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가 일본풍의 만화 즉 ‘망가(Manga)’에 빠졌다. 최근 새롭게 선보여진 몇몇 컬렉션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망가’라는 코드 아래 교집합을 갖는다.
그 첫 번째는 지난 11월 26일 망가에서 영감을 받은 캐릭터 컬렉션을 선보인 발렌티노. 2019 프리폴 컬렉션을 도쿄에서 선보인 것을 기념해 긴자 식스 스토어를 일본의 전통과 현대적 요소들로 꾸민 ‘TKY 컨셉 스토어’로 변신시켰고, 그 중 지하 1층을 ‘VLTN 카와이 룸(Kawaii Room)’ 구성했다. 놀이동산을 방불케 하는 인스톨레이션 속에 브랜드의 상징적인 동물인 나비(TKY), 호랑이(VEE), 용(EL), 뱀(TEE), 팬더(EN)를 망가 캐릭터화 시켜 스터드 백을 비롯해 티셔츠, 백 참 등 다양한 아이템에 적용한 캡슐 컬렉션으로 채운 공간이었다.
한편 마르지엘라는 2018 가을/겨울 아티즈널 컬렉션의 14번 룩에서 선보였던 야미 카와이(Yami Kawaii) 프린트를 2019 봄/여름 컬렉션에 다시 한번 활용했다. 지난 9월 파리 컬렉션 기간에 진행된 프레젠테이션에서 야미 카와이 프린트를 입은 스니커즈, 타비 슈즈, 5AC 백들이 선보여졌다.
이 흐름은 국내에서도 나타났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기준’의 2019 봄/여름 프레젠테이션이 열린 스튜디오 콘크리트에는 만화 주인공의 실사판 같은 초록 가발의 마네킹이 설치됐다. 자연스레 세일러문이 떠오르는 옷들은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이집트의 집시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들이다. 디자이너 김현우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질적인 두 요소를 조화롭게 버무려냈고, 그 결과 론칭 이후 두 번째 컬렉션인 이번 컬렉션을 통해서 기준만의 독창성을 더욱 확고히 했다.
영한 감성, 즐기는 패션에 대한 키워드가 떠오르는 지금, 동양적 무드의 망가는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만화의 허구성과 패션이 추구하는 판타지가 만났을 때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는 또 어떻고!
- 디지털 에디터
- 진정아
- 사진
- Courtesy of Valentino, Maison Margiela, Kijun, Instagram @kijun_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