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The Champ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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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U20 남자 월드컵 국가대표팀.

왼쪽부터|이규혁이 입은 티셔츠와 베스트는 네이버 후드 제품. 오세훈이 입은 티셔츠, 팬츠, 슈즈는 모두 MCM 제품. 김현우가 입은 티셔츠는 아이린 이즈 굿, 팬츠와 슈즈는 구찌 제품. 최준이 입은 데님 팬츠와 샌들은 샤넬 제품, 이재익이 입은 데님 재킷은 루이 비통, 데님 팬츠는 발렌시아가 제품. 최민수가 입은 집업 니트와 팬츠는 루이 비통 제품. 전세진이 입은 슬리브 티셔츠와 팬츠는 생로랑 제품. 이지솔이 입은 티셔츠와 팬츠는 CDG 제품.

1999년, 세기말의 혼란과 미래를 향한 기대감이 뒤엉킨 다이내믹한 해. 그즈음 태어난 아이들이 20년 후 엄청난 일을 해냈다. 한국 남자 축구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 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 준우승을 기록하고 돌아온 FIFA U20 남자 월드컵 국가대표팀. 한국에서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이 될성부른 떡잎들의 활약을 응원하느라 밤잠을 설치는 이들이 속출했다. 20196월에 빛나는 인장을 새긴 국가대표팀 선수 8명을 그라운드 밖에서 만났다. 이미 역사를 쓴 이 청춘들 중에서 가까운 미래에 또 새로운 역사를 쓸 인물이 등장할 것이다. 이들을 기억하라.

오세훈

|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 공격수 |

U20 국가대표팀의 최전방 공격수인 세훈은 이번 월드컵 내내 날아다녔다. 193cm의 큰 키로 수비수와 치열한 공중볼 다툼을 했고, 종횡무진으로 경기장을 뛰었다. 아르헨티나전에서의 선제골, 한일전에서 결승골 모두 그의 머리를 맞고 들어갔다.

오세훈이 입은 레더 버킷햇, 팬츠, 레더 백팩은 모두 MCM 제품.

월드컵 이후, 많은 주목을 받았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 조별 예선 끝난 순간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었다. 포르투갈이 떨어진 것이다. 아르헨티나전을 마치고 나서 아이스 풀 안에서 몸을 회복하는 중이었는데 거기에서 포르투갈의 탈락 소식을 들었다. 선수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아 진짜?’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면서 우리끼리 씩 웃었다.

그리고 정말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세네갈전이 있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이 현실이 됐다. 한국에서 TV를 보던 내 친구들은 VAR로 취소된 세네갈의 세 번째 골이 들어가자마자 TV를 끄고 잤다더라. 그런데 일어나니 우리나라가 이겼다고 해서 다들 깜짝 놀랐다고 했다. 놀라운 일의 연속. 그 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

김현우, 최준, 오세훈 3인방이 울산 현대 고등학교 출신이다. 전설 같은 세대다(웃음). 2015년부터 2017 년, 그러니까 우리가 1학년부터 3학년일 때 대회를 휩쓸곤 했다. 1년에 4번 우승한 해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슬램덩크>처럼 같이 사진도 많이 찍고 늘 뭉쳐 다니며 이런저런 추억을 쌓았다. 그래서 지금도 대표 팀에서 셋이 제일 친하다.

어떤 추억들이 있나? 휴대폰도 잘 안 터지는 산간 지역이라 축구 외에는 할 게 없었다. 밤마다 누군가의 방에 모여서 휴대폰 게임을 하거나 밤 늦게까지 수다를 떨곤 했다.

축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부평구청 축구교실 취미반’, 내 축구 인생의 첫 시작이다. 유치원 때부터 늘 다른 친구들에 비해 머리 하나가 더 있었으니 축구를 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체구였다. 중학 교, 고등학교 때까지 몸싸움에서 거의 밀린 적이 없었다. 그렇게 버티다 보니 이렇게 태극마크까지 달게 되었다.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도움됐던 훈련법이 있나? 페널티 박스 안에서 10 10 훈련을 한 적이 있다. 공격수는 패스로 연계해서 골을 넣어야 하고 수비수는 공격수를 저지하는 훈련이었다. 처음에는 좁은 공간이라 발도 밟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후 다시 넓은 경기장에서 공을 차보니 공을 어디로 줘야 할지 여유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확연히 시야가 넓어진 게 느껴졌다. 난생처음 해보는 훈련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실력도 향상된 것 같고.

