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미디어의 시대다. 이미 10대들은 궁금한 게 있으면 네이버보다 유튜브로 검색할 정도로 그 영향력 또한 대단하다. <랜선 라이프> 등 방송을 통해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일상, 수입이 공개되면서 사람들은 쉽게 이야기를 꺼낸다. “나도 유튜브나 해볼까?” 하지만 그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현직 크리에이터들이 들려주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
스칼렛(뷰티 크리에이터)
간단한 소개. 어떤 콘텐츠를 다루고 있나?
뷰티 크리에이터다. 남들이 유튜브로 시작했다면 네이버에서 뷰티 크리에이터를 뽑는 ‘뷰스타리그’로 첫 발을 내디딘 특이한 케이스다. 그동안은 메이크업과 스킨케어 위주의 콘텐츠를 만들었고 지금은 이너뷰티와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관련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의 패션 뷰티 파트, 네이버 TV에서 콘텐츠를 볼 수 있고 유튜브 구독자 수는 9천 명 정도다.
시작하게 된 계기.
원래는 PD 지망생이었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다가 CBS 보도국에서 인턴을 하면서 콘텐츠 기획, 제작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때 막 1인 미디어가 뜨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고 부전공으로 영상을 배웠다. 기획, 촬영, 편집을 할 줄 아니 자연스럽게 콘텐츠를 제작하게 되었다. 뷰티 쪽을 파기로 결정하고 메이크업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열심히 준비했다. 그 결과 네이버의 ‘뷰스타리그’에서 우승하면서 상금도 받고 자신감이 생겨서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었다. 그때가 2016년 4월이었다.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과정, 대략적인 작업시간은 얼마나 걸리는가?
탄력받으면 기획, 촬영, 편집까지 하루 만에 될 때도 있다. 보통은 촬영하는데 3시간 정도. 메이크업을 두 개 시연한다면 5시간 정도 걸린다. 편집은 하루, 길게는 3일도 걸린다. 밤에 집중이 잘 돼서 주로 밤에 작업을 하는 편이다.
실제로 해보니까 어떤가?
‘어디 한 번 해볼까?’ 생각이 든다면 도전하라. 요즘 1인 미디어학과도 생기고 뷰티 크리에이터 전공이 생길 정도로 시장이 커졌다. 게다가 주제에 상관없이 얼마든지 구독자를 모으고 성장할 수 있는 시대다. ‘직장을 그만두고 올인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장비도 가벼워지고 프로그램도 간단해져서 취미 삼아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진입 장벽도 낮아졌다.
가장 어려운 것이 있다면?
수입의 불안정함. 일 자체는 재미있는데 이게 아무래도 수업이 고정적인 게 아니다 보니 불안하다. 이 시장이 언제까지 잘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다음 달이면 수입이 반 토막이 날 수도 있는 게 이쪽 일이다.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정부 지원도 적어 여러모로 아쉬울 때가 많다.
요즘 고민하는 게 있다면?
스스로 콘텐츠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있다. 계속 새로운 걸 만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똑 같은 걸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앉으나 서나 늘 고민한다. ‘다음에 뭐하지?’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하고 싶으면 하라. 단, 잘 될 것 같아서 도전하기보다는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는 타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크리에이터들은 외제차 타고 다닌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쪽으로 기울기 십상이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편하게 앉아서 돈 버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사람’이다.
윤담백(팟캐스트 ‘공동묘지’ 운영)
간단한 소개. 어떤 콘텐츠를 다루고 있나?
스타일링, 패션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고 각종 방송 출연, 그리고 ‘공동묘지’라는 팟캐스트를 방송하고 있다. 시사, 인물, 상식에 관한 내용이다. 매회 죽은 인물, 망자를 한 명 선정해 다시 재평가한다. 예를 들자면 히틀러, 스티븐 호킹, 체 게바라, 투팍, 누자베스, 닐 암스트롱 등이다. 번외로 외계인, 음모론이나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루기도 한다. 많게는 2만 명 정도 듣고, 평균 5천~1만 명 정도 듣는다.
팟캐스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
2018년 1월부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편씩 업로드한다. 솔직히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말은 부담스럽다. 같이 방송하는 ‘영환도사’와 만나면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우리끼리 떠들기엔 아깝고 여러 사람과 같이 소통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과정, 대략적인 작업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처음에는 녹음실에서 작업했다. 지금은 그냥 우리집, 내 방에서 한다. 녹음 장비가 갖춰진 스튜디오에서 하면 좋지만 사실 조용한 데서 이야기하면 그 퀄리티도 나쁘지 않다. 회의는 따로 하지는 않고, 카톡으로 주제를 정한다. 그리고는 각자 자료조사를 한 뒤, 만나서 떠드는 걸 녹음한다. 야사, 비하인드 스토리에 관한 내용이라 책, 인터넷에서 자료를 수집한다. 대신 ‘카더라’ 식으로 출처가 불분명한 건 꼭 언급을 해준다. 이렇게 한 시간 반 정도 떠들고 두 시간 정도 편집해서 업로드한다.
실제로 해보니까 어떤가?
별거 없다.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크게 성취감이나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버는 사람은 잘 버는데 난 못 벌고 있다.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있다면?
팟캐스트 특성상 자극적인 이야기, 정치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수위 조절이 힘들다. 영상이든 녹취든 다 남는 것이니 항상 말이나 행동에 조심하고자 주의한다.
Tagger(스니커 리뷰 유튜버. ‘Tagger’ 채널 운영)
간단한 소개. 어떤 콘텐츠를 다루고 있나?
영상 콘텐츠 크리에이터 Tagger. ‘라벨 붙이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신상품 스니커즈 소개, 제품 언박싱 리뷰, 브랜드 스토리 등을 다루고 있다. 현재는 신발에 국한되어 있지만 채널이 커지면 패션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구독자 수는 1만 2천 명 정도다.
시작하게 된 계기.
애니메이션 회사, 신발회사에서 영업기획, 상품 MD로 10년 정도 근무했다. 4년 전, 유튜브를 알게 되면서 당시 블루오션이었던 키즈 관련 콘텐츠를 시작했고 지금은 원래 하고 싶었던 신발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과정, 대략적인 작업시간은 얼마나 걸리는가?
먼저 발매를 앞두고 있는 스니커즈를 중심으로 주제를 정하고 대본을 쓴다. 난 끼가 없는 편이라 즉흥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구성을 짜놓고 촬영하는 편이다. 그렇게 촬영하고 곳곳에 들어갈 이미지를 검색하고 편집하는데 대략 9시간 정도 걸린다. 처음 시작할 때는 한 편에 3일 정도 걸렸다.
실제로 해보니까 어떤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버티기가 힘들다. 소위 괜찮은 유튜버가 되려면 몇 년은 버텨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주제 선정부터 촬영, 편집까지 혼자 하다 보니 외롭고 비슷한 콘텐츠를 다루는 이들과 비교하면서 살아남을 정신력도 필요하다. 일단 2~3년 동안은 수입이 거의 없다는 걸 각오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가 있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하다면 말리지 않겠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절대로 시작하지 말 것. 지금은 시장도 포화상태고 잘하는 사람도 많아 살아남기가 어렵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해보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
용기, 끈기가 필요하다. 물론 자기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한다면 자연스럽게 그 두 가지가 따라올 거다.
- 컨트리뷰팅 에디터
- 박한빛누리
- 사진
-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