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불러,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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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배우 조 알윈을 자꾸 ‘테일러 스위프트의 남자친구’라고 부르는 건 미안한 일이다. 그는 할리우드의 새로운 주인공이니까.

셔츠는 샤르벳, 팬츠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모자는 Lock & Co. 해터스, 양말은 폴케 제품.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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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살, 런던에서 태어난 이 배우는 이안 감독의 2016년 작 풍자극인 <빌리 린의 롱 하프타임 워크>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이후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 샬롯 램플링과 함께 출연했다. 떠오르는 재능을 금방 알아본 건 칸이다. 조 알윈(Joe Alwyn)은 2018년 칸 영화제에서 신인 배우상인 ‘트로페 쇼파르’를 수상했다. 이전에는 마리옹 코티야르와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같은 배우가 이 상을 받았다. 조 알윈은 라이징 스타답게 자신을 과시하며 걷기보다는 은밀하게 몸을 숨기는 사람처럼 보인다. 평소 옷차림마저 튀지 않도록 절제하는 것 같다. 그가 아무리 노력한들, 존재를 감추는 일은 점점 쉽지 않을 것이다. 조 알윈이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와 함께 타블로이드지를 장식하는 인물이어서만은 아니다(그들은 터키와 카이코스 제도, 그리고 런던에서 휴가를 함께 보냈다!). 그는 여러 신작 개봉을 앞두고 있고, 그의 연기력과 스타성은 ‘테일러 스위프트라는 인생의 조연’ 같은 역에서 벗어나게 해줄 테니까.

신인인 그가 비교적 짧은 출연 시간에도 불구하고 아주 돋보인 작품은 니콜 키드먼, 러셀 크로, 루카스 헤지스가 출연한 <보이 이레이즈드>다. 조는 ‘게이 치료 과정’을 견디는 목사의 아들로 나왔고, 사실상 그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이다. <보이 이레이즈드>의 감독이자 주연 배우인 조엘 에저튼은 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선택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에게 달려 있어요. 왜냐면 그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거든요. 이 영화에 짧게 출연할 뿐이지만, 상냥하고 친근하고 온화한 것부터 자기중심적이고 극악무도한 것에 이르기까지 매우 흥미로운 스펙트럼을 완성했어요. 달콤하고 로맨틱한 주연을 쉽게 연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브래드 피트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그는 사실 어두운 성격의 역할을 추구하는 타입입니다.”

이 정도면 인터뷰를 앞둔 기자가 충분히 기대를 품을 만하다. 그러나 할리우드의 새로운 구원자를 발견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 그는 ‘누구? 저요?’라는 표정을 지으며 답한다. “제가 뭐라고 해야 하죠?” 젊은 얼굴과는 사뭇 다른, 깊은 목소리. “처음부터 영화계의 톱 배우 및 감독들에게 배울 수 있었던 건 물론 행운입니다. 보통은 그렇지 않거든요.” 그는 몇 달에 한 번씩 먼지 나는 먼 지역에서 일해야 했던 다큐멘터리 감독 아버지와 심리치료사 어머니의 아들로서, 어렸을 때 연기에 특별히 관심을 갖진 않았다고 기억한다. “그런데 어릴 때 연극을 하긴 했나 봐요. 엄마가 최근 지하실에서 명백한 증거를 발견했거든요. 그 증거물은 제가 여섯 살 즈음 〈벅시 말론〉의 무대에서 찍은 홈 무비예요. 아, 제가 벅시를 연기한 건 아니에요. 다만 형을 바라보면서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을 뿐인데, 그러다 어느 순간 넘어지면서 관객들의 바다에 빠져버려요.” 어릴 적 조는 고전 영화를 많이 봤고, 어머니와 함께 연극을 보러 극장에 자주 갔던 일을 떠올렸다. 열세 살 무렵, 올드빅 극장에서 벤 휘쇼가 출연한 <햄릿>을 보러 간 특별한 외출은 분명히 그의 흥미를 자극했다. “그에게서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을 기억해요. 제가 그 나이에 햄릿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하면 웃기는 일이지만, 그때부터 왠지 모르게 제가 연극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느꼈어요.”

브리스톨 대학에서 영문학과 연극을 전공한 후, 조는 ‘로열 센트럴 스쿨 오브 스피치 앤 드라마’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기본적으로 저와 학교 친구들이 유명한 TV 드라마에서 한 장면을 골라 연기하고 서로 촬영을 합니다. 그리고 우리를 캐스팅하길 바라면서 비디오를 에이전트에게 보내죠. 저는 <오렌지 이즈 뉴 블랙>의 한 장면을 연기했는데, 사실 그 드라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어요. 연기엔 아무 맥락도 없었고, 모두들 영국 억양으로 연기했죠. 그게 어쨌든 효과가 있었어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조는 〈빌리 린의 하프타임 워크> 오디션을 위해 이안 감독을 만났다. 벤 파운틴의 소설이 원작인 그 영화는 이라크전에 참전했다가 영웅으로 떠오르며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에까지 동원된 분대원 일곱 명에 관한 이야기다. 이안 감독은 더 유명한 배우를 캐스팅하자는 제작사의 의견을 뿌리치고 조를 캐스팅했고, 함께 출연하는 배우끼리 유대감을 키우게 하려고 2주간 신병 훈련소에 배우들을 보냈다. “조가 아직 스타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그는 영화를 어깨에 메고 다닐 수 있을 정도거든요. 키, 외모, 특히 목소리, 다양한 억양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 등등, 만능 배우죠. 또 카메라 앞에 서면 모든 것을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그의 몸에 흐르는 피보다 조금 차가운 그의 가장 사적인 생각까지.” 이안 감독이 조에 대해 하는 말이다.

그러나 조 알윈을 확신하는 감독들에 비해 그는 스스로를 확신하지 못하는 편이다. 같이 작업하는 출연진과 제작진에게도 계속 질문을 던지는 타입. “이 업계에서 질문을 멈춘다면, 그건 스스로를 속이는 거예요.” 그가 노련한 베테랑처럼 현명하게 말했다. 또한 그는 개인적인 질문에 대답하고 모든 것을 공개하면서도, 동시에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는 데에도 확실히 능숙하다. 인터뷰를 마치려고 할 때, 조는 시간을 체크했다. 그때 왼쪽 소매에 감춰진 우아하고 작은 다이얼의 파텍 필립 시계가 드러났다. 혹시 테일러 스위프트가 선물로 준 것일까? “이건, 선물이에요.” 선물은 선물이라고 솔직히 답하되 누구로부터 받은 선물인지는 밝히지 않으면서, 그는 조용하고도 자신만만하게 자리를 떠났다.

피처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PAUL WETHERELL
Horacio Silva
스타일리스트
Tom Guinness
헤어&메이크업
Matt Mul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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