동갑내기 선수들 중에 ‘이건 내가 더 자신 있다’ 싶은 게 있나? 아무래도 같은 또래 중에서는 체격이 큰 편 이라 몸싸움에 자신 있다. 공중 볼에도 강한 편이다. 하지만 국제 대회에서 만나는 다양한 나라의 선수들은 체격과 힘이 훨씬 우월한 경우가 많다. 게임을 하다 부딪쳐보면 깜짝 놀란다.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국내 또래 친구들과는 다른 체격, 그리고 슛 능력까지 갖춘 선수가 많다.

축구선수로서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날아다니는 잠수함. 잠수함은 덩치가 크고 바다 밑으로 다닌다. 나는 위에서 제공권 싸움도 하니 뭔가 날아다닌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세훈에게 그라운드란 어떤 존재인가? 집. 사실 이런 화보 촬영이나 <라디오스타> 같은 방송 출연은 부담 되고 힘에 부친다. 근데 경기장에 들어가면 어느 때 보다 마음이 편하다. 마치 집에 온 것처럼.

축구 외에 좋아하는 게 있다면? 낚시를 좋아한다. 주로 갯바위 낚시를 하는데 감성돔, 벵에돔을 비롯해 25cm 정도 되는 어종을 잡은 적도 있다. 여름에 는 거제도, 남해 등으로 가고 겨울에는 제주도에서 23일 내내 낚시만 한 적도 있다. 축구장에서는 심장이 뛰고 흥분된다면 낚시는 느긋하고 평온한 매력이 있다.

이기는 경기를 위한 루틴이 있나? 이번 월드컵 기간 내내 파란색 속옷을 입었다. 한 번 이기니까 계속 입게 되더라. 그래서 5경기나 파란색 속옷을 입고 출전했다. 일종의 심리적인 위안이다. 그전까지는 ‘붉은 악마’라는 의미로 빨간색 속옷을 입었다.

원하는 연관 검색어가 있다면? 왕대륙. 가끔 팬들이 닮았다고 하더라.

없던 기력도 생기는 보양식은? 제육볶음. 실제로 이번 월드컵에서 큰 힘이 됐다. 원래 떡볶이나 불고기 같은 소박한 한식을 좋아한다.

김현우

| GNK 디나모 자그레브, 수비수 |

유럽파 수비수 김현우. 울산 현대에 입단, 크로아티아 명문 디나모 자그레브로 이적하여 유럽 경험을 쌓고 있다. 이번 U20 월드컵 대표팀에서 터뜨린 첫 골의 주인공이다. 골 넣는 수비수. 그래서 팬들은 그를 ‘수트라이커’라고 부른다.

김현우가 입은 셔츠, 니트, 팬츠는 모두 프라다 제품.

결승 우크라이나전에서 옐로카드를 주려는 심판에게 봐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그 프리킥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악플이 어마어마하게 달렸다. SNS가 욕으로 도배되어 한동안 휴대폰을 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지금은 잊고 싶은 장면이다. 후에 기사화되고 ‘잘 커서 대한민국의 수비를 책임져달라’는 응원 댓글을 보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어린 나이에 유럽행이라는 어려운 선택을 했는데. 한국에 유럽파 수비수가 없으니 꿈을 위해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부딪쳤다. 외국인이고 용병이라 팀 내에서 내 자리를 찾기가 아직은 쉽지 않다. 크로아티아어가 익숙지 않아 열심히 배우고 있다. ‘더 열심히 해서 정점을 찍고 나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이 악물고 훈련하고 있다.

