤토 무통 로칠드 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에서 숙성해 복합적인 풍미가 피어오른다. 296천원.

어렴풋이 5년 전 싱글 몰트위스키가 서울의 바 신을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현재, 위스키 트렌드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옥수수의 은근한 단맛이 감도는 버번위스키가 한때 반짝하고 유행을 타다가 최근 들어서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톡톡 튀는 패키지를 입은 위스키가 우르르 쏟아졌다. 10만원을 훌쩍 웃도는 기존 위스키와 달리 3만원대로 판매가를 책정하고 갖가지 믹서 드링크와 ‘섞어 마시라’는 광고 문구가 꽤 그럴싸하다. 하지만 보리를 일일이 수확해 당화시키는 과정, 원액이 오크통에서 수십 년을 인고하며 숙성되는 시간,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증류소 색깔에 맞게 블렌딩되는 단계를 생각하면 여전히 위스키를 대하는 태도는 점잖아야 함이 마땅한 것 같다. 최근 들어 ‘보다 위스키다운 위스키’에 손길이 오래 머문 이유이기도 하다. 위스키 원액에 물을 넣어 희석하지 않고 오크통에서 꺼낸 원액 그대로를 병입하는 ‘캐스크 스트렝스(Cask Strength) 위스키’도 그중 하나다. 알코올 도수가 50~60%에 달해 한 잔만으로 대번에 취기가 올라오지만 위스키 본연의 가장 순수하고 풍부한 풍미를 지녀 ‘술꾼’이라면 순식간에 매혹되고 말 터이다. 한 가지 흠이라면 높은 가격. 오크통 하나에서 생산되는 양이 제한적이라 언제나 ‘한정판’을 달고 출시되고, 알코올 도수에 따라 주세가 매겨지기 때문에 가격이 수시로 널을 뛴다. 하지만 분명 마셔볼 가치가 있다. 위스키에는 위스키에 응당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동의하는 이라면 더더욱.

피처 에디터
전여울
포토그래퍼
박종원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