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로 바뀐 뉴욕 TWA 터미널
3월 24일 난데없이 뉴욕 타임스퀘어에 비행기가 불시착했다. 게다가 최신식 보잉기도 아닌 역사속으로 사라진 1960년대 TWA(Trans World Airlines) 항공의 L-1649 비행기다. 알고 보니 미국 JFK 공항에 새로 문을 여는 TWA 호텔 홍보를 위한 전시다. 이 비행기는 곧 TWA 호텔로 옮겨져 칵테일 바로 변신할 예정. 2001년 아메리칸 항공은 TWA 항공을 인수, 합병한 뒤 2016년 8월부터 당시 항공사 터미널로 쓰던 건물을 호텔로 개조하는 공사에 들어갔다.
이 터미널의 설계는 핀란드계 미국인 건축가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가 했다. 제너럴모터스 기술센터, 매사추세스 공과대학의 크레스지 강당과 예배당,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튤립 의자를 만든 디자이너기도 하다. 이 튤립 의자는 <스타 트랙> 시리즈에 등장해서 더욱 유명해졌다.
TWA 터미널은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촬영한 장소기도 하다. 당시 굉장히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풍겼는데 건물 외관 역시 새가 날개를 펼친 것처럼 웅장한 곡선 지붕이 인상적이다. 1960년대에 지어졌다는 걸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획기적인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약 40년간 TWA 항공의 터미널로 운영되다가 2001년, 아메리칸 항공에 인수된 이후 무려 16년 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한 아이가 태어나 고등학교에 진학할 나이다. 결국 손을 쓰기로 했다. 2016년부터 3년간의 공사 끝에 그럴싸한 호텔로 모습을 드러냈고 지난달 2월 16일부터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TWA 호텔은 512개의 객실, 6개의 레스토랑, 8개의 식음료점이 들어선다. 일부 공간에는 당시 승무원들의 유니폼과 인쇄물, 상징물 등 ‘TWA 항공사 박물관’도 마련할 예정. 터미널 중심부는 라운지로 꾸몄다. 라운지는 튤립 의자를 연상시키는 카펫을 깔았다. 특별히 고안한 ‘칠리 페퍼 레드’ 색상이다. 그 건물 양 옆으로 빌딩을 새로 올려 객실을 만들었다. 활주로 옆이라 방음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런던의 미국 대사관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두꺼운 외벽을 사용했다. 인테리어는 1950~1960년대 스타일에서 착안했다. 직선보다는 곡선, 원색보다는 채도가 낮고 빛 바랜 색상이 특징. 5월 이후 뉴욕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 번 들러보는 것이 좋겠다. 오픈 예정 날짜는 5월 15일. 숙박비는 200달러~400달러(약 22만원~45만원) 수준이다.
5월 8일 열리는 루이비통의 2020 크루즈 컬렉션도 이곳에서 열릴 예정. 루이비통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늘 상징적인 건축물 안에서 루이비통 크루즈 컬렉션을 준비하곤 했다. 여러 의미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이렇게 기다려지는 건 참 오랜만이다.
- 컨트리뷰팅 에디터
- 박한빛누리
- 사진
- TWA HOTEL, 영화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