동료 선수들과는 결이 좀 다른 길을 택했다. 우리 팀은 크로아티아의 명문 구단이지만 아직 2군에 속한다. 16개월 동안 프로 데뷔를 하지 못했다. 언제든 바로 뛸 수 있도록 몸 관리는 물론 훈련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래도 친구들은 ‘유럽 진출’을 했다고 부러워하는 눈치다. 후회는 없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유럽 생활에 적응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크로아티아에서 훈련 외 시간에는 뭘 하며 보내나? 훈련, 집, 훈련, 집. 그게 전부다. 같은 용병인 두바이, 아르헨티나 선수들과 친한데 함께 테니스나 탁구를 치거나 카페에 간다. 시간이 나면 주로 집안일을 한 다. 청소나 빨래는 물론, 배추를 사서 김치도 담가 먹는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제육볶음, 불고기, 계란국, 치킨마요도 만들 줄 안다. 다른 U20 선수들은 정말 감사한 줄 알아야 한다. 구단에서 식사를 다 챙겨주 니까 축구만 신경 쓰면 되는데, 나는 집안일도 하고 ‘오늘은 또 뭘 먹어야 하나’ 늘 고민한다.

그 외에 좋아하는 게 있다면? 한국 예능, 드라마를 많이 본다. 사실 이렇게 한국말로 이야기하고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하다. 일 년에 딱 두 번, 여름에 한 달, 겨울에 3주 한국에 오는 게 전부다.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대표팀에 있는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했다.

현우에게 그라운드란? 무서운 곳. 경기장에 들어가 기까지 그 긴장감이나 압박감이 싫다.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예전처럼 축구를 즐길 수 없는 아쉬움도 있다. 이제는 ‘이겨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늘 붙으니까. 국가대표 선수로 뛰는 건 어깨가 무겁다. 어렸을 때는 시간을 내서라도 축구가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시간이 나면 쉬고 싶다. 아이러니하다. 무섭기도 하고 설레는 공간이다.

이기는 경기를 위한 루틴이 있다면? 경기 당일에는 몸에 있는 털을 모두 민다. 왁싱을 해볼까 생각도 했는데 경기마다 그럴 순 없어서 제모기를 샀다. 이유는 단순하다. 경기장에는 최대한 깔끔한 상태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그래서 머리도 왁스로 깔끔 하게 넘긴다. 아, 옷이나 신발을 왼쪽부터 착용한다.

최준

| 연세대학교, 수비수 |

이번 U20 월드컵 결승 진출은 최준의 발끝에서 이뤄졌다. 에콰도르전에서 이강인의 프리킥을 받아 결승골로 연결했다. 대표팀의 왼쪽 수비수 최준. 불과 얼마 전까지 공격수로 활약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번 월드컵에서 몸을 던진 수비를 보여줬다.

최준이 입은 티셔츠와 팬츠는 벨루티 제품.

에콰도르전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며 관중석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사실 생각해둔 세리머니는 따로 있었다. 그날따라 잔디가 엄청 미끄러웠는데 골을 넣고 달려가면서 무릎 슬라이딩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현우가 남아공전에서 이미 했더라. 그래서 가볍게 점프만 뛰고 말았다. 나중에 비가 오는 날, 세리머니로 거침 없이 미끄러지고 싶다(웃음).

어떻게 축구를 시작했나? 3대째 축구선수 집안이다. 아버지와 형, 두 사람이 축구선수였기에 자연스럽게 공을 접했다. 초등학교 때 축구부 감독님이 천원짜리 쥐여주면서 “문방구 가서 맛있는 거 사 먹어라”라는 꼬임에 넘어가서 축구를 하던 어린애가 이렇게 국가대표까지 됐다.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 어릴 때는 전지훈련 가는 게 싫어서 투정도 많이 부렸다. 고등학교 1, 2학년 때는 경기에 출전할 기회가 거의 없다시피 벤치를 지켰다. 심각하게 그만둘까 싶어 형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형은 한번 관뒀다가 다시 축구를 시작한 케이스인데 “형이랑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된다. 무조건 버텨라”는 말이 큰 힘이 됐다.

