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로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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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S/S 시즌 다시 찾아온 타이다이 2.0 시대.

한물간 줄 알았던 히피와 반문화의 상징 타이다이(TieDye)가 할리우드 스타와 럭셔리 하우스 디자이너들을 매료시킨 사연. 고급 직물과 세련된 디자인을 만나 그 위치가 급부상하기까지, 2019 S/S 시즌 다시 찾아온 타이다이 2.0 시대를 주목한다.

깃털 장식 슬리브리스 톱은 1백만원대, 분홍색 톱은 40만원대. 모두 MSGM 제품. 빨간색 팬츠,부츠는 발렌시아가 제품. 모두 가격 미정.

아주 최근까지, 나이 든 히피와 미술 교사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타이다이 기법에 아무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타이다이 원피스를 입은 비욘세가 목격되고, 드리 헤밍웨이가 레드카펫 행사를 위한 프린트로 선택했으며, 저스틴 비버가 타이다이 후디를 입고 교회에 나타나자 상황은 급변했다. 서핑 문화에 기반을 둔 LA 컬트 브랜드 ‘엘더 스테이츠먼(Elder Stateman)’ 컬렉션에는 활기찬 컬러의 타이다이가 주를 이뤘고, 프라다, 프로엔자 스쿨러, 스텔라 매카트니, R13 등의 런웨이에도 타이다이가 무수히 등장해 올 시즌 가장 강력한 트렌드로 떠올랐다. 그리고 스트리트 신에서는 이미 이를 복사하느라 바쁘다. 그렇다. 타이다이가 돌아온 것이다.

데님 소재 미니드레스와 시스루 스커트는 미우미우 제품. 3백50만원대. 파란색 티셔츠는 마이클 마이클 코어스 제품. 15만원. 로고 참 장식 백은 디올 제품. 가격 미정.

아무래도 타이다이가 런웨이 밖에서 환영받은 이유는 서퍼걸 티셔츠 때문일 터다. 여름을 위한 최적의 선택이자 소셜 인플루언서들이 절대 지나치지 못할 아이템. 하이패션은 이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끌로에의 이비사 티셔츠, 파코라반의 보라색 타이다이 티셔츠, 생동감 넘치는 컬러를 사용한 R13, 스텔라 매카트니의 파스텔 오버사이즈 티셔츠는 이번 여름의 핵심 아이템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명확하고 접근이 용이한 티셔츠가 아니라 아주 현대적으로 진화한 2019년식 타이다이다. 역사적으로 타이다이는 60, 70년대 고루한 사회 제도와 관습, 보수적인 정치에 염증을 느낀 히피, 플라워 파워 운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새로운 타이다이 2.0은 세련된 컬러 조합과 고급 직물, 예상치 못한 디자인을 만나 럭셔리 산업 안에서 고급스럽고 패셔너블하게 진화했다. 이번 시즌 프로엔자 스쿨러는 이 염색 기법을 데님에 적용했고, 프라다는 미니 드레스와 A라인 스커트 같은 여성스러운 실루엣에 활용했으며, 디올은 아주 드레시한 타이다이 드레스를 선보였다.

슬리브리스 톱은 90만원대, 팬츠는 1백만원대. 모두 미쏘니 제품. 티셔츠는 스텔라 매카트니 제품. 가격 미정.벨트는 샤넬 제품. 가격 미정. 꽃 장식 샌들은 미우미우 제품. 가격 미정.

이렇게 새롭게 등장한 타이다이가 60년대 히피식 기원에서는 멀어졌을지 몰라도 반문화 뿌리와 맺는 느슨한 연관성은 지울 수 없다. R13의 설립자인 크리스 레바는 보통 타이다이 하면 연상되는 진한 무지개색 타이다이를 선보였는데, 이는 뉴욕주 몬 탁에서 보낸 그의 유년 시절 여름에 목격한 타이다이에 지배된 서핑 가게를 떠올린 것이다. 그는 이 프린트에 정치적 목소리가 내포되어 있다고 믿는다. “트럼프 시대의 우파 정치는 너무 시끄럽잖아요. 타이다이 프린트는 아주 평화적인 동시에 보수 성향에 대한 저항으로 볼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어떤 면에서 는 60년대와 지금이 비슷한 점이 있죠. 닉슨 대통령이 백악관에 있던 시절, 그 앞에서는 보수 우파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았어요. 이제는 백악관 앞에 여성, 이민자,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요.”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런던의 악명 높은 컬트 레이블 아사이타(A Sai Ta)도 이에 동의한다. 그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편집숍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서 만날 수 있는, 아주 재기발랄한 컬러와 디자인을 사용한 자신의 2019 S/S 컬렉션을 ‘희망’이라 표현했다. “타이다이는 자유와 희망의 상징입니다. 염색 과정은 항상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는데 지금 시대 분위기와 연관되어 있죠.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현재 말이에요.”

