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통 말이 안 통하고 자기 할 말만 하는 사람. 대책 없이 꽉 막힌 노년 세대를 ‘꼰대’라고 부르곤 했다. 뒤에서 그렇게 욕하면서도 정작 자신도 그렇게 되어가는지를 모르는 걸까. 꼰대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 요즘 17학번 대학생이 18학번에게 개념이 없다며 소위 말하는 ‘집합’을 시킨단다. 주민등록증의 잉크도 마르기도 전에 분탕질을 하는 격이랄까? 이제는 꼰대에 나이도 성별도 없어졌다. 이기적이고 권위의식에 사로잡힌 이들. 한국에서 꼰대를 만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걸까?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애들은 대체 왜 그런지 모르겠단 말이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지나치게 예의를 중시하는 꼰대
“우리 회사에 정말 위계질서를 중요시 여기는 선배가 있어. 아니, 누가 보면 무슨 청학동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줄 알겠어. 아침에 출근하면 그 사람 자리에 가서 인사를 해야 해. 인사는 예의의 기본이라면서. 하루는 메일 보낼 때 마지막에 ‘OO 드림’ 이거 안 썼다고 끌려가서 혼난 적도 있어. 식사할 때도 마찬가지야. 막내가 앉자마자 숟가락 젓가락을 테이블에 세팅해야 하고 물도 다 따라줘야 해. 아니, 그럴 거면 음식도 먹여달라고 하지 왜. 그리고 회식 자리에 빠지는 걸 정말 싫어해. 요즘 어느 회사가 그렇게 회식을 강압적으로 하냐고. 심지어 술도 엄청 먹여. 그냥 한 대 때리고 이 회사 퇴사할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 김현우(가명, 회사원)
‘답정너’ 꼰대
“이미 답은 정해져 있어. 난 그걸 말하기만 하면 돼. 사실상 내 의견 따위는 필요 없는 거지. 사실상 우리한테 의견을 묻는 것 같지만 자신이 원하는 답을 말할 때까지 계속 물어봐. 일을 할 때도 그래. 분명히 우리한테는 좀 버거운 프로젝트였거든. 근데 할 수 있겠냐고 계속 물어봐. 아니, 물론 할 수야 있지. 일주일 내내 야근하고 밤새우면 말이야. 어려울 것 같다고 하니까 요즘 애들은 열정이랑 끈기가 없데. 아니, 무슨 유승준이야? 무슨 회사 일에서 열정을 찾아.” – 이미주(가명, 회사원)
‘젊은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꼰대의 발견> 저자 아거에게 허심탄회하게 질문을 던졌다.
아거 작가가 생각하는 꼰대란?
(아거 이하 A)자신이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기고,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을 무시하고 멸시하고 모욕하고 충고하고 조언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권위주의는 물론이고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죠.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서열입니다. 꼰대질은 자기보다 서열이 높은 이에게 향하지 않습니다. 그 서열은 나이나 직급, 사회적 지위, 성별 등으로 다양한데요. 어디서든 서열을 확인하고 서열이 확인되는 순간 반말을 하거나 무시하거나 자기가 세상 경험이 많거나 하는 식으로 가르치려 하는 거죠. 또 특정한 조직 내에서의 서열을 다른 곳에서도 확인 받고 싶어 합니다. 이럴 때 나오는 게 ‘내가 누군지 알아?’ ‘어디서 감히’란 말인 거죠.
자신이 꼰대인 것을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면?
A 묻지도 않았는데 ‘요즘은 많이 좋아졌지’, ‘예전에는 말이야’, ‘나 때에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 ‘요즘 애들은’ 이런 말을 하면 꼰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을 만났을 때 어렵지 않게 말을 놓는 것 또한 꼰대일 수 있죠.
꼰대를 만났을 때 대처법이 있을까?
A 상황에 따라 달라서 정답은 없어요. 또 꼰대질은 느닷없이 훅 들어오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곧바로 대처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되도록 그들과 말을 섞지 않아요.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제가 무시당했다고 생각되면 그 자리에서 ‘저에 대해 많이 궁금하신가 봐요’, ‘그건 아니죠’ 등으로 에둘러서 말하는 편입니다.
꼰대는 나쁜 걸까?
A 꼰대라는 말에는 이미 부정적인 함의가 들어있죠. 좋고 나쁘다는 호불호에 대한 것보다는, 꼰대가 개인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넓게 보면 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꼰대는 답정너의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됩니다. 또 남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고도 그에 대한 아무런 문제의식을 못 느끼죠.
좋은 꼰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A 좋은 꼰대란 없습니다. 좋은 어른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보다 나이가 많다고, 서열이 높다고,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시켜 남에게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또 자기가 살면서 경험한 것에서 얻은 기준을 남에게 적용할 수도 없죠. 각자 살아온 공간과 시절, 경험이 다르니까요. 꼰대는 이걸 깡그리 무시합니다. 자기가 살아온 세월만 고생스러웠고, 힘들었으며, 그 시절을 버티고 이렇게까지 서열상 높은 자리를 차지했으니 권력과 권위를 갖는 건 당연하고, 존경까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요청하지도 않은 훈수나 조언, 충고를 해주는 것보다 삶으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좋은 사람이 아닐까요?
젊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A 젊은 꼰대란 말이 유행하고 있긴 하지만, 기성세대에 존재하는 꼰대와 그 모습이 다르지 않습니다. 서열을 정하고, 서열이 낮은 이를 무시하는 행위는, 육체노동과 정신노동,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을 구분해 차별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행위는, 기성 꼰대나 젊은 꼰대나 똑같습니다. 기성세대의 잘못이 더 크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알아야 꼰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사람은 이미 꼰대가 아닙니다. 저는 ‘젊은 꼰대’란 말이 유행하는 게 꼭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꼰대로부터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고, 인간으로서 존중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지요.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나름 잘 살아왔고, 남들에게 좋은 사람이라 인정받고 살아왔다고 여기고 있었죠.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꼰대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탈출하려고 하는 중이죠.
이 세상 꼰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
A 어지간히 좀 합시다.
- 컨트리뷰팅 에디터
- 박한빛누리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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