대학 팀에 소속되어 있다. 대학교와 프로팀은 어떤 점이 다른가? 세계 무대에서 뛰어보니 실력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프로다. 당연하다. ‘경기를 못 뛰더라도 프로팀에 가야 했을까’ 생각이 들다가도 ‘과연 프로팀에 있었으면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었을까’ 싶다. 어쨌든 대학교 팀에 있으면 20대에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걸 누릴 수 있다. 주말에는 신촌이나 강남역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친구들과 볼링, 스크린 야구, 양궁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이건 정말 대학생이어야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전지훈련이나 경기를 위해 이동하는 비행기에서는 주로 무얼 하나?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비행기 복도에 서 있다. 비행기 뒤쪽에 승무원들만의 공간, 그쪽에 가면 선수들 몇몇이 서서 스트레칭하고 있다. 축구는 컨디션이 중요한데 오래 앉아 있으면 몸이 찌뿌드드하고 발이 붓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 있으면 승무원들이 말도 걸고 가끔 과자도 준다(웃음).

훈련이 없는 날은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오전에는 무조건 잠을 잔다. 보통 밤 11시쯤 자서 새벽 운동이 있을 때는 6시에 일어나는데 강도가 세서 훈련이 끝나면 잠이 쏟아진다. 점심 먹고 친구들 을 만나 PC방이나 카페에 간다. 그러고 나서는 편의점에서 감자칩 같은 군것질거리를 잔뜩 사들고 와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우걱우걱 먹는다. 제일 행복한 순간이다.

프로팀과는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다. 프로팀에 있으면 몸 관리를 해야 하는데 우리는 가리지 않고 다 먹는다. 치킨, 삼겹살, 콜라 등등. 가끔 몰래 야식도 시켜 먹는다(웃음).

U20 이후의 행보가 궁금하다. 학교 생활이 5개월 정도 남았다. 모든 과목에서 평균 C 학점을 넘어야 다음 학기 때 경기를 뛸 수 있다. 수업을 들었어야 하는데 이번 월드컵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교에 가지 못했다. 교수님이 학점을 안 주신다고 해서 걱정이다.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프로팀으로 넘어가는 게 목표다.

전세진

| 수원 삼성 블루윙즈, 공격수 |

U20 대표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골잡이다. 전세진은 2018년 ‘AFC U19 챔피언십 대회’에서 무려 7득점을 기록하며 한국에 월드컵 티켓을 안긴 일등 공신이다. 덕분에2 018년 대한축구협회 시상식에서 ‘올해의 영플레이어’에 선정되기도 했다.

전세진이 입은 니트, 팬츠, 트렌치코트는 모두 발렌티노 제품.

어릴 때부터 ‘슈퍼루키’라는 별명이 늘 따라다녔는데 이번 월드컵에서 득점이 없어 아쉬워하는 팬이 많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번 월드컵에서 한 게 없다. 경기에 뛰고 싶다는 간절함, 긴장, 자존감 하락 등으로 월드컵 기간 동안 불면증까지 생길 정도로 마음고생을 했다. 믿어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내내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돈 주고도 못 살 경험을 한 거다.

그럴 때 힘이 되는 존재가 있다면? 한 인터뷰에서 주장 황태현 형이 “세진이가 많이 힘들어한다. 근데 작년 ‘AFC U20 챔피언십 대회’에서 세진이가 골을 넣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을 거다. 꼭 필요한 존재다”라고 말해준 게 큰 힘이 됐다. 월드컵 기간에 비슷한 댓글을 봤는데 가슴이 짠했다.

월드컵에서 꼭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이 있다면? 축구는 골이다. 주로 오른발을 쓰는데 왼쪽 측면에서 강하게 슈팅해서 골을 넣는 걸 상상했다. 굳이 내가 넣지 않더라도 동료가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는데 그마저도 못했다. ‘기회가 적다’는 핑계보다 는 100%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서 아쉽다.