타이다이 폴로셔츠는 폴로 랄프로렌 제품. 가격 미정. 나무 장식이 달린 프린지 드레스는 포츠 1961 제품. 가격 미정.

타이다이는 올해 가장 두드러진 트렌드이기도 하지만, 집단적으로 찍어낼 수 없는 개별적 개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전통적으로 타이다이는 밀랍 실로 천을 묶어서 염색하기 때문에 노출된 부분만 염색이 되는데, 이는 세상에 같은 피스가 만들어 질 수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60, 70년대 히피들에게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어딘지 촌스러운 타이다이는 개성과 창의적인 표현의 상징이었다. 런던예술대학의 프린트 스페셜리스트이자, 염색 테크니션인 카비타 쿠마는 “이런 디자인과 옷 입는 방식은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요즘 패션에 좀 더 차별화된 개성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라며 “타이다이의 부활은 개인이 서로 간의 복제품처럼 보이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을 의미하죠. 소비 방식이 크게 변했고, 패션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지만 패션계의 다양성은 여전히 제한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지난해, 프로엔자 스쿨러의 2018 F/W 시즌 타이다이 벨벳 터틀넥은 출시 후 큰 인기를 얻었는데, 이는 타이다이가 여름에만 유효하다는 오랜 고정관념을 깼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손맛이 도는 타이다이 패턴의 독특함이 시즌을 불문하고 매력적으로 작용한다는 것.

천연 염색 트렌치코트는 티크 제품. 44만8천원. 컬러 배색이 귀여운 플랫폼 힐은 에르메스 제품. 가격 미정. 주황색 크리스털 이어커프는 펜디 제품. 가격 미정.

패션 산업이 뒤늦게 지속 가능성을 모색한 것 또한 타이다이의 화려한 재기에 한몫했다. 점점 더 많은 회사 (샤넬, 베르사체, 구찌 등)가 모피 사용 중단을 선언했고, 많은 브랜드가 윤리적 럭셔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패스트 패션의 환경 파괴 문제는 뜨거운 이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장인 정신과 천연 재료를 사용한다는 이미지가 강한 타이다이는 의식 있는, 윤리적인 옷을 원하는 사람을 위한 완벽한 장치다. “‘패스트 패션’ ‘지속 가능성’ 같은 유행어에 대한 현재적 인식은 오늘날 패션이 타이다이를 무대에 복귀시킨 요인 중 하나죠.” 쿠마리가 말했다. “2019년 타이다이의 재창출과 유행은 산업으로서의 패션이 변하고 있는 지점, 혹은 변할 수밖에 없는 지점을 정확히 보여 줍니다. 지속 가능성, 에코 패션, 천연 염색이 타이다이가 다시 나타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어요.”

지퍼 장식 후디는 트리 바이 나탈리 라타베시 by 네타포르테 제품. 80만원대. 스팽글 장식 팬츠는 가격 미정, 성글게 짠 흰색 카디건은 가격 미정, 모두 미쏘니 제품. 벨티드 장식 힐은 발렌시아가 제품. 가격 미정.

그럼 이제 타이다이를 어떻게 입을까? 스텔라 매카트니의 아주 연한 파스텔 톤 타이다이 티셔츠는 데님과 환상적 궁합을 이룬다. 프라다의 검은색 보디슈트와 매치한 타이다이 볼 스커트는 이브닝 룩에 대한 아주 모던한 접근 방식이며, R13의 데님 반바지와 하와이 안 티셔츠를 매치한 LA식 스타일은 더없이 근사하 다. 하지만 이는 R13의 크리스 레바에게 그다지 매력적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타이다이를 입는 방식은 결국 하나예요. 아무리 별난 스타일링을 선호하더라도 결국에 이는 개인주의의 상징일 뿐입니다.”

연두색 백리스 드레스는 넘버21 제품. 1백만원대. 스포티한 샌들은 프라다 제품. 가격 미정.

패션 에디터
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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