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C 소재가 내게로 왔다.
PVC는 내겐 너무 먼 소재 혹은 일상복은 아니라는 생각이 일반적일지 모른다. 그런데 이는 2018 S/S 시즌 전까 지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2018 S/S 시즌 우리는 곳곳에서 PVC 소재로 만든 다양한 아이템의 활약을 목도했으니까.
이번 시즌 PVC의 유행을 이끈 선두 브랜드는 단연 그랑팔레 안에 프랑스 남부의 절벽과 폭포를 재현한 샤넬이 아닐까? 실내에 폭포를 만들고, 모델들에게 모두 PVC 소재 모자와 부츠를 신긴 이유는 단 하나. PVC 트렌드를 확실하게 드러내려는 의도였을 것. 그야말로 PVC를 위한 PVC에 의한 쇼를 펼친 샤넬의 2018 S/S 런웨이에서 특히나 시선을 모은 건 투명한 비닐 소재다. 색이 없는 투명한 비닐 안에 입은 옷이나 몸을 고스란히 드러내 소재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하지만 적나라하게 비치는 이 비닐의 투영 효과를 즐기려면 꽤 과감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PVC는 소재의 특성상 시폰, 오간자, 모슬린 등 봄/여름 시즌이면 늘 등장하는 비치는 소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기존의 비치는 소재들이 더없이 여성스럽고 가녀리고 은근한 인상을 준다면, PVC는 에둘러 가지 않고 직설적인 느낌을 준달까?
빳빳한 소재의 특성상 부드럽고 여성스럽다기보다는 남성적이고 파워풀한 느낌이다. 특히 꼼데가르송의 이번 시즌을 보면 강인한 PVC의 느낌이 무엇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PVC의 단단한 면으로 굴곡을 만들어 견고한 조형물 같은 의상을 런웨이에 올렸으니