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실험극의 메카이자 소극장 운동의 중심지였던 명동 삼일로창고극장이 3년 만에 부활했다.
명동 작은 언덕길에는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진 극장이 하나 있다. 1975년 설립되어 소극장 운동의 중심지 역할을 한 삼일로창고극장이 그곳으로 연출가 방태수와 전설적인 실험 극단 에저또의 단원들이 직접 무대를 짓고 건물을 보수해서 만든 극장이다. 40여 년간 무대 위에 오른 작품 수만 279편. 여섯 번의 개관과 폐관을 겪다 지난 2015년 공식적으로 문을 닫았다. 많은 공연예술인이 이곳을 ‘가만히 있어도 영감을 주는 곳’ ‘감싸주는 느낌이 드는 공간’ ‘소유해서 살고 싶은 극장’ 등 좋은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다. 이 작은 극장은 존재 가치가 있는 공간은 사라지지 않음을 증명해 보였다. 서울시가 삼일로창고극장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하고 폐관된 극장을 인수해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6월 22일 그 모습을 드러냈다. 붉고 단단한 벽돌로 쌓아 올린 외관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삼일로창고극장은 연출가, 극작가, 프로듀서 등 공연예술계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여온 전문가로 구성된 운영위원 6명을 통해 앞으로의 방향을 설계했다.
재개관을 기념해 1977년 당시 1인극 열풍을 일으킨 배우이자 배우 추상미의 아버지기도 한 故추송웅의 <빨간 피터의 고백>을 네 명의 후배 연출가와 배우들이 재해석해서 선보인다. 1인극 <추ing_낯선자>가 열린 토요일 낮 3시, 빈틈없이 객석이 채워졌다. 국내 최초의 아레나 무대(여러 방향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무대)였던 과거 모습 그대로였다. 운영위원인 연출가 이경성이 말했다. “추송웅은 ‘무엇을 위해, 왜 연극을 하는가’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 배우였습니다. <추송웅 연구>라는 책을 읽으면서 ‘연극하기’와 ‘극장’에 대한 메타적인 성찰을 전개할 수 있었어요.”
삼일로창고극장은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 활동이 활발했던 과거 소극장으로서의 정체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흥미 로운 기획 중 하나는 8월에 열리는 ‘퍼포논문’. 연극을 이론화한 텍스트가 무대 위에서 다시 연극으로 환원되는 독특한 공연을 선보인다. 공연 일정과 공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남산예술센터 홈페이지(www.nsac.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폐관되기 전 과거 삼일로창고극장 건물에는 이런 간판이 또렷하게 걸려 있었다. ’예술이 가난을 구할 수는 없지만 위로할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 피처 에디터
- 김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