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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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솔로, R&B 싱어송라이터’라는 요건을 충족하는 신인의 등장은 언제나 반갑다. 몽환적인 무드에 미지의 공간이 펼쳐지는 사운드 정경을 그리는 음악. 힙합 R&B 레이블 밀리언마켓에서 쏘아 올린 달, ‘Moon’을 만났다.

점퍼와 팬츠, 톱은 모두 혜인 서 제품.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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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이라는 이름의 의미는 뭔가? 일단, 성이 문씨다(웃음). 사운드 클라우드 계정에 음악을 올릴 때 임시로 ‘문’을 써둔 게 시작이다. 말의 의미야 사실 억지로 갖다 붙여 만들 수도 있는 거고, 이름은 고유명사니까 살리는 대신 다 덜어내고 성만 남겼다. 나를 불러주는 사람이 의미를 부여해주면 좋겠다.

10월 31일에 데뷔 싱글 ‘Million’을 발표했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공간이 낯설고 광활한 자연인 데다, 거기서 있는 당신의 이름이 중첩되면서 이 세상 같지 않게 다가온다. 곡의 몽환적인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고. 이국적인 느낌을 내고 싶었다. 실내 공간 외 로케이션은 대부분 LA에서 촬영했다.

세상에 첫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특별히 강조하고 싶었던 점은 뭔가? ‘신선함’. 후렴에서는 내가 제대로 노래를 부르지만 대개 노래인 듯 중얼거림인 듯 모호하게 불렀고, 가사에서는 돈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사실 내가 제일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게 돈은 아니다. 다만 ‘내 앞길이 창창할 것이다, 돈도 많이 벌 것이다’ 같은 이야기를 한국에서 여자 뮤지션이 풀어내면 신선할 거라고 봤다. 원래는 그렇지 못했는데, 요즘 들어 여러 요인 때문에 나도 여성 아티스트로서의 자각을 조금씩 갖게 된다.

도끼가 드물게 데뷔 아티스트의 곡에 피처링을 했다. 도끼 랩 파트를 듣고 느낀 감상을 인터넷 댓글 식으로 표현해보자면 ‘믿고 듣는 도끼, 덜덜덜’이다. 랩 부분이 짧지 않고, 그가 랩 구성에 꽤 신경 썼다는 티도 난다. 도끼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랩 파트를 비워둔 채 작업을 완성해 들려줬는데, 그가 곡을 마음에 들어 했다. 친분은 작업을 같이하면서 좀 생겼다. 도끼는 아티스트 여부를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서도 너무나 멋지다. 내가 노래 가사에서 백만장자가 되겠다는 식의 이야기를 할 때 중요한 전제로 여기는 게 ‘행동으로 보여주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만 하겠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산다. 솔직하고 담백한 성격이기도 하다.

도끼라면 정말 음악이 좋고 당신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피처링으로 참여했을 것 같다. 그가 무슨 말을 해주던가? 거창한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걸 끝까지 하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 있다. 잘하고 있는 멋진 모습, 그리고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모습을 바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처음엔 가사와 멜로디를 정말 내가 직접 썼는지 묻기도 했고, ‘대단하다, 래퍼인 줄 알았다, 너무 멋지다’는 식의 말을 해줘서 고마웠다.

뮤지션이 되기까지 음악적 정체성에 영향을 끼쳤거나 자양분이 된 음악은 뭔가? 듣고 나서 좋아한 장르를 지금 돌이켜보면 다 R&B를 포함한 흑인 음악이다. 어린 시절엔 힙합보다 R&B를 많이 들었다. 오빠가 음악을 다양하게 들어서 오빠의 MP3를 몰래 빼앗아 듣곤 하다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알리샤 키스의 노래를 접하고선 ‘와! 대박! 이런 노래가 있다니’ 싶었다. ‘Million’을 작업할 때는 트랩 음악과 외국 랩을 많이 들었다.

좋아하는 트랩 뮤지션은? 미고스(Migos), 트래비스 스콧, 거너(Gunna), 리츠 더 키드…. 그들이 하는 음악은 아직은 팝이라고 할 수 없는 듯하다. 요즘엔 혼합된 음악이 많기 때문에 장르를 명확히 나누는 건 무의미한데, 트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팝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최고라고 여기는 여성 보컬리스트는 누군가? 리한나. 비욘세가 완벽해 보일 때가 있었고, 나이 들면서 점점 리한나에게 빠졌다. 그녀를 보면 ‘내 마음대로 할 거야’ 식인데 중요한 건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그것마다다 잘한다는 것. 리한나도 처음엔 누가 만들어서 갖다 주는 걸 하는 팝 가수였을 텐데도 뭘 하든 자기 옷처럼 소화해낸다.

데뷔 곡이 탁월하다는 것 외에 당신 개인에 대한 정보를아는 이가 별로 없을 거다. Moon의 성격상 장단점은 뭔가? 장점은 낯을 많이 가리지 않는다는 점. 처음 보는 사람과도 쉽게 이야기 나눌 수 있고, 여러 자리에서 잘 섞이는 편이라 친구들의 성격과 직업이 다양하다. 단점이라면 가끔은 나에게 여운이 없다고 느낀다. 나는 안 좋은 생각도 잘 떨쳐내는 등 모드 전환을 빨리하는 시스템이 저절로 가동되는 사람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1년 전에 뭘 했는지 통 기억이 안 난다(웃음). 인풋을 그때그때 소화하고, 주변 사람도 상황도 자주 바뀌는 터라.

연말 파티에서 틀고 싶은 음악을 하나만 선곡한다면? 타이 달라 사인과 제러마이가 함께 부른 ‘The Light’!

피처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박종원
스타일리스트
박지연, 박상욱
헤어
이현우
메이크업
오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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