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통 만날 수 없어 애간장 타게 만들었던 쥴(Juul)이 드디어 한국에 온다.
작년 이 맘 때쯤, 어느 사진가의 스튜디오에서 기이하고도 생경한 광경을 목격했다. 촬영 도중 갑자기 사진가가 매끈하게 빠진 얇고 긴 USB를 입에 가져다 댄 것이 시발점이었다. 그가 촬영에 깊게 몰두한 나머지 USB를 전자 담배라 착각해 잘못 짚은 줄 알고 소리를 질렀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도 그저 사진가는 웃음을 머금은 채 USB의 입구를 빨아들였다. 마치 담배를 태우듯 말이다! 실제로 USB처럼 생긴 물건은 작년 미국에서 출시된 액상형 전자 담배인 쥴(Juul)이었다. 일반적인 전자 담배에서 나오는 매캐하고 눅진한 향은 온데간데 없었고, 전자 담배 기기에 남는 지저분한 재도 없었다. 무엇보다 손가락 길이 정도의 짧고 얇은 크기 덕분에 들고 다니기엔 최적이었다.
무엇보다 패션계는 이 잘 빠진 전자 기기에 완전하게 매료된 듯 보인다. 시절 속에서 가장 동시대적인 디자이너로 통용되는 버질 아블로와 협업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고, 이미 <인터뷰 매거진>에서는 이미 쥴(Juul)을 오브제로 사용한 뷰티 화보를 선보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쥴(Juul)에 갖가지 귀여운 스티커를 붙여 자신만의 표식을 새기는 이들도 천지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구글에 ‘쥴(Juul)’을 검색하면 마치 휴대전화의 액세서리를 팔 듯 온갖 디자인의 케이스와 키 홀더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아무튼 담배임에도 불구하고 세련되고 아름다운 액세서리처럼 여겨지는 이것이 한 두 달 안에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애연가와 사랑에 빠지게 될 날이 조만간 올 지도 모르겠다.
- 프리랜스 에디터
- 김선영
- 사진
- Instagram @fineprintstickers @xcls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