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품고 발산하는 마력의 형광 컬러 트렌드에 대하여.
관람석에 앉아 운동 경기를 바라볼 때 먼 거리에서도 자기 팀 선수가 눈에 잘 띌 수 있게 하기 위해 스포츠 브랜드에서는 애시드 컬러를 사용한다. 한편 안전을 위해 눈에 띄는 컬러가 필요한 제품이나, 안전 의류 등에도 애시드 컬러는 자주 활용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안전 조끼의 형광색 라인, 교통경찰관의 복장, 도로 환경미화원의 작업복이나 라이딩용 바람막이 같은 의류에서 쓰이는 색 말이다.
이런 용도로 자주 쓰인 애시드 컬러가 2018 F/W 시즌 그 어느 때보다 런웨이에서 자주 포착되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사용한 애시드 컬러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이번 시즌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형광색을 과거를 떠올리며 활용했는지, 현재의 특정 트렌드에 맞게 적용했는지, 미래적 상상력을 더해 활용했는지 말이다.
애시드 컬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미래적 무드가 떠오르겠지만, 톰 포드는 그런 편견을 뒤엎고 과거에서 영감을 받아 컬러를 활용했다. 그는 이번 시즌 80년대의 화려함에 매료됐는데, 미니 드레스, 레깅스 패션, 애니멀 프린트, 반짝이는 시퀸 드레스 등 80년대를 풍미한 트렌드를 소환해 보여 주었고, 화려함이 절정으로 치달았을 때 애시드 컬러를 지속적으로 등장시켜 인상적인 한 장면을 선사했다. 이처럼 형광 컬러는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색감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건 화려한 퍼포먼스를 내기에 꽤 효과적이다. 특히 운동복이 아닌 기성복에 적용했을 때 그 주목도는 더욱 높아진다.
애시드 컬러를 가장 현대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브랜드는 파리의 발렌시아가와 뉴욕의 헤론 프레스톤이 아닐까. (하이패션과 스트리트의 트렌드 경계는 무너지고 있는 추세다.) 발렌시아가는 지난 몇 시즌째 제작하고 있는 타이츠 슈즈를 애시드 컬러로 만들어 룩에 힘을 실었고, 식량 후원 단체의 약자가 프린트된 WFP 로고 티셔츠의 판매 수익금의 10퍼센트를 기부하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컬러로 애시드 컬러를 선택했다. 한편 워크웨어, 유니폼에 깊은 애착을 가진 뉴욕의 헤론 프레스톤 역시 뉴욕시의 위생부와 협업해 뉴욕 환경 미화원의 복장을 만들었는데, 환경 미화원의 형광 컬러 유니폼은 출시 즉시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이렇듯 워크웨어에 활용되는 스트리트 무드와 네온 컬러의 조합은 아마 지금 가장 뜨거운 키워드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떠올리며 네온 컬러를 활용한 발맹과 프라다는 메탈 패브릭, 나일론 소재, 플라스틱과 시폰 등 대비되는 소재를 활용해 옷에 판타지를 더했다. 이처럼 네온 컬러의 스펙트럼은 2018년 현재,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타고 더 넓고 더 강렬하게 확장해가고 있으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중이다.
- 패션 에디터
- 김신
- 포토그래퍼
- 신선혜
- 모델
- 이혜승
- 헤어
- 김승원
- 메이크업
- 이나겸
- 세트 스타일리스트
- 최서윤 (다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