월드컵 기간 동안 누구와 같이 방을 썼나? 대표팀에 소집되면 늘 고재현과 같은 방을 쓴다. 팀원들이 ‘덤앤더머’라고 할 정도로 항상 붙어 다닌다. 그만큼 착하고 내 아재 개그도 잘 받아준다. 재현이가 한 인터뷰에서 내가 코를 곤다고 말을 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꼭 해명하고 싶었다.

훈련 기간 동안 시간이 나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팀원들은 낮잠을 자는데 그렇게 잠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예능을 챙겨 본다. <나혼자 산다>나 <동상이몽> 같은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노래를 들으면서 혼자 숙소 주변을 걷기도 한다. 팀원들과 플레이스테이션으 로 축구 게임도 자주 하는데, U20 대표팀 통틀어서 내가 제일 잘한다. 공격수 세훈이가 2위. 근데 걔는 20번 중 15번을 져도 절대 패배를 인정하지 않아서 짜증난다.

세진에게 그라운드란? 무대. 뮤지컬 배우가 연기하는 곳, 가수가 노래하는 곳. 그게 어디가 됐든 그곳은 무대가 된다. 경기장에서 뛰는 축구선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그 순간을 즐기고 싶고 관중도 내 플레이를 보고 즐거워했으면 좋겠다.

원하는 연관 검색어가 있다면? ‘전세진 해트트릭’.

김현우, 최준이 입은 의상은 모두 구찌 제품.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 대회에서 획득한 U-20 월드컵 축구 대회 은메달을 들고 기뻐하는 최준.

U-20 월드컵 축구 대표팀 중 3인의 든든한 골키퍼로 활약한 최민수는 모델 뺨치는 외모로 인기를 끌었다.

이지솔이 입은 의상은 모두 구찌, 전세진이 입은 의상은 모두 프라다, 오세훈이 입은 의상은 모두 프라다, 이규혁이 입은 의상은 모두 구찌 제품.

동갑내기 친구 오세훈, 전세진, 이지솔은 평상시에도 짖궂은 장난을 많이 치기로 유명하다.

이재익이 입은 의상은 모두 루이 비통 제품.

오세훈이 입은 레더 버킷햇, 팬츠, 레더 백팩은 모두 MCM 제품.

이재익

| 강원 FC, 수비수 |  

이번 대회 예선 3경기, 8강전, 4강전에 모두 출전했다. U20 대표팀의 공격은 이재익의 발끝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공격수, 미드필더를 향해 뿌려주는 전진 패스가 예술. 카타르전에서 엄원상의 골 역시 이재익의 날카로운 어시스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재익은 2020년 도쿄 월드컵 대표 선수로 발탁되어 내년 월드컵에서도 뛴다.

이재익이 입은 데님 재킷은 루이 비통, 데님 팬츠는 발렌시아가 제품.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모든 순간. 세네갈, 일본, 아르헨티나, 남아공 등 모든 경기가 아슬아슬했고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근데 우린 이겨냈다. 이길 줄 아는 팀이었으니까.

U20 국가대표팀과 소속 팀인 강원FC 팀은 어떻게 다른가? U20에서는 맏형이었다면 강원FC에서는 막내다. 장난이 심한 성격이라 2~3살 차이 나는 형들과는 최소한의 예의만 지키며 격의 없이 지내는 편이다. 다행히 형들도 성격이 좋아 잘 받아준다.

어떻게 축구를 시작하게 됐나? 초등학교 4학년 때 점심 시간에 축구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이름을 물어 봤다. 처음에는 납치범인 줄 알고 친구 이름을 말하고 전화번호도 아무렇게나 읊었다. 알고 보니 의정부 신곡초등학교 축구 코치님이었는데 다음 날 감독님을 대동하고 나타나셨다. 명함을 받아 어머니께 보여 드렸고 얼마 뒤 신곡초등학교로 전학을 가서 축구팀에 합류했다.

