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좋다고 소문난 전시들
4월 셋째 주, 이제 좀 봄 같다. 빵빵한 패딩과 두터운 코트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일 년 중 몇 번 입을 수 없다는 간절기 재킷, 라이더, 카디건을 꺼내 입은 사람들이 거리를 메운다. SNS 피드를 보면 벚꽃 반, 전시회 반이다. 이렇게 전시회를 즐기는 문화인들이 많았나 놀라울 정도. 남들이 가니까 따라가든 요즘 트렌드여서 그렇든 영화관이 비싸서 등등 이유야 어쨌든 이런 문화 소비가 많아진다는 건 반갑다. 날씨도 좋은데 전시 좀 가볼까?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켜 콧바람 쐬기 좋은 전시 몇 개를 소개한다.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ey) 전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전시. 천안에 계신 어머니도 “다비드 호미인가, 그거 서울 가면 볼 수 있니? 요즘 많이 본다더라.”라며 연락이 왔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21세기의 피카소’라 주목받는 현존 최고의 화가이자 사진작가, 팝 아티스트. 1937년생, 송해 선생님보다 10살 동생으로 몇 해 전 팔순을 넘겼다. 그의 전시회가 인기 있는 이유는 몇가지 있는데 그중 단연 첫 번째는 생존 작가 중 최고 경매가의 그림을 그렸다는 것. 2018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예술가의 초상(수영장 시리즈)>이 무려 1019억 원에 낙찰된 바 있다. 호크니의 작품은 시대에 따라 그 방식이 변모했다는 것도 재미있다. 두 사람의 심리 관계를 묘사한 초상화 시리즈,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다양한 각도와 다른 시간대에 찍은 풍경 사진들로 만든 포토몽타주 시리즈, 오페라나 발레를 위한 무대 디자이너로서의 활약, 때로는 동성애 주제를 공공연히 다루며 명성을 쌓았다. 영국에서 호크니의 위상은 ‘국보급 화가’ 그 이상이며 2012년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영국의 ‘공로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호크니의 대규모 개인전으로 회화, 사진, 판화 등 133점을 선보인다.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기간 : 8월 4일까지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은 고흐 작품을 마주한다. 현대미술의 토대를 형성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가로 살아 있을 때에는 무명에 가까웠으며 사후에야 입소문을 탔다. 그는 주로 노동자, 농민 등 하층민의 생활과 풍경을 그렸다. <감자 먹는 사람들>, 자화상 시리즈, <빈센트의 방>, <별이 빛나는 밤> 등 수많은 걸작들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 리스트에 올라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서 직접 제작한 체험 전시다. 인터랙티브 체험을 곳곳에 배치했는데 이를테면 <추수>의 일부분을 확대 제작한 조형물을 만지며 고흐의 화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방식이다. 여기에 ‘반 고흐 미술관’이 후지필름 유럽과 협업하여 정교하게 복제된 반 고흐의 그림을 직접 만질 수도 있다.
장소 : 우정아트센터
기간 : 4월 19일~8월 25일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
유년시절, 매주 일요일 아침 8시에 <디즈니 만화동산>을 보며 주말을 열었다면 너무 나이를 먹은 걸까. 그 시절 미키 마우스, 알라딘, 티몬과 품바는 매주 주말을 함께한 동네 친구였다. 곰돌이 푸우, 도널드 덕, 인어공주, 백설공주, 라이언 킹, 뮬란, 밤비, 미녀와 야수, 주토피아, 모아나, 덤보에 이르기까지 약 100년의 역사에 걸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원화와 스케치, 콘셉트 아트 등 약 5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디즈니 작품들이 처음 연필 스케치 단계부터 어떻게 색을 입히고 움직임을 얻게 되는지, 성우의 더빙 등의 제작 과정도 볼 수 있다. 34살 아저씨도 귀가 쫑긋하고 설렌다. 게다가 전시회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 한정 MD 상품까지. 벌써부터 카드 긁히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장소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전시관
기간 : 4월 19일 ~ 8월 18일
- 프리랜스 에디터
- 박한빛누리
- 사진
- Walt Disney Animation Studi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