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모두띠가 상하이에서 두 번째 런웨이를 펼쳤다. 어둠 속에서 찰랑이는 물, 둥근 벽에서 새어 나오는 빛, 그 사이를 걸어 나온 모델들은 거대한 도시의 이중성과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있었다.
원형 안에서 만난 건축과 패션
지난 7월 18일, 상하이에서 마시모두띠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패션쇼가 열렸다. 중국 대형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TMall)의 ‘슈퍼 브랜드 데이’를 기념해 협업 론칭한 A/W 18-19 시즌 리미티드 에디션 컬렉션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이로써 이 스페인 브랜드가 상하이에서 얼마나 눈부시게 성장했는지 알게 되었달까? 이번 쇼는 원래 공장 지대였다가 최첨단 예술을 선보이는 허브로 새롭게 탈바꿈한 와이탄 혹은 번드(Bund)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진행되었다. 상하이의 경제특구인 푸동을 굽어볼 수 있는 1,500미터 길이의 보도가 있는 강변에 자리해 상하이의 다른 곳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행사에는 전 세계에서 날아온 패션 매거진 프레스를 비롯해 글로벌 패션 아이콘인 루크 에번스, 다코타 패닝 등의 스타, 엘레오노라 카리시 등의 유명 패션 인플루언서들이 참석했으며, 한국에서는 여성들의 워너비 아이콘으로 떠오른 배우 차정원이 대표로 자리해 이목을 끌었다.
‘The Art of Reflections’이라는 테마에 맞춰 빛과 그림자로 연출한 쇼장은 신비로운 기운이 감돌았다. 특히 높은 천장 아래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놓인 반투명 육면체, 이를 감싼 둥근 런웨이, 그 모습을 아름답게 비추는 물까지 어우러져 마시모두띠가 표현하고자 한 미학, 건축과 패션의 공존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잠시 후, 하얀 벽에 희미한 실루엣이 하나둘 비치며 시작된 쇼는 남성 컬렉션을 입은 모델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든 옷장에서 꺼내 입기 좋은 정교한 테일러링의 아웃도어 룩이 주를 이뤘으며, 클래식과 캐주얼 스타일을 아우르는 균형감도 잃지 않았다. 그레이, 카키, 블랙 등 모노톤 컬러 팔레트에 레드와 블루 컬러, 체크 패턴으로 세련된 포인트를 줬으며, 편안해 보이는 실루엣과 소재로 군더더기 없이 완성한 남성복은 무척 우아했다.
이어서 공개된 여성 컬렉션에는 좀 더 넓은 개념이 녹아 있었다. 패션과 일상에서 예술과 자연, 역사, 건축 요소가 융합될 때 더 조화롭고 미래적인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마시모두띠의 철학을 담아낸 것. 조금은 어렵게 느껴질지 몰라도 직접 입고 보고 난 후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주변에서 만나고 지나가는 많은 것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호흡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낯선 이야기가 결코 아니니까. 쇼장의 공간 연출에도 바로 이런 의미가 숨어 있다. 남성복과 마찬가지로 육면체의 벽에서 걸어 나와 물그림자를 물들이며 인상 깊은 잔상을 남긴 여성복은 블루와 퍼플, 레드, 핑크 등 과감한 색을 활용해 정제된 강렬함이 느껴지는 포멀 정장과 액세서리로 구성되었다. 과도한 장식이나 보디라인을 그대로 드러내는 실루엣 없이도 동시대가 원하는 이미지를 잘 표현한 룩들이었다.
이번 쇼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소셜 미디어와의 발 빠른 소통이었다. 인스타그램 라이브는 물론이고 유튜브로 컬렉션을 생중계했으며, 이를 온라인 스토어에서도 함께 공개했다. 마시모두띠의 팔로어라면 어디서든 그 순간을 함께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더불어 중국 내에서 티몰을 통해 하루 먼저 공개한 일부 리미티드 에디션 상품의 반응 또한 폭발적이었다는 후문. 다음 시즌에 보여줄 마시모두띠의 진화가 벌써 궁금하다.
- 디지털 에디터
- 금다미
- 사진
- Courtesy of massimodut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