학창 시절,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전향한 이유는 무엇인가?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공격수는 물론, 공격형 미드필더, 왼쪽 수비수까지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약했다. 고등학교 2학년 막바지에 작은 대회에 나갔는데, 그때 중앙 수비수를 맡았다. 당시 경기를 본 감독님이 “네가 중앙 수비수로 전향하면 프로로 빨리 데뷔하겠다”라고 하셔서 포지션을 바꿨다. 덕분에 고등학교 3학년에 남들보다 먼저 프로팀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본인의 축구 스타일을 정의하자면? 중앙 수비수라 ‘모든 공격은 내 발끝에서 시작된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한다. 흔히 ‘머리로 하는 축구’라고 하는데 경기 흐름을 읽는 게 중요하다. 몸싸움을 할 때도 무식하게 부딪치는 게 아니라 위치 선정을 유리하게 하여 볼을 뺏기지 않으려고 한다.

축구 외의 관심사는? 패셔너블한 선수가 되기 위해 인터넷으로 패션 관련 정보를 찾아본다. 아직 루이 비통, 구찌 등의 명품은 어렵고 나이키의 신상을 구매하는 정도다. 직업 특성상 이동 시간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책을 읽는다. 최근에는 <하버드 인생 특강>을 읽었다. 책을 읽는 이유도 축구를 잘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자기 계발서만 읽는다.

이기는 경기를 위한 루틴이 있나?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에 경기장 라인을 오른발로 지그시 밟고 입장한다.

없던 기력도 생기게 만드는 보양식이 있다면? 체리 주스. 근육 회복 효과가 있다는데 기분 탓인지 정말 효능이 있는 건지 이번 U20 월드컵에서 덕을 본 것 같다.

축구선수로서 자신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끝없는 계단을 오르는 사람. 한계를 정해두면 거기서 끝날 것 같다. 지금은 그저 앞만 보고 올라갈 뿐이다.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K리그에서 짱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MVP 같은 수상 경력뿐만 아니라 누구나 인정하는 수비수가 되어 올림픽 국가대표로 뽑히는 게 목표다. 예능 출연은 그 이후에 하고 싶다.

수백억대 연봉 계약을 하면 하고 싶은 일은? 상가 건물 매입.

이지솔

| 대전시티즌, 수비수 |

많은 이들이 이번 월드컵의 명경기로 세네갈전을 꼽는다. 1로 지고 있는 상황. 경기 종료 직전 마지막 코너킥 기회가 주어졌다. 수비수 이지솔은 상대편 골대까지 나와 키커 이강인에게 짧게 올려달라고 신호를 보냈다. 강인이 찬 공은 그대로 지솔의 머리에 맞았고, 대한민국 동점골이 터졌다. 결국 연장전에 승부차기까지 간 끝에 3 2로 승리. 대한민국은 그렇게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지솔이 입은 니트 피케 티셔츠, 슈트는 에트로 제품.

유독 경기 중에 소리 지르는 모습이 카메라에 많이 잡혔다. 중앙 수비수다 보니 선수들에게 위치를 지시하기도 하고 분위기가 상대편으로 갔을 때 파이팅을 외치느라 그렇다. 경기장이 워낙 시끄러워서 잘 안 들린다. 더 크게 손뼉 치면서 소리 지르고. 경기가 끝나면 목이 쉴 때도 있다.

투지가 넘치는 스타일인 것 같다. 공을 예쁘게 차는 스타일은 아니다(웃음). 몸싸움도 많이 하고 신경전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한다. 덩치가 크고 힘이 좋은 체구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의 힘을 역으로 이용해서 파울을 유도하는 스타일이다.

세네갈전에서 넣은 헤딩골이 예술이었다. 득점으로 연결되는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나? 공이 천천히 움직였다. 아무것도 안 들리고 그 순간은 공밖에 안 보였다. 공이 골대에 맞고 들어가는데 그 장면이 마치 슬로모션처럼 느껴졌다. 골이 들어가니까 그제야 관객들의 환호성이 들리더라.

