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가 음악이 될 때 (식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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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정규 음반 <FL1P>으로 돌아오는 식케이.

뮤지션 [tagSearch cont=’식케이’]가 지나온 5년의 시간을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규칙, 현실, 태도, 인정, 변화, 뿌리, 그리고 시작. 그가 첫 정규 음반 <FL1P>로 돌아온다.

투명한 레인코트와 데님 팬츠는 캘빈클라인 진 제품.

화보 촬영 좋아하나? 사진 찍히는 거 좋아한다. 할 때마다 달라서.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나? 조금 덜 클래식하고 싶다는 의견만 냈다.

곡 작업량이 많기로 유명하다. 촬영도 일의 일부인가, 그저 즐기는 건가? 일이긴 한데 촬영 전 회의 과정부터 재밌다. 나의 인프라만으로 보여주기 어려운 부분을 드러낼 수 있으니까.

최근작 ‘FIRE’는 확실히 의외였다. 힙합과 알앤비라는 특정 범주에서 벗어난 곡이라 말하면 어떨까? 예전엔 밴드 사운드를 빌려 곡을 만들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계속 이것저것 해보다가 다시 시도해봤다. 마일드한 힙합 반, 록 사운드 반 정도 느낌으로. 진작부터 계획해온 곡 중 하나다.

힙합 반 록 반보다 더 멀리 나갈 수도 있나? 새로 나올 정규 음반에 더 나간 곡이 있다. 록 사운드 80에 힙합 20 정도.

지난해 싱글 ‘X발’과 ‘FIRE’를 지나며 본격적으로 ‘트래비스 스캇으로부터 벗어나는 듯하다’는 반응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 변화를 통해 그간의 레퍼런스 논란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맘도 있었나?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요새는 최근에 열광한 음악보다 원래 좋아하던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모두들 그런 것 같다. 내가 존중하는 주변 아티스트들이랑 이런 주제로 얘기를 나눠봤는데 똑같더라.

‘백 투 더 루츠’인가? 그쯤이야, 거기구나, 라는 느낌? 하지만 지금에서 멀리 벗어난다기보다 다시 찾는다는 감각에 가깝다.

그런 곡을 만들 땐 좀 다른 기분인가? 피처링 요청이 들어올 때나 프로듀서들이 종종 이렇게 말할 때가 있다. 아, 이 곡 식케이랑 딱이라고. 진짜 딱 맞긴 하다. 근데 비슷한 곡이 계속 오면 매번 새로운 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제는 어울리는 곡 말고 아무거나 달라고 한다. 거기서 나만의 해석을 하는 거다. 예를 들어 제목도 안 정해져 있고 비트만 있는 걸 받으면 약간 설렌다.

뼈대만 있는, 백지 같은 노래를 선호하는 건가? 훨씬 재미있다. 일단 줘봐, 완성한 거 듣고 말하라고. 결과적으로 백발백중 거의 다 성공했다.

검정 슈트 재킷과 셔츠는 베르사체, 반지와 귀고리는 스페이스 오디티 제품.

작업량으로만 따지면 정규 음반 몇 장을 냈어도 이상하지 않다. 곧 발매되는 첫 정규 음반 <FL1P>은 왜 하필 지금인가? 2016년에 낸 EP <FLIP> 이후 지금까지 여러 EP와 싱글을 다 다르게 해봤다. 덕분에 내가 뭘 제일 잘하고 어떤 걸 신나 하는지 알게 됐다. 그 2년간 내게 일어난 여러 변화와 감성을 담고 싶었다. 그래서 음반 이름도 <FL1P>으로 지었다. 1집이니까 알파벳 I를 숫자 1로 바꿔서. 또 사람들이 워낙 ‘<FLIP>은 인정’이라 말하기도 하고 (웃음).

자신의 음반 중 <FLIP>을 가장 뛰어난 음반이라 여기나? 음… 나는 <H.A.L.F>. 사운드의 분기점이 된 EP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정규 1집과 기존 EP들 간의 가장 큰 차이는 뭔가? 진짜 안 하던 걸 했다. 사람들과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삶에 대한 얘기도 담아봤고. 한동안 뭔가 대중가수 이미지가 더 굳어지는 듯했다. ‘식케이는 항상 사랑 노래만 한다’거나. 근데 내가 그렇게 사는 사람이니까 어떻게 보면 그게 제일 힙합인 거다.

지난 2017년 <W>와의 인터뷰에서 “랩스타보다 팝스타가 되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뿌리는 지키고 싶은 거지. 그러면서 어디로 향하는지 모를 음반? 어디론가 튀는 앨범이다. 정말 시작이라는 기분이다. 끝이 있는 과정. 이 과정의 시작을 통해 끝을 봐야 한다.

그 끝엔 뭐가 있나? 모르겠다(웃음). 너무 먼 일까지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끝보다는 지금을 생각하는 사람 아닌가? 유행이야말로 순간으로서 영원하고 그중 최고가 고전으로 남는다 믿는. 유행한 건 클래식이 될 수밖에 없다. 강렬하게 인상을 남긴 것들. 트렌드세터. 서태지는 1994년에 태어난 나는 물론이고 하온(HAON)이도 안다.

특히 어떤 요소가 그런 강렬함을 만든다고 생각하나? 전부 다 잘해야 한다. 비주얼은 물론이고 요즘은 SNS를 통해서도 한 사람이 평가되는 시대다. 그런 시대 흐름에 맞춰나가는 것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항상 신선함을 고민해야 하고. 실력 반 태도 반인 것 같다.

