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낙관주의자들이 모인 밴드 마마스 건을 핑크빛 큐브로 초대했다. 이들의 음악과 이야기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자리엔 산뜻한 웃음이 남았다.
엄청나게 신나고 믿을 수 없게 낙천적인 밴드가 있다. 마마스 건은 화끈한 무대 매너와 폭발적인 라이브 실력으로 제대로 놀 줄 아는 코리아 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온 영국 출신의 5인조 밴드다. 2007년 ‘마이 스페이스’를 통해 삼삼오오 모인 다섯 남자는 모던 솔, R&B, 애시드 재즈, 훵크를 기반으로 총 4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혹시 마마스 건의 이름을 모른다고 할지라도 첫 소절만 들었을 때 귀에 착 감기는 이들의 대표곡이 있다. 첫 앨범에 수록된 ‘Pots Of Gold’는 자동차 광고의 BGM으로 사용되며 국내 팬에겐 특히나 친숙한 곡이다. 마마스 건은 서울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밴드다. 2011년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확실한 인장을 남긴 이래 거의 매해 내한 공연을 펼칠 만큼 국내에 충성도 높은 팬층을 두텁게 확보하고 있다. 지난 5월 프로듀서이자 리드 싱어인 엔디(Andy), 키보드 데이브(Dave), 기타 테리(Terry), 베이스 캐머런(Cameron), 드럼 크리스(Chris) 이렇게 총 다섯 멤버가 완전체로 서울재즈페스티벌 공연을 위해 서울을 찾았다. 올해 1월 발매한 앨범 <골든 데이즈(Golden Days)> 가운데 긍정적인 에너지를 듬뿍 담은 ‘You Make My Life A Better Place’를 시작으로 멤버들은 꼬박 80분간의 공연을 쉼 없이 내달렸다. 공연이 끝난 후 출국 하루를 남겨둔 멤버들을 스튜디오로 초대했다.
<W Korea>작년에 이어 올해도 서울재즈페스티벌을 찾았다. 이번 공연에 대해 멤버들 스스로 별점을 준다면 몇 개를 줄 수 있을까?
마마스 건(Mamas Gun) 우리가 얼마나 즐기며 공연했느냐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별 5개도 아깝지 않다. 하지만 연주 측면에서는 별 3개 정도? 솔직히 말해서 페스티벌에서 연주까지 만족스럽게 잘 하기란 쉽지 않다. 뭐랄까, 코드를 꽂자마자 공연이 시작되는 것과도 같으니까. 특히 작년엔 공연 10분 전에 스테이지에 도착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공연장에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신이시여!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러지 않아도 <더블유> 5월호 서재페 기획 기사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 마마스 건을 무사히 서울에 도착시키기 위한 공연 기획사의 007 작전을 소개했다. 작년처럼 긴박한 순간은 올해 없었나?
올 해는 작년보다는 편안하게 무대 위에 올랐다. 서울에서의 공연은 우리 공연 중에서도 늘 손에 꼽을 정도로 좋은 기억을 남겨준다. 팬들의 뜨거운 응원에 보답하고자 올해는 공연 중간에 관객들을 향해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마마스 건의 공연이 시작되면 잔잔하던 객석이 순식간에 뜨거워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Let’s Find a Way’라는 곡을 부를 때 리드 보컬인 앤디가 관객의 ‘떼창’을 지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음절을 가지고 즉흥적으로 노래하는 스캣 창법의 난도가 상당했는데 관객 모두가 흔들림 없이 미션을 완수하더라.
하하하, 공연을 정확하게 캐치했다. 한국 관객은 음악적으로 굉장히 영리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 유도하든 그에 상응하는 호응이 보장되어 있달까. 작년에도 서울에서 2번 공연을 했는데, 각각의 음표마다 그 음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렵든지 간에 한국 관객은 완벽하게 따라 불렀다. 우리는 가끔 공연에서 흥이 오르면 로봇과 제임스 브라운이 합쳐진 것 같은 댄스를 춘다. 1950년대 말에 유행한 아주 쿨한 춤인데, 한국 팬들의 뜨거운 환호에 보답하는 특별한 리액션이라고 보면 된다.
