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상큼한 컬러와 향긋한 내음으로 봄을 찬미하는 핫 플레이스.
1. 부토
부토는 ‘좋은 재료는 흙에서 온다’는 모토로 출발한 바 & 레스토랑이다. 인테리어 역시 묘하게 황토방을 연상시킨다. 오너 셰프 임희원과 수셰프 김현섭은 홍콩에서 한식 레스토랑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재미있고 실험적인 요리를 선보인다. 사찰음식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은 흥미로운 메뉴가 많다. 특히 베지테리언 사시미는 짚불로 훈제한 콜라비와 비트, 오미 자청에 절인 마, 흰 목이버섯 등의 재료가 곱게 담겨있는 메뉴다. 김 위에 와사비와 함께 싸서 먹으면 신기하게도 참치 뱃살 같은 식감이 난다. 이 외에도 컬리플라워와 강된장, 톳두부무침과 전복, 겉은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가지튀김 등 채식 친화적인 메뉴 비율이 높다. 특히 8시 넘어서부터 주문받는 솥밥은 향과 식감의 밸런스를 고려해서 매일 다른 식재료로 짓는다. 아궁이 위에 대형 솥을 올려놓고 지어서 함께 나눠 먹는 방식이 정겹다. 부토는 바의 성격이 짙은 공간이다.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내추럴 와인, 위스키 등 다채로운 술이 준비되어 있다. 셰프와 손님이 금세 친해져서 음주도 해장도 결국 함께하며 온 좌석이 하나 되는 마력의 공간이기도 하다. 지금 가장 힙한 한식의 면면이 부토에 있다.
2. 치차로
간판이 작은 가게에 대한 신뢰감이 있다. 호들갑스럽지 않고 묵묵히 오늘의 요리를 만들고 있을 것만 같은 믿음. 바스크어로 ‘등푸른 생선류’라는 뜻을 가진 ‘치차로’는 뚝섬역 근처 작은 와인바다. 미식의 도시인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을 여행해본 사람들에겐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질 공간이다. 그곳의 핀초바들처럼 작고 신선한 타파스 요리에 내추럴 와인을 곁들일 수 있다. 산세바스티안의 유명 타파스 바 ‘푸에고 네그로’와 벨기에, 호주 등 여러 나라의 핫한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은 이경섭 셰프가 흥미로운 와인과 음식 페어링을 소개한다. 오후 3시, 주방의 커다란 냄비에서 끓고 있는 고소한 비스크 육수가 허기를 불러일으킨다. 이것이 들어가는 새우 밥은 하루에 몇 그릇 못 내놓는 그야말로 정성의 맛! 4월부터는 대저 토마토에 산도가 좋은 토스카나 올리브유와 말돈 소금을 살짝 뿌리고 정어리를 얹은 요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 입 먹는 순간 펑키한 맛의 와인 생각이 간절해진다. 내추럴 와인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고른 셰프의 와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도 좋겠다.
3. 미아전
도산공원 근처 작은 골목길에 흥미로운 공간이 생겼다. 트렌드 리서치, 기획 등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열심히 달려온 두 여자가 만든 ‘전을 파는 작은 와인바’, 미아전이다. 와스프 컴퍼니를 이끌던 전능미, 백민주 실장이 본인들의 사무실 근처에 오픈한 아지트 같은 곳이다. 스페인을 자주 오가며 쌓아온 영감과 추억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윤두현 셰프가 주방을 책임지는데 대부분의 메뉴는 직원들이 함께 브레인스토밍하듯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내 만들었다. 이를테면 미아전의 베스트 메뉴인 닭발 편육은 특유의 모양과 형태를 쏙 감춰서 재료를 추측하기 어렵다. 제주도에서 직송 받은 달고기로 전을 두툼하게 부치고, 토마토소스와 꿀을 곁들인 달고기전과 입에 ‘착’ 감기는 특제 소스에 찍어 먹는 육전도 별미. 익숙한 전을 핑거푸드처럼 재해석한 시도가 귀엽고 새롭다. 와인 전문 회사인 위키드 와이프와의 협업으로 다양한 와인과 전 메뉴를 테이스팅해서 와인 리스트를 만들었다. 메뉴판 가득 요리 마다 잘 어울리는 추천 와인을 사려 깊게 설명해두었으니 부디 궁극의 마리아주를 느껴보시길.
4. 랄라 아시아
신사동 가로수길 골목길에 야자수가 우뚝 솟은 레스토랑이 있다. 전 세계 지도 위에 음식으로 촘촘하게 점을 찍는 다국적 레스토랑, 랄라 아시아다. 홍콩, 중국, 동남아 지역의 시그너처 음식을 새로운 식재료의 조합으로 풀어내는 이곳의 대표 메뉴는 바오. 두툼하고 보드라운 번 사이에 트러플&포르치니, 오렌지 제스트 소스로 맛을 낸 오리 콩피, 동파육 세 재료가 듬뿍 들어 있다. 바오에 차를 곁들이는 일명 ‘얌차세트’를 느지막한 오후에 즐기는 것도 좋겠다. 요즘처럼 상큼한 맛으로 입맛을 돋우고 싶은 시기엔 망고 퓌레 소스를 곁들인 치킨 요리를 추천한다. 빌라마리아나 워번 스톤 화이트 와인과 함께 먹으면 딱이다. 제철 조개와 토마토, 초리조, 링귀니면이 담긴 조개 스튜, 그린 커리 누들, 완탕면 등의 면요리는 선주후면을 즐기는 사람에겐 2차 장소를 물색하게 만들 테니. 두둑하고 푸짐하게 먹어두자.
- 피처 에디터
- 김아름
- 포토그래퍼
- 박종원, 김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