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S/S 광고 이야기 Vol.2
영화 세트장, 춤으로 그리는 우아한 표정,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부터 래퍼까지. 블록버스터도 울고 갈 버라이어티한 2019 S/S 광고 이야기.
영화처럼
누구나 영화 같은 삶을 꿈꾼다. 사람들에게 패션에 대한 판타지를 심어줘야 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캠페인이 영화적 순간에 기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번 시즌 구찌는 봄/여름 캠페인을 통해 할리우드 뮤지컬의 황금기를 기념한다. 웅장한 무대와 계단으로 구성된 화려한 세트, 장난기 가득하고 익살맞은 분위기는 40년대와 50년대 뮤지컬 영화들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세계관을 떠올리게 한다. 타이론 레본이 촬영한 보테가 베네타의 따스한 이미지는 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이러한 이미지는 이탈리아의 신사실주의 영화에 담긴 삶의 방식에서 영향 받은 것이다. 윌리 반데페레가 연출한 프라다 캠페인은 자체 영상에서 일부를 추출해 할리우드 영화 포스터의 형식을 따랐다. 개봉을 앞둔 영화의 캐릭터 포스터처럼 재미난 느낌을 준다.
스포츠맨십
이번 시즌 아크네 스튜디오는 NBA 농구선수 러셀 웨스트브룩을 모델로 세웠다. 조금 과장해 트리플더블(한 경기에서 득점, 어시스트, 리바운드 등 3개 카테고리에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을 밥 먹듯 하는 그는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슈퍼스타다. 오클라호마주의 한적한 야외 농구 코트에서 데님을 입고 드리블하는 그의 모습은 정말이지 신선하다. 지제냐는 독일의 테니스 스타 알렉산더 즈베레프를 앞세웠다. 새로운 기능성 소재로 만들어진 슈트를 입고 기계와 테니스 경기를 펼치는 이색적인 모습을 감 성적으로 포착했다.
흑백의 카리스마
시즌 키 룩과 키 아이템을 흑백 사진으로 보여주는 캠페인은 컬러 일색의 캠페인 사이에서 그 자체로 존재감을 뿜어낸다. 벨루티 캠페인은 환하게 웃는 모델의 웃음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새로운 아티스틱 디렉터 크리스 반 아셰가 선보인 두 시즌 동안의 흑백 비주얼은 단연 최고였다. 생로랑은 래퍼 트래비스 스캇으로 섹시한 뮤지션의 이미지를 완성했고, 지미추는 커튼 뒤에 숨어 얼굴과 발만 내민 카이아 거버의 사진으로 임팩트를 남겼다. 프린트 의상으로 강렬함을 선사하는 지방시, 커다란 돌 덩이를 배경으로 빈스 왈튼의 카리스마가 빛을 발하는 알렉산더 매퀸도 흑백 사진 대열에 동참했다.
여행의 기술
여행은 그 자체만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캠페인 테마에서 빠지지 않는다. 스티븐 마이젤이 촬영한 끌로에의 캠페인은 그리스로 떠난 끌로에 걸들의 이국적인 여행을 서사적으로 그린다. 지중해와 태양, 이상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다양하게 묘사했다. 미우미우가 선사하는 강렬한 미장센은 여행의 과정을 보여준다. 도착도 출발도 하지 않은 개념의 이미지들은 위치도 시간도 정확하지 않은 가운데 모든 장소와 모든 시간을 아우른다. 바닷가로 떠난 로에베와 모래 언덕과 호수에 반사되는 상상의 세계로 떠난 조르지오 아르마니, 이비사의 리조트로 떠난 엠포리오 아르마니까지, 캠페인 속 장소를 보며 여름휴가를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 패션 에디터
- 정환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