키보드를 치는 데이브는 공연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서 격정적으로 솔로 연주를 펼치던데, 실제로 악기가 부서진 경험은 없나?
다행히 악기를 망가뜨린 적은 없지만 연주하다 피를 흘린 적은 있다. 스위스에서 야외 공연을 하던 어느 날이었는데 느낌이 싸해서 아래를 내려다봤더니 건반이 피로 흥건히 젖어 붉게 변해 있더라. 이런 게 진짜 로큰롤 정신 아니겠나? (웃음)
멤버들이 악기를 내려놓고 아카펠라처럼 오직 목소리로만 잔잔하게 부른 ‘On a String’에서는 뭔가 뭉클한 감동이 전해졌다.
흥미롭게도 멤버들 목소리 톤이 다 다르다. 어떤 멤버는 목소리가 크고 누군가는 높은 음을 잘 내고, 음역대 폭이 넓은 사람도 있다. 각자의 장점이 있달까. 10년 동안 합을 맞춰오면서 우리 모두 이전보다는 훨씬 노래를 잘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서로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각자 음높이를 조절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우리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가사가 조금씩 달라지는 건 비밀이다(웃음).
마마스 건의 음악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엉망진창(Big Mass), 에너지 넘치는(Energetic), 진정성 있는(Heartfelt), 소울풀(Soulful), 따듯한(Warm)! 우리는 늘 음악에 진심과 마음을 담으려고 한다.
멤버들의 음악적 취향이 모두 다를 텐데, 그런데도 공통적으로 좋아하고 동경하는 뮤지션이 있다면 누굴까?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 마빈 게이(Marvin Gaye), 슬라이 앤드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 알 그린(Al Green),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등등 좋아하는 뮤지션은 너무 많다.
올여름 마마스 건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2018년은 우리에게도 특별한 해다. 우리가 처음 발표한 정규 앨범 가 세상에 나온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아직 정확한 시기는 미정이지만 앨범에 공개되지 않은 몇 곡을 발표할 예정이다. 2~3주 내에 새로운 뮤직비디오도 선보일 텐데, 그동안 우리가 해온 작업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을 담았다.
지금까지 선보인 대부분의 뮤직비디오에는 멤버들이 출연해서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곤 했다. ‘London Girls’ 뮤직비디오에서만 유일하게 거리를 질주하는 한 소녀가 주인공이었다.
그 노래는 런던이라는 도시에 발을 디딘 강한 현대 여성을 생각하며 만들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페미니즘을 노래에 담고 싶었다. 뮤직비디오는 리더인 앤디의 아이디어로 연출했는데, 한 소녀가 길거리의 온갖 장애물을 시원하게 뛰어넘으며 앞서 나가고, 마지막엔 멋진 CEO로 성장하는 스토리다. 이번 서울재즈페스티벌 공연에서는 ‘런던 걸즈’라고 외치는 후렴구를 ‘코리안 걸즈’로 바꿔서 관객들과 함께 부르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지만 오는 6월 21일부터 24일까지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에서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역사적인 축제가 열린다. 혹시 내년에 여기서 당신들을 초청한다면 어떤 노래를 부르고 싶은가?
올해 우리가 발표한 4집 앨범 <골든 데이즈> 중에 ‘WE’라는 곡이 있다. 가사의 일부 중 이런 대목이 나온다. ‘We Can Do Together What’s Impossible Alone’. 이 노래를 DMZ 근처에서 부를 수 있다면 영광일 것 같다. 평화를 기원하는 축제가 열린다면 언제든지, 그곳이 어디든지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
- 피처 에디터
- 김아름
- 패션 에디터
- 고선영
- 포토그래퍼
- 박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