이번 U20 대표팀의 강점이 있다면? 끈끈한 조직력. 이번 월드컵에서 이강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다. 골을 넣은 선수보다 어시스트한 강인이가 주목받을 때도 있었다. 다들 그런 부분에서 큰 불만을 갖지 않았다는 게 정말 고맙고, 그런 팀워크 덕분에 결승까지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음 축구를 시작한 건 언제인가? 초등학교 2학년. 여섯 살 터울의 형이 축구를 해서 유치원 때부터 많이 따라다녔다. 형은 지금 축구 코치를 하고 있다. 내가 다닌 서울 신곡초등학교는 야구부로 유명한 곳이라 처음에 야구를 할지, 축구를 할지 고민했다. 축구 명문 매탄중학교에 입학했을 때까지만 해도 15명 중 14번째 수준으로 실력이 부족했다. 남들 쉴 때 공 차고, 남들 잘 때도 공을 찼다.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처음부터 수비수로 시작했나? 어릴 때 축구 감독님이 선견지명이 있으셨는지 ‘넌 수비를 해야 돼’라며 수비를 시켰다. 어릴 때니까 아버지께 수비하기 싫다고 투정도 부리고 아버님이 감독님을 만나서 설득도 해봤는데 끝까지 수비만 시키시더라. 괜찮다. 지금은 골 넣는 수비수가 됐으니(웃음).

축구선수로서 본인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청소부. 가끔은 뒤에서 더러운 플레이를 할 때도 있다. 상대의 흐름을 끊기 위한 전술이고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그라운드는 참 재미 있는 곳이다. 무슨 일이 생길지,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축구를 못 끊는 것 같기도 하다.

이규혁

| 제주 유나이티드 FC, 수비수 |

U20 대표팀에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다. 정우영이 소속 구단의 사정으로 대표팀 차출이 불발되면서, 극적으로 폴란드에 갔다. 정교한 크로스와 왼발 킥이 장기. 결승전에서 경기 종료15 분 전에 투입되어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고, 혹자는 이규혁을 ‘숨은M VP’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규혁이 입은 셔츠와 팬츠는 에트로 제품.

우크라이나전까지 경기를 뛰지 못했다. 아쉽지 않았나? 아쉬워서 눈물도 많이 흘렸다. 정정래 감독 님께 서운한 마음도 컸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니 계속 기가 죽고 위축됐다. 결승전 종료 15분 전, 감독님이 불러서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와” 딱 한 마디만 하셨다. ‘15분을 뛰더라도 쥐가 나게 뛰자’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애석하게도 들어가자마자 한국이 또 골을 먹었다. “포기하지 마! 아직 끝난 거 아니야!” 목이 쉬도록 소리치며 뛰어다녔다. 내 인생 최고의 15분이었다.

이규혁 하면 ‘정교한 왼발’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재미있게도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오른발잡이였다. 축구를 하다가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크게 다쳐서 어쩔 수 없이 왼발로 공을 차기 시작했다. 정말 죽어라 연습했다. 몇 년이 지나니 왼발이 더 편해지더라. 사실 그때는 축구를 정말 못하던 시절이었다. 체격도 왜소했고 달리기도 느렸는데 그걸 다 노력으로 극복했다. 그래서 ‘안 되는 건 없다’는 말을 믿는 편이다.

이기는 경기를 위한 루틴이 있나? 그런 걸 신경 쓰 지 않는 편이다. 사소한 것에 집착하다 보면 언젠가 는 그게 어긋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때 멘탈이 크게 흔들리는 선수를 여럿 봤다. 그냥 경기장에 흘러가듯이 편하게 입장한다. 아, 경기 전에 꼭 듣는 노래는 있다. 레드벨벳의 ‘빨간 맛’.

기억에 남는 축구 팬이 있나? 어떻게 보면 내 1호 팬일지도 모르겠다. 중학교 때부터 날 챙겨준 분이 있다. 나보다 두 살 어려서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그분은 중학교 1학년이었다. 그때부터 먹을 것도 챙겨주고 응원 편지를 써주셨다. 지금도 매달 ‘이번 달도 고생했고 다음 달도 파이팅하자’는 내용의 긴 편지를 써준다. 이 인터뷰에서 꼭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소속 팀이 제주도인데 제주 생활은 만족스러운가? 딱 한 달 동안은 정말 신세계였다. 그 이후는 보통의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더라. 팀원들과 카페에 정말 자주 간다. 제주도 스타벅스에서만 파는 ‘쑥떡 크림 프라프치노’, 꼭 먹어보길. 정말 맛있다.

