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햇빛, 그리고 고양이. 만인의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첫 회고전이 개막한다.
1천19억원. 생존 작가 중 역대 최고가 작품의 주인공, 영국 출신 (게이)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회고전이 3월 22일부터 8월 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48만여 명의 관객이 몰린 2017년 그의 80세 생일 기념 회고전을 꾸린 테이트 미술관이 공동 기획해 80여 점의 주요 회화 및 판화 작품을 공개한다. 이번 전시에 포함된 ‘더 큰 첨벙’은 그가 1963년 처음 방문한 뒤 1979년부터 정착해 지금까지 거주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의 풍경과 긴밀히 연관된 일련의 ‘스위밍풀’ 회화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아이콘이다. 1967년에야 동성애가 합법화된 영국 사회에서 호크니는 일찍이 런던 왕립예술대학 재학 시절(1959~62년)부터 자신의 성 정체성을 직간접적으로 표출하는 회화를 제작했다. 그런 와중 로스앤젤레스에서 경험한 날마다 쏟아지는 햇빛, 육체를 마음껏 드러내는 청년들의 모습은 통찰적 응시, 신체와 감각과 움직임, 관점에 따른 풍경 등에 대한 그의 실험에 불을 붙였다. 그는 무엇보다 이 모든 시각적 욕망이 폭발하는, LA 집집마다 갖춰진 스위밍풀에 매료됐으며 물 표면에 머무는 잔상과 그 너머의 대상을 화면에 담기 위해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했다. ‘더 큰 첨벙’은 맑은 하늘, 1960년대식 모더니즘 건물, 스위밍풀에 담긴 물을 불투명한 색 면으로 틀어막고/열고 찰나의 물보라만을 세필로 무려 2주간 천착해 완성됐다.
또한 호크니 특유의 대형 2인 초상화 중 걸작 ‘클라크 부부와 퍼시’도 방한한다. 부부라고 하기에는 제3자인 화가/관객을 매혹적으로 바라보는 이 커플의 시선에는 뒤편에 열린 발코니 창문으로 언제든지 폴짝 뛰쳐나갈 것 같은 무릎 위 고양이의 시선처럼 충동적 감각이 서려 있다. 호크니의 초상화는 인물 간의 미묘한 관계와 긴장감, 주변 사물 및 풍경에 담긴 알레고리로 충만하다. 이 밖에 전후 영국 사회에 감돈 긍정적 에너지는 물론 1980년대 에이즈 위기 시대에 만연한 죽음에 대한 반응이 뒤섞인 색채의 폭발, 사진기, 비디오, 아이패드 등의 기술적 관점을 빌려 ‘지금 여기’를 평면에 담고자 했던 숱한 노력, 2018년 노르웨이 왕실의 ‘Queen Sonja Print Award’ 평생공로부문 수상에 빛나는 주요 석판화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 글
- 탁영준(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