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스페리아>의 의상 감독 줄리아 피에르산티가 창조한 참혹하고 아름다운 핏빛 패션 판타지.
전작 <비거 스플래쉬>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영화감독 루카 과다니노가 패션 긱인 증거는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그의 가장 최신작 <서스페리아>에 1990년대 패션계를 휩쓴 슈퍼 모델 알렉 웩, 말고시아 벨라를 기용하고, 미국판 더블유 매거진을 위해 다코타 존슨과 쿠튀르 화보를 찍었으며, <비거 스플래쉬>에 출연하는 틸다 스윈턴을 위해 라프 시몬스가 직접 디자인한 드레스, 역사적 고증을 통해 탄생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소년미 낭낭한 의상 등 패션과 유대관계 깊은 그가 의상 감독 줄리아 피에르산티와 힘을 합쳐 만든 미장센은 패션계에서도 회자되며 큰 사랑을 받는다. 패션광이라면 매료될 것이 분명한 패션 서스펜스로 뒤덮인 영화 <서스페리아>의 패션 관전 포인트를 줄리아가 꼽았다.
마담 블랑
틸다 스윈튼이 연기한 아주 매혹적인 캐릭터 마담 블랑은 현대무용의 창시자 마리 비그만, 마사 그레이엄, 피나 바우슈 같은 여성들을 참고했다. 그녀들이 가진 절제된 드레스 코드를 마담 블랑에 적용했으며, 체제 전복적 성향을 가진 모습이 약간 드러나길 원했다. 그로 인해 절대적으로 우아하고 카리스마있는 여성 ‘마담 블랑’이 탄생했다.
수지
“전 수지의 극 중 첫 번째 의상을 빈티지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어요. 시대극보단 70년대 미국 영화. 그보단 아주 현실적이게 보여주고 싶었죠.” 데님 재킷, 덩거리 드레스, 플란넬 체크 셔츠, 캐멀 삭스, 크로그 등 자신의 꿈을 좇아 마르코스 무용단으로 날아온 미국 오하이오 농장 소녀는 그렇게 탄생했다. 수지의 몇몇 룩은 우디 앨런의 영화 <인테리어> 속 다이앤 키튼의 룩을 참고했으며, 이후 놀랍도록 강인하고 자유의지를 가진 여성으로 변함과 동시에 의상도 변했다. 마치 사라의 옷을 빌렸다가, 후에는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처럼 말이다.
안식일 헤어 드레스
“아주 의식적인 드레스를 만들고 싶어서 고민하다 소녀들의 머리카락을 사용하기로 결심했죠.” 인모를 연장한 드레스는 레베카 호른의 퍼포먼스와 마틴 마르지엘라의 헤어 룩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미스 밀리우스로 분한 알렉 웩이 입은 드레스는 각각 다른 형태의 가발을 새장처럼 엮어 리본으로 묶었다.
사라
미아 고스가 분한 사라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상류층 소녀다. 그녀의 룩은 줄리아가 선망하는 프렌치 쿠튀리에 앤 마리 베레타와 독일 민주공화국 시절의 패션 매거진 <지빌레(Sybille)>에 나오는 소녀들의 옷을 참고해 복각했다. 사라의 일상복은 볼륨감 있는 드레스와 셔츠, 승마 팬츠를 입혔고, 춤추는 동안은 따뜻한 캐멀과 바나나색 캐미솔과 스웨터를 입혔다. 모든 피스는 줄리아의 아틀리에에서 제작했으며, 그녀의 헤어와 메이크업은 배우 리브 타일러의 어머니이자 70년대 플레이보이지 모델로 유명한 베베 뮤엘의 룩을 연출했다.
볼크 코스튬
로프 코스튬은 대지 미술가 크리스토와 잔 클로드의 1967년 작, 두꺼운 로프로 웨딩드레스를 묶고 자신마저 옭아맨 여성의 포트레이트 ‘웨딩드레스’에서 영감을 얻었다. 빨간 로프의 매듭은 줄리아의 아틀리에에서 하나하나 손으로 직접 묶은 것이며, 몸을 감싸는 몇몇 테크닉은 노부요시 아라키의 사진을 참고한 것이다. 바닥에 끌리는 밧줄 끝자락은 톰 요크의 반복되는 음악과 어우러져 바닥에 흥건한 핏물 웅덩이를 연상시킨다.
- 패션 에디터
- 이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