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를 본 적 없다면, 눈과 귀가 번쩍 뜨이고 심장이 벌렁거리는 진귀한 체험 하나를 아직 못 해본 자다. 또 하나의 서커스, <쿠자>가 찾아온다.
2007년 <퀴담>으로 국내 첫 상륙한 태양의 서커스는 문자 그대로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쇼였다. 인간 육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몸의 드라마, 현장에서 라이브로 울려퍼지는 위엄 있는 음악. 갖가지 수식어가 붙은 예술 앞에서 늘 팔짱 끼고 냉담한 자세를 유지하는 직업인도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로, <퀴담>을 보는 건 놀라움과 경외감 등 여러 감정이 북받치는 경험이었다. 서커스라면 동춘 서커스를 이름만 알 뿐이었는데, 사라져가는 단어 모음집에나 있는 줄 알았던 서커스가 그토록 대단한 드라마였던가?
태양의 서커스는 고난도의 곡예와 무대 연출, 스토리텔링으로 서커스라는 이름의 격을 높인 시리즈다. 국내에는 2007년 이후 2008년 <알레그리아>, 2011년 <바레카이>, 2013년 <마이클 잭슨 임모털 월드 투어>, 2015년 다시 <퀴담>을 선보였다. 태양의 서커스라는 브랜드 아래 다른 스토리와 연출의 서커스가 여럿 있는 셈이다. 이제 또 하나의 서커스, <쿠자>가 찾아온다. 울적한 외톨이 캐릭터가 무대에 등장해 장난감 상자의 뚜껑을 열고, 상자에서 등장한 인물이 놀라운 여정으로 안내하면서 서커스가 펼쳐지는 스토리다. <쿠자>에서 아티스트들은 지금까지의 서커스보다도 더 난도 높고 정교함이 필요한 곡예를 펼친다. 무게 730kg의 대바퀴 두 개를 이용한 ‘휠 오브 데스’, 7.6m 상공에서 남성 아티스트 넷이 보여줄 줄타기인 ‘하이 와이어’는 <쿠자>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쿠자> 무대를 위해 175벌이 넘는 의상, 신발과 가발 등 1080개 소품이 대기 중이라고. 트럼펫, 타악기, 색소폰 등이 어우러진 라이브 연주는 팝 음악과 인도 전통 음악을 모티프 삼는다. 11월 3일부터 12월 30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연말 추억을 안길 <쿠자>가 기대된다. ‘종합예술’이라는 말은 아껴 써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놀랍고 기묘한 이 서커스를 위해서.
- 피처 에디터
- 권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