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루키 vol.2 김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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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신진 디자이너 3인을 만났다. 세계로 나아갈 이들의 무한한 잠재력과 아이디어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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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첫선을 보인 이래 특유의 볼륨감 있는 맨투맨으로 인기를 얻은 찬스찬스의 김찬.  모델로 활동하며 디자이너의 꿈을 키운 그는 행운이 넘쳐나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한 이름 덕분인지 브랜드만의 색깔과 그에 어울리는 작업으로 한 단계씩 발전해왔다. 그리고 2019 S/ S 서울패션위크에 드디어 첫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선보였다. “쇼 후에 컬렉션 데뷔를 축하한다는 고마운 메시지를 많이 받았어요. 사실 ‘이번 시즌부터 꼭 쇼를 하자’해서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한정된 아이템이라도 작업하는 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그동안 패딩을 찍으러 이집트에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거나 ‘도쿄 다이어리’라는 시리즈로 일본 가마쿠라에 가서 촬영하는 등 시즌마다 테마를 정해서 의상을 소개했거든요. 이번엔 컬렉션 주제를 가장 잘 부각할 수 있는 매체로 쇼를 택한 거예요. 콘셉트가 축구 응원 가는 거였죠.” 흥미롭게도 그의 쇼 프런트로 한 자리에는 ‘호날두 님’이라는 VIP 좌석 이름이 붙어 있었다. “네, 분명히 초대했는데, 아마 DDP까지 오는 지하철 환승을 잘못했나 봐요(웃음).” 유머 넘치는 그는 실제로 호날두의 열혈 팬이라고. “축구를 정말 좋아해서 전부터 돈을 모아 혼자서 해외 원정 응원을 다니고 있어요. 축구 경기장 안팎에서 보고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말로 형언할 수가 없죠. 그렇게 제가 직접 느낀 현장감을 이번 컬렉션에 그대로 가져 오고 싶었어요. 응원 머플러를 주요 모티프로 축구와 호날두에 대한 애정을 옷에 녹였죠. 정장에 축구 클럽 머플러를 두르고 응원에 나선 직장인의 모습도 차용했고요. 일부러 외국인 모델을 많이 런웨이에 세웠어요.” 다같이 응원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는 그는 객석에 실제로 응원 머플러를 하나씩 준비해두는 센스도 발휘했다.

CHANCE CAHNCE 2019 S/S

CHANCE CAHNCE 2019 S/S

옷을 정말 많이 입어봤고, 좋아하기 때문에 무엇을 하든 예쁘게 할 수 있다고 당당히 말하는 김찬은 찬스찬스를 음식에 비유해 달라는 질문을 던지자 이렇게 답했다. “우유요. 파스텔 톤 같은 모호한 색을 띤 우유요. 처음부터 ‘색’을 잘 쓰고 싶었고 ‘색’으로 옷을 시작하고 싶었어요.” 이번 시즌 그는 톤 다운된 빨강, 검정, 크림색으로 유럽 축구 클럽의 무드가 풍기는 컬렉션을 완성했다. 색 조합에 천재인 라프 시몬스는 김찬이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프런트로 호날두 자리 옆에 라프 시몬스의 자리도 마련해놓을 만큼 말이다. “2008 S/S 라프 시몬스의 옷을 처음으로 접했는데 보자마자 좋아하게 됐어요. 그가 색을 이해하고 매번 새롭게 조합하는 전무후무한 스타일은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고 신나요.”

모델 경험에 디자인도 하고, 직접 사진도 찍는 다재다능한 김찬이 또 좋아하는 건 무엇일지 궁금했다. “그림 그리기요. 어릴 적 집안 형편이 어려워 TV가 없었어요. 디즈니 책 시리즈가 있었는데, 제 하루 일과가 바로 그 책 속의 그림을 보고 똑같이 그려보는 거였죠.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림 그리는 게 좋아요. 최근엔 볼링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다음 시즌 테마를 귀띔하자면, 볼링이 아닐까 싶어요!”

CHANCE CAHNCE 2019 S/S

CHANCE CAHNCE 2019 S/S

첫 쇼를 겪으며 옷 외에 스타일링과 소소한 디테일까지 신경 써야 해 많은 것을 배웠다는 김찬. 찬스찬스가 캐주얼한 맨투맨으로 시작한 브랜드라는 것이 그가 앞으로 쇼를 진행하는 디자이너로서 한계가 되지 않을까? “심플하게 시작한 브랜드여서 찬스찬스 의 스펙트럼이 아직 넓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이 브랜드를 유지해야 하나, 아니면 아예 새로운 레디투웨어 컬렉션에 도전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일단은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어요. 여성복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 옷에 제 그림을 담기도 할 거예요. 제가 사랑하고 몰두하는 모든 것을 다양한 작업 방식을 통해서 진정성 있게 보여주고 싶어요.” 인터뷰 막바지에 김찬은 든든한 조력자인 직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제가 눈물이 많거든요. 첫 쇼라 흥분됐지만, 부족한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피날레에서 많은 생각이 떠올라 눈물을 꾹 참았어요. 제가 울어버리면 고생한 직원들이 실망할까 봐요. 저보다 더 멋진 걸 할 수 있는 우리 동생들과 앞으로 행복하게 일하고 싶어요!”

패션 에디터
백지연
포토그래퍼
고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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