태도란 꽤 모호한 말이다. 멋진 태도의 기준은 뭔가? 나는 현실적인 사람이다. 뭔가 하나를 하더라도 이걸 통해서 내가 뭘 얻을 수 있겠다, 어디까지 갈 수 있겠다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현실적 비전을 갖고 그 이상을 현실로 기어이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진짜 멋있지. 얘기만 해봐도 안다. 헛된 상상을 하는 사람인지, 제대로 보여줄 만한 사람인지.

그런 측면에서 래퍼의 가사가 곧 태도이기도 하다면, 식케이는 가사에 자신의 야망이나 성취를 표현하지 않는 편이다. 이미 많은 래퍼들이 그런 주제의 가사를 썼으니까. 아, 이번 정규 음반에선 자랑 한 번 제대로 했다. 사실 워낙 밖에 안 돌아다녀서 이렇게 나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신기하다. 내 음악 듣는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

다이아몬드 패턴이 들어간 아이보리 색상의 가죽 재킷은 생로랑 by 무이, 검정 데님 팬츠는 리바이스, 스니커즈는 바나나핏, 짧은 목걸이는 아하마, 긴 목걸이는 트렌카디즘, 오른손 약지에 낀 반지는 스페이스 오디티, 왼손의 반지는 코디샌더슨 제품.

한편으로는 말과 행보, 지향점과 실제 위치가 어긋나지 않는다는 인상이랄까. 과한 자의식 대신 자연스레 대중과의 접점이 중요하다 말하고 있기도 하고. 나는 챙길 거 잘 챙기는 사람이다. 성취감으로 사는 사람이고. 도전해서 작업을 완성했을 때 비로소 진짜 인정받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어그로 끄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감당할 수 없는 건 생각을 안 하는 편이고. 예를 들어 차를 산다고 쳐도 그때부터 계산한다. 현실적인 사람이니까. 수중에 1억원이 있는데 8천만원짜리 차를 사진 않는다. 가사도 당연히 솔직하게 쓰려고 하고.

살며 룰을 정해놓고 지키려 노력하는 사람인가? 룰보다는 계획? 나름 규칙적이다. 좀 심하면 내일 뭐 먹을지도 미리 정해놓고. 그래서 약속을 많이 까먹는다. 내 계획 때문에(웃음).

지금 가장 가까운 계획은 뭔가? 음반 내고 월드 투어하고 단독 콘서트도 열고. 이번엔 아트워크를 비롯한 비주얼 끝판왕을 찍고 싶다.

벌써 데뷔 5년 차다. 그 숫자가 다짐 같은 게 되기도 하나? 5년 차라고 생각하면 한 게 없다. 지금 5년 동안 한 거 앞으로 2년 안에 한 번 더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만큼 작업물을 많이 낸다는 말은  니고, 그만큼 빡세게.

이미지 소모에 대해서도 생각하나? 밖에 자주 안 나가니까 자연스럽게 소모되지 않는 것 같다. 누가 날 클럽에서 봤다거나 그런 얘기를 하면 어이가 없다.

어쩌면 그게 스타의 태도 아닐까? 동네가 아니라 무대에서만 볼 수 있는 아티스트로 남는 것. 나한테 제일 중요한 건 녹음하는 일이다. 간혹 목소리가 안 나오면 너무 답답하다. 잠을 못 자거나, 아프거나. 그럴 때마다 당장 프로듀싱이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목소리 관리를 잘 못한다. 계속 작업하다 보니.

흰색 반소매 티셔츠는 H&M 제품.

정말 일만 하나? 어지간해선 잘 안 나간다. 이를테면 이태원 나가도 케밥만 먹고 집에 간다. 그리고 다시 작업한다.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때문에 그런지.

시간이 없다고 느끼나? 어린 동생들이 물어보면 앨범 많이 내지 말라고 한다. 한 곡으로 기억되는 게 훨씬 임팩트 있다고. 다작하다 추진력 떨어지면 큰일 난다고. 물론 나는 많이 냈다. 어린 친구들보다 늦게 시작했고, 지향점과 실제 위치나 능력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빨리 따라잡아야 했으니까. 일어나면 곧장 일했다. 또 나는 겪어보고 체득하는 타입이다. 후회할 짓은 아예 안 하려고 했는데, 반면 아닌 걸 알려면 경험해봐야 하지 않나? 지금까지 큰 실패를 맛본 적은 없지만 아직 두렵진 않다.

결국 성패를 가르는 건 얼마나 위험을 감수하는가의 문제인 듯싶기도 하다. 특히 새로움이 목숨 같은 힙합 신에서라면 더욱. 무조건 해야 된다. 그것도 맡은 일만 할 게 아니라, 일을 잡고 만들어야 한다.

일 벌리는 제작자 식케이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음반 콘셉트를 비롯한 대부분의 것을 적극적으로 조율하는 듯 보이니까. 욕심은 있다. 그런데 일단 나를 좀 더 제작해보고.

구겨진 듯 주름이 살아 있는 흰색 셔츠는 요지 야마모토, 허리에 끈이 장식된 데님 팬츠는 피어오브갓 by 무이, 액세서리는 모두 유니제이 제품.

패션 에디터
정환욱
유지성
포토그래퍼
목정욱
스타일리스트
이동연
헤어
이현우
메이크업
오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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