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이에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
건축적인 형태, 유려한 곡선, 독특한 굽. 한번 쯤 돌아보게 만드는 디자이너 이선율의 슈즈 브랜드, 율이에(Yuulyie). 도버 스트리트마켓과 10 꼬르소 꼬모, 노드스트롬, 브라운즈 등 해외 온오프 셀렉 숍에서 활약하며 오랜 시간 입지를 다진 율이에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가 성수동에 오픈했다.
외관이 멋지다. 플래그십 스토어 인테리어는 어떤 점에 가장 주력했나? 브랜드의 마인드 맵을 펼쳐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직선적인 내부 형태를 동굴 같은 불규칙한 텍스처로 연출하고, 구두 라인을 본뜬 물결 형태를 거울과 선반에 적용했다. 지하는 시즌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하지만 전시나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위한 유동적인 공간으로 설계했고, 1층과 2층은 세컨드 라인을 비롯해 시그너처 컬렉션, 핸드백 라인 등을 진열했다.
최근 SNS와 해외 매체의 눈에 띄면서 신규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내년이면 론칭 10주년인 중견 브랜드다. 주변에서 놀라는 분들이 많다. 2015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으니 채 5년이 안 된 거다.
브랜드를 알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사실 론칭하고 5년 정도 굉장히 힘들었다. 2015년 초반에는 브랜드를 잠시 접기도 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단발성 주문만으로 운영하기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홈페이지에는 모든 제품을 ‘sold out’으로만 표기하고 무작정 뉴욕으로 떠나 5개월을 쉬었다. 그 와중에 한국에서 큰 기회가 왔고, 쉬다 보니 다시 구두를 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구상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한국에 돌아 와 ‘Y힐’을 만들었는데 신기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터졌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독특한 굽은 율이에의 시그너처다. 굽에 애착을 갖는 이유가 있나? 신발 자체를 하나의 조형물로 생각한다. 옷처럼 넓은 면적이 아닌 여자의 발 안에서 표현해야 하기에 포인트가 필요한데, 발을 지탱해주는 모양에 따라 분위기가 결정되더라. 조각 작품, 금속, 주얼리 등 액세서리를 좋아하는 성향을 굽에 과감하게 적용해 풀어보고 싶었다. 론칭했을 당시만 해도 다들 어렵다, 어떻게 신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트렌드도 바뀌고 받아들이는 태도 자체가 달라졌다.
해외에 마켓이 많은데, 어떻게 진출하게 되었나? 컬렉션의 80~90%가 해외에서 팔린다. 브랜드를 론칭했을 당시 일본에서 한국 브랜드를 모아 전시를 기획하는 바이어가 있었는데 슈즈 쪽 디자이너가 없어서 나에게 연락이 왔다. 그곳에 파리 트라노이 등 전시를 기획하는 총괄 디렉터가 왔고, 브랜드가 눈에 띄어 아주 좋은 조건과 기회로 파리에 진출하게 되었다.
해외 어느 지역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가? 파페치, 브라운즈, 샵밥 등 육스 계열 온라인 숍.
어떤 점이 그들에게 어필했다고 생각하는가? 디자인과 가격, 퀄리티 이 삼박자가 맞아떨어졌다. 물어보면 다음과 같은 피드백이 돌아왔다. 신발은 웨어러블한데 아티스틱하다, 심플한데 심플하지 않다, 가격 포인트가 훌륭하다, 커머셜과 아트 중간 지점에 있다, 컬러가 오묘하다 등등.
비주얼과 룩북 제작에 특히 공을 들이는 것 같다. 시작과 큰 테마는 내가 찾지만 레퍼런스를 찾고 디벨롭하는 과정은 내부의 아트팀과 상의한다. 컬렉션의 반은 해외에서 찍고, 반은 국내 촬영을 했다. 우리가 원하는 무드보드가 정확하게 구축되어 있어 어떤 스태프진과 촬영하더라도 일관성 있는 비주얼이 나온다.
크고 작은 컬래버레이션 에디션이 있었는데,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나? 99%IS 디자이너 종우는 오랜 시간 알고 지낸 동생인데, 분더샵에서 하는 쇼를 위해 신발을 제작해달라고 했다. 런웨이를 물로 만들고 그 위를 걷는 콘셉트였다. 컨버스 위에 레인 커버 슈즈를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불가능한 요소가 많아 무척 애먹었지만 공정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내 이름을 정말 많이 알리게 된 레지나표와의 협업. 색감도 디자인도 비슷한 코드를 가진 우리가 이 협업을 통해 서로 발전하는 결과를 낳았다.
내년 10주년을 앞두고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 물론이다. 하지만 준비하고 있는 팀과 비밀 유지 계약서를 썼기 때문에 아직 발설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기념할 만한 무언가가 나올 것 같다.
- 패션 에디터
- 이예진
- 포토그래퍼
- 박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