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도 입고 다니는 판국에 손톱에 색을 입히는 건 일도 아니다.
마크 괴링 (Marc Goehring) @marcgoehring
베를린을 기반으로 한 매거진, <032C>의 패션 디렉터이자 토탈 에이전트 소속의 스타일리스트 마크 괴링. 베를린의 분방하고 위태로운 하위 문화를 직접적으로 흡수하며 나고 자라서인지 하이 패션에 접근하는 태도가 독보적이다. 호화롭고 우아함으로 통용되는 하이 패션은 그의 앞에선 그저 우습고 재미있는 것이 되고 만다. 디올과 루이비통, 사카이, 라프 시몬스처럼 격식을 갖춰야 할 것 같은 힘 잔뜩 준 옷들이 신기하게도 작업복처럼 재해석된다. 그런 그가 자신 속에서 나름의 위트처럼 사용하는 장치는 ‘색’이다. 채도 높은 색의 옷들을 입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 틈에서 또 재미있는 건 옷차림에 맞추는 네일 컬러다. 그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주시하자.
월터 퍼스 (Walter Pearce) @walterpearce
월터 퍼스의 스타일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난잡하고 독특하며 괴짜스러우니까. 공통된 맥락을 찾을 수 없는 엉망진창인 그의 스타일과는 달리 월터 퍼스의 이력은 아주 화려하다. 그는 ‘미드랜드’라는 모델 에이전트의 대표이자 유능한 캐스팅 디렉터다. 그의 눈에 발탁된 생경한 얼굴의 모델들은 마르니와 구찌, 발렌시아가 등 동시대를 대표하는 브랜드들의 얼굴이 되곤 한다. 고작 23살에 불과한 이 청년의 화려한 경력처럼 화려한 건 네일 컬러다. 대체로 거의 매일 손톱엔 컬러가 더해져 있다. 재미난 건 그가 옷을 입는 태도처럼 덕지덕지라는 사실이다.
알레산드로 미켈레 (Alessandro Michele) @alessandro_michele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만든 구찌를 볼 때마다 머리가 복잡해진다. 끝을 알 수 없도록 펼쳐지는 수 많은 옷, 그 속에 품은 미묘하게 다른 면밀한 세부, 그리고 그 위에 더해진 화려한 액세서리. 그만의 유별한 탐미주의적 취향은 지금껏 패션 필드에서 전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하게 한다. 이처럼 보편적이지 않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그가 늘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반지와 네일 컬러다. 중세 시대에서 착안한 것이 분명해보이는 투박한 반지들을 겹겹이 더하고 화려한 색들을 곱게 손톱 위에 올린다. 말쑥한 차림에 야구 모자를 쓰는 그 엉뚱한 차림처럼 괴짜스러워 재미있다.
- 프리랜스 에디터
- 김선영
- 사진
- Instagram @marcgoehring @walterpearce @alessandro_miche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