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S/S 맨즈 컬렉션 속 모델들의 헤어스타일에서 트렌드를 짚어봤다.
가르마 전성시대
디올 옴므와 베르사체, 돌체&가바나 등 화제성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메인 쇼에 선 모델들이 하나같이 정갈하게 헤어 가르마를 탄 모습으로 런웨이에 등장했다. 언뜻 보기엔 그저 빗으로 쓱 가르마를 타고 포마드로 옆머리를 쫙 누르면 될 것 같지만, 가르마의 비율과 한 끗 차이의 볼륨감에 따라 얼굴이 멋져 보이기도, 못나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본인의 얼굴형에 맞는 스타일링이 필요하다. 시세이도 프로페셔널 교육부 이동현은 얼굴이 옆으로 넓다면 정가르마를 타되 옆 볼륨을 죽이고 위쪽 볼륨은 자연스럽게 살리라고 얘기한다. 반대로 얼굴이 세로로 길다면 2:8 비율의 사이드 가르마를 타고 위쪽 볼륨을 죽이고 옆 볼륨을 자연스럽게 부풀릴 것. 각진 얼굴형은 정가르마를 제외하고는 모두 괜찮지만 반드시 위쪽 볼륨을 살리라고 조언한다. 가르마 방향에 따라 앞머리를 사선으로 쓸어 올리듯 잡은 뒤 드라이로 3~5초가량 열을 가하고 3초 정도 식히면 자연스럽게 볼륨이 생긴다. 포마드보다는 적당한 고정력에 윤기도 더해주는 헤어 크림을 바른 뒤 스프레이로 고정하면 더 자연스러운 룩을 연출할 수 있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포마드를 발라 윤기 나고 기름 좔좔하게 넘긴 귀공자 스타일의 올백 머리가 돌아왔다. 비슷해 보이는 올백 스타일도 앞머리의 볼륨 여부에 따라 그 느낌이 천양지차다. 알렉산더 매퀸과 샬라얀은 볼륨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앞머리를 슬릭하게 넘겨 시크한 무드를 배가했다. “롤 브러시로 모발을 쓸어 넘기듯 빗으며 드라이 열을 준 뒤 식히며 고정시켜요. 원하는 질감에 따라 포마드나 스프레이를 바르고 손바닥과 드라이 열을 이용해 볼륨을 죽이며 다시 한번 눌러주세요.” 살롱하츠 김도경 실장의 이야기다. 에르메스나 폴 스미스, 레스 옴므의 모델처럼 앞머리에 볼륨을 주고 싶다면 롤 브러시로 뿌리를 뒤로 꺾어준 뒤 그 상태로 앞쪽으로 살짝 밀어 볼륨감을 만들고 드라이기로 열을 가하고 식히는 과정을 반복하며 고정한다. 모발 길이가 길면 그 무게감 때문에 볼륨감이 무너지기 쉬우니 아이론을 이용해 뿌리 볼륨을 살리길 권한다.
나 오늘 바람났어
바람 한 점 없는 쇼장에서 모델들만 태풍의 직격탄이라도 맞은 걸까? 펑첸왕, 팜 엔젤스, 요지 야마모토 등의 런웨이에 등장한 모델의 모습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삐죽빼죽한 헤어스타일 연출은 의외로 쉽다. 롤 브러시와 드라이 열을 이용해 모발의 뿌리를 뒤를 향해 강하게 꺾으며 말린 뒤 무스나 왁스를 발라 모발을 주먹으로 움켜쥐듯 구겨주면서 컬을 만들고 드라이 열을 다시 한번 쐬어주면 끝. 강한 고정력을 원한다면 하드 스프레이를 뿌려 마무리하길.
물미역이라 놀리지 말아요
젖은 머리, 일명 ‘웨트 헤어’가 진화했다. 비록 물미역처럼 늘어지는 다소 난해한 방식이긴 하지만 말이다. 메종 마르지엘라와 M1992 쇼에 선 모델처럼 ‘물에 빠진 생쥐’ 느낌의 완전히 젖은 헤어 스타일을 연출하고 싶다면 타월 드라이만 한 모발이나 분무기를 뿌려 적신 머리카락에 무스를 골고루 발라 스타일링하고 젤이나 포마드를 이용해 스타일을 고정해줄 것. 이때 드라이기를 사용하면 모발이 다시 건조해지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마르길 기다려야 한다. 만약 볼륨과 컬 느낌이 살아 있는 웨트 헤어를 연출하고 싶다면 아이론으로 컬을 미리 잡아준 뒤 무스를 바르고 굳히고를 반복하거나 글로시한 질감을 표현해주는 제품에 오일 타입 에센스를 1:1로 섞어 모발을 조물조물 만지며 실루엣을 잡아준다.
뽀글뽀글 라면땅 머리
이번 시즌 맨즈 컬렉션에선 유독 18세기 프랑스나 빅토리언 시대 귀족 초상화에서나 볼 법한 컬이 강한 헤어스타일이 눈에 띄었다. 삐쩍 마르고 얼굴이 조막만 한 유럽 소년에게나 어울릴 것 같은 이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헤어 숍에 간다면 아주 강한 컬이 들어간 히피펌이나 베이비펌, 스프링펌을 해달라고 하면 된다. 숍마다 특정 헤어 시술을 부르는 이름이 제각각이라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확실한 소통 방법이라고. “시술 후 모발 길이가 짧아지는 것까지 감안했을 때, 적어도 5~7cm 이상은 되어야 컬을 말 수 있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커트 선이에요. 숱이 많거나 층이 없으면 자칫 삼각김밥 모양처럼 부해 보일 수 있거든요.” 김도경 실장의 설명이다. 셀프 스타일링을 하고 싶다면 폭이 6~10mm 정도 되는 플랫이나 라운드형의 아이론을 준비할 것. 모발이 겹치지 않게 섹션을 잘 나눈 뒤 뿌리부터 모발 끝까지 강하게 마는데, 강한 열로 인해 모발이 건조해질 수 있으니 아이론을 사용한 뒤엔 컬 크림이나 헤어 에센스를 바른다. 마지막으로 꼬리빗의 꼬리 부분을 이용해 부분적으로 뭉친 컬을 풀어주면 끝!
뱅뱅뱅
예전 같았으면 “어디서 쥐가 파먹은 거 같은 머리를 하고 나타났어”라고 귀가 아프도록 잔소리를 들었을 아주 짧은 뱅헤어가 런웨이 곳곳에서 포착되었다. 아크네 스튜디오와 닐 바렛, 오프화이트의 모델은 마치 자를 대고 자른 듯 일자 반듯한 쇼트 뱅을 선보였고, 발맹과 블라인드니스,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들쭉날쭉한 앞머리 크롭트 컷을 자랑했다. 프리랜스 헤어 스타일리스트 오종오는 “길이를 애매하게 두지 말고 과감하게 잘라야 쇼트 뱅 특유의 개성을 살릴 수 있어요. 볼륨을 살리면 촌스러운 바가지 머리처럼 보일 수 있으니, 질감으로 포인트를 주세요. 다운펌으로 모발을 눌러준 뒤 광택감이 있는 왁스를 발라 결을 살리며 눌러주면 세련된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답니다”라 말한다. 미처 다운펌을 하지 못했다면 손바닥으로 앞머리를 누르며 드라이해 볼륨을 가라앉히고 소량의 왁스를 손에 비벼 모발에 전체적으로 툭툭 털어주며 질감을 표현해도 좋다.
- 뷰티 에디터
- 김선영
- 포토그래퍼
- JAMES COCHRANE, JASON LLOYD EVA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