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오래 지켜봐야 할 반짝이는 신인 패션 디자이너 두 팀을 만났다.
FREIKNOCK 유주형
2018 F/W 시즌 도쿄패션위크 오프닝 쇼를 장식했다. 서울에서는 첫 런웨이 쇼인가? 맞다. 원래 도쿄에서 쇼를 하고 싶었는데, 마침 <GQ 재팬>에서 일하는 친구가 먼저 협업을 제안해서 같이하게 됐다.
이번 시즌 콘셉트는? 유튜브를 보다가 데이비드 보위가 1987년에 서독에서 공연하는 영상을 발견했다. 독일이 한 나라로 합쳐지기 전 서독의 베를린 장벽 앞에서 공연한 장면이다. 취재진과 동독, 서독 사람들이 뒤엉켜 점프하며 음악을 즐기는 장면을 보고 지금 우리의 모습과 겹치면서 특별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우리만이 유일한 분단 국가이다. 전면적으로 내세우기보다는 ‘평화’라는 메시지를 던져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다루기 힘든 주제인데? 억지로 북한의 색을 보여주려고 하지는 않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의미가 있고 힘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디다스와의 스폰서십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어떤 형태로든 힘을 실어줄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그러다 비슷한 분단의 아픔을 겪은 독일의 대표 브랜드 아디다스에 제안하게 됐다. 제품 협업 얘기도 했는데 일정이 빠듯해서 스폰서십 정도로만 협업이 됐다.
얘기하다 보니 독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어렸을 때 축구를 했는데 16세에 독일로 가서 4년 반 정도 운동을 했다. 스무 살 때쯤 좋은 팀으로 이적할 기회가 있었지만 크게 다쳐서 무산됐다. 그때부터 운동을 그만두고 평소 좋아하던 패션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프라이노크라는 브랜드 이름의 뜻은? 브랜드 이름은 독일어로 만들 예정이었다. 적당한 이름을 찾기 위해 책을 보다가 프라이라는 단어에 눈이 꽂혔다. 그래서 이것저것 조합을 해보다가 프라이노크가 탄생했다. ‘자유를 두드리다’라는 뜻이다.
프라이노크, 패밀리 브랜드 프라이. 두 브랜드 모두 스트리트 캐주얼인데 새롭게 시작한 이유가 있나? 프라이노크는 컬렉션 위주의 브랜드고 프라이는 트렌드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유연한 브랜드다. 베를린에 갔을 때 독특한 클럽 문화에 꽂혀 프라이의 론칭을 준비했다.
베를린 클럽의 어떤 문화에 꽂혔나? 클럽마다 각각의 취향이 강하고 그 색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DJ가 누구고, 무슨 음악을 들으러 왔고, 어떤 춤을 출지, 취향이 중요하다. 요즘 트렌드는 클럽에서 파생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프라이를 처음 기획할 때 현지 DJ, 댄스 크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로고 디자인이나 콘셉트 등도 영향을 받았고. ‘댄스 웨어’라는 콘셉트를 잡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프라이는 세컨드 레이블은 아니고 패밀리 레이블이다.
이번 시즌 쇼 반응은 어땠나? 공간이나 테마가 특별해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쇼 한 번으로 뭔가 큰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이제부터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시그너처 아이템이 있다면? 스웨트셔츠와 니트인데, 비즈 장식이나 핸드크래프트 기법이 들어간 것들.
디자이너 브랜드에 디자인 말고도 중요한 것이 있다면? 요즘에는 어떤 브랜드의 가치를 보고 그 가치를 경험하려고 구매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브랜드에서 추구하는 거나 나아가려는 방향을 어떻게 보여주는지도 중요하다. 그게 옷이 전부는 아닌 것 같은데, 나도 아직 찾는 중이다.
트렌드에 맞추려고 특별히 하는 일이 있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다양한 전시를 많이 본다. 다른 분야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트렌드를 따라가려 하진 않는데 최대한 많이 보고 수집하려고 노력한다.
브랜드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어느 나라마다 캐주얼하게 입은 게 다른데 ‘한국식’ 캐주얼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이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좋은 쪽으로 해석하면 특유의 세련됨이 있는 것 같다. 한국인의 성격적인 것에서 나오는 특징을 살려 한국식 캐주얼의 질을 높이고, 재정의하고 싶다.
또 다른 목표가 있다면? 자유를 두드리다라는 브랜드의 의미처럼 여러 분야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음반이나 광고 기획 등도 할 수 있는 엔터테이너 회사처럼 만들고 싶다. 패션 브랜드보다는 문화를 선도하는 집단을 지향하고 꿈꾼다.
BESFXXK 김보나, 임재혁
비스퍽(Besfxxk)은 어떤 의미인가? 비스포크라는 영국 수제 맞춤 정장과 퍽업(Fuck Up)이라는 슬랭어를 결합했다. 비스포크 기반의 옷을 우리만의 테크닉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파리와 런던에서 먼저 컬렉션을 선보였다. 우리는 영국 유학 시절 만났다. 파리와 런던에서는 패션위크 쇼룸에 참가했다. 한국에서는 2017 F/W 시즌, 서울패션위크 GN(Generation Next)에 참가하면서 데뷔했다. 밀란에서 패션쇼를 하기도 했는데, 밀란패션협회에서 주목받는 한국 디자이너로 선정돼 전액을 지원받았다.
이번 시즌 콘셉트는? 사실 우리는 특별한 콘셉트가 없다. 매 시즌 어떤 옷을 해체하고 결합시킬지만 집중적으로 고민한다. 외과 시술적인 작업이 이루어진달까. 이번 시즌은 이러한 해체와 결합 과정을 통해 푸퍼 재킷과 퀼팅 재킷 등 영국 기반의 히스토리를 가진 옷들을 선보였다.
런웨이에서 늘 모델의 얼굴을 가린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옷만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독특해 보이려는 의도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캐스팅도 워킹 위주로 본다.
둘의 취향은 어느 정도 일치하나? 많이 다르다. 나 (임보나)는 50년대 프렌치 스타일을 좋아하고, 재혁은 스포츠웨어나 맨즈웨어에 관심이 있다. 서로 다른 성향을 존중하면서 함께 일하고 있다.
시그너처 아이템은 무엇인가? 트렌치코트. 트렌치코트는 굉장히 클래식한 아이템인데 비스퍽만의 해체와 결합을 거쳐 조금 특별하다. 전체 룩을 디자인 하기보단 하나의 옷에 대한 도식화 작업을 굉장히 많이 하기 때문에 ‘옷’ 자체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많이 구매한다. 남들과는 다른 독특함을 찾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들은 평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평가보다는 기억에 남는 순간은 있다. 해외 편집숍에 납품했는데 한 달 만에 전량 판매되고 재주문이 되었다. 첫 시즌이었는데 큰 성장 동력이 됐다.
신인 디자이너가 해외에서도 인정받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과감하고 실험적이면서도 마켓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일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개인 브랜드가 우리 나라에서 자생하기 어렵다. 신인 디자이너를 위한 지원이나 기반, 플랫폼이 더 확장됐으면 좋겠다.
한국 매체에 바라는 게 있다면? 국내 디자이너들을 좀 더 소개하고, 보여주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목표는? 계속 열심히 하는 것, 전 세계에 입점을 늘이는 것, 우리만의 방향성이 잘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
- 패션 에디터
- 김민지
- 포토그래퍼
- 채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