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책을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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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란 무엇인가? 색깔이 다른 개성 넘치는 네 책이 그것에 대해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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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작들 3> 임희윤 | 꿈꾼문고

책을 편 당신은 갸우뚱할지도 모른다. ‘정말이지 망할 놈의 작품들이다’라며 명반을 ‘디스’하는 어느 음악 애호가의 고백이라니.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커트 코베인 씨께, 죄송합니다. 저희 회사는 극도의 염세와 자기 파괴를 그 어떤 경우에도 장려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음반을 낼 수 없는 이유’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핑크 플로이드, 켄드릭 라마, 데이비드 보위 같은 거장들에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퇴짜를 놓는 발칙한 금서다. <동아일보> 음악 전문 기자인 저자 임희윤은 서문에 이렇게 썼다. “무한 추천과 임의 재생의 시대에 아직도 음반을 사는 바보들에게 바친다.” 그러니까 <망작들 3>은 ‘반어법’과 ‘블랙유머’를 장착한 문장으로 격렬하게 ‘앨범을 플레이어에 넣으라’고 호소하는 이 시대 가장 전위적인 음악책이다.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김목인 | 열린책들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의 첫 에세이집이 나왔다. ‘음악가를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라는 질문에 지극히 사적이고 세밀하며 이따금 웃기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음악을 한 지 십년이 넘은 그에게 사람들은 자꾸만 되묻는다. ‘공연 안 할 때는 뭘 하나요?’ ‘홍대에 가면 만날 수 있나요?’ 김목인은 음악가라는 직업에 유독 짙게 씌워진 통념을 유쾌하게 뒤집는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문장은 자꾸 뒤로 되감기 버튼을 누르게 된다.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 왜 열몇 곡이 담긴 앨범을 내느라 고생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세상에는 앨범을 만들려고 음악을 시작한 사람들이 있다. 동그란 판에 아직 뭘 넣을 수 있는 한 <앨범적 사고>는 계속된다.”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 강일권 외 46명 | 태림 스코어
시간의 힘이 만들어낸 책이 있다. 음악 평론가, 음악 전문 기자, 음악 방송 피디 등 47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 대중음악사의 한 챕터가 정리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2017년 9월부터 시작된 대장정 프로젝트다. 각자 취향도 관점도 다를 테지만, 이들은 투표를 통해 1위부터 100위까지 좋은 음반, 숨은 음악, 기억해야 할 아티스트의 이름을 정리했다. 1위 음반으로 선정된 유재하부터 듀스, 조용필, 에프엑스 등 다채로운 스펙트럼이 흥미롭다. 전문가의 사려 깊은 음반 리뷰는 독자의 음악적 세계관을 확장시켜준다. 듣는 것만큼이나 읽는 것 또한 음악을 애호하는 방법임을 이 책은 말해준다.

<D.I.Y 뮤직 가이드북> 김민규, 단편선, 하박국 | 소소북스
음반도 셀프 제작이 되나요? 이 책은 ‘Yes’라고 명쾌하고 경쾌하게 답해준다. 음악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Do It Yourself’라고 지속적으로 용기를 북돋는 에너지드링크 같달까. 홈 레코딩 장비 구입 노하우부터 녹음 이후 믹싱과 마스터링이 진행되는 과정, 공연장을 대관하고 포스터와 보도자료를 직접 제작하는 업무까지.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방식으로 음악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을 준다. 독립적인 음반 하나가 완성되는 과정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음악에 대한 관점과 태도를 새롭게 해주는 책이다.

피처 에디터
김아름
포토그래퍼
이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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