축구선수로서 자신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규르 셀로. 레알 마드리드 마르셀로의 오랜 팬으로서 그의 플레이를 보고 많이 배우고 있다. 마르셀로처럼 인정받는 수비수가 되는 게 목표다.

최민수

| 함부르크 SV, 골키퍼 |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최민수. 독일 이름은 Kevin Garr다. 어려서부터 독일에서 자라 그곳에서 축구를 시작했지만 어머니 나라에서 뛰고 싶다는 일념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쉽게도 이번 월드컵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파이팅 넘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며 훈훈한 외모로 주목받았다

최민수가 입은 팬츠는 구찌 제품.

이번 월드컵에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아쉬움은 없나? 전혀. 화나거나 속상한 건 없다.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팀 스포츠다. 대한민국이 승리할 때 마다 내가 경기를 뛴 것처럼 기뻤고, 마지막까지 좋은 성적을 거둬서 자랑스럽다.

이번 U20 대표팀 중 누구와 가장 친한가? 거의 다 친하다. 대구 FC의 미드필더 고재현이 대구 출신이라 같이 KTX를 타고 외할머니댁에 놀러 간 적이 있다. 그때 많이 가까워졌다. 한국어가 서툴러 알아듣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골키퍼 이광연, 박지민이 훈련 시간이나 식사 시간, 공지사항 등을 체크해줘서 어려움 없이 월드컵을 마칠 수 있었다.

한국팀에 합류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어머니의 나라’기 때문이다. 그만큼 어머니를 사랑하고 어머니와 관계가 끈끈하다. ‘최민수’라는 이름도 어머니가 지어 주셨다. 한국 음식, 사람, 문화 등 다양한 것이 매력적이고,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것도 영광스럽다. 외할머니댁에 자주 놀러 와서 익숙한 나라이기도 하다.

축구는 어떻게 시작했나? 독일은 다섯 살 정도부터 축구를 배운다. 처음에는 동네에서 그냥 친구들과 즐기는 수준이었는데, 열두 살 때 슈투르가르트 팀의 입단 테스트를 봤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했다. 우리 아버지도 학창 시절에 골키퍼 포지션에서 축구를 했다고 한다. 또래 친구들에 비해 키가 크고 골에 대한 집착, 반사 신경이 남달라 골키퍼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훈련이 없을 때는 주로 뭘 하며 보내나? U20 대표 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고등학교 다니다가 졸업했다. 한국은 고등학교 팀, 대학교 팀 소속으로 이어서 축구를 하는데, 독일은 유스 시스템이 발달해서 고등학생이어도 프로팀과 계약을 맺고 게임을 한다. 그래서 낮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방과 후에 프로팀에 합류해서 훈련이나 경기를 뛰곤 했다.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훈련이 끝나고는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게 제일 좋고, 가끔 친구들을 만나서 수다를 떤다.

독일과 한국, 축구 시스템이나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가? 독일은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7~8시간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게 대수롭지 않은 나라다. 각 지역마다 프로팀이 있고 육성 시스템도 체계적이다. 동네 펍에서도 늘 축구 경기가 틀어져 있고 자신의 홈타운 팀을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문화적인 차이는 있어도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은 두 나라가 비슷한 것 같다.

이기는 경기를 위한 루틴이 있다면? 경기 전에 힙합 음악을 듣는다. 요즘은 ‘Lil Baby’ 음악에 빠졌다. 경기장에서 껌을 씹는 것도 루틴 중 하나다. 껌을 씹으면 뭔가 차분해지고 긴장이 완화되는 기분이 든다.

컨트리뷰팅 에디터
최진우
포토그래퍼
신선혜
박한빛누리
헤어&메이크업
김우준
촬영 협조
고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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