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갈 때나 들던 비닐 가방이 하이패션에 안착했다.
“지금은 솔드아웃이고요. 이미 웨이팅 리스트도 넘쳐서 더는 대기자 명단에 올려드리기도 힘든 상태예요.” 이번 시즌 나온 셀린 PVC 백을 구입할 수 있냐는 질문에 매장 스태프가 이렇게 말했다. 클러치를 사면 ‘Celine’ 글자가 적힌 PVC 백에 담아주는 이 세트 상품은 매장에 입고되자마자 순식간에 팔려 나갔다. ‘셀린st. 비닐 백’이라는 이름의 카피 제품이 떠돈 지 오래고, 비닐 백을 사기 위한 해외 공구 모집한다는 블로그 기사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장 볼 때 물건을 담아주거나 이벤트에서 덤으로 나눠주던 ‘비니루’ 백이 하이패션 신에서 귀한 몸이 된 것이다.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우리의 가장 일상적인 순간을 가장 주목할 만한 스트리트 스타일로 바꿔놓았다. 그렇게 흔하던 장바구니도 어느 순간 매력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샤넬의 비닐 비치백과 발렌티노의 락스터드 백, 버버리의 비닐 백도 마찬가지. 이 생활 속 아이템은 커피를 사려고 줄을 서거나 비행기에 타기 전 면세 쇼핑을 즐길 때도 사람을 자꾸만 뒤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대놓고 드러내는 비닐 백에는 클러치를 넣을 수도 있지만, 과일, 책, 모자 등 자신만의 취향과 색상 조합을 고려한 아이템으로 색다른 멋을 낼 수 있다. 다만 집에 돌아와서 깜빡하고 재활용 분리수거함에 던져버리지는 말기를.
- 패션 에디터
- 이예진
- 글
- Lauren McCarthy
- 포토그래퍼
- OLIVER HADLEE PEARCH
- 스타일링
- Sara Moonves
- 모델
- Anna Maria Mitoni , Gladys Mathon
- 헤어
- Didier Malige
- 메이크업
- Emi Kneko for Chanel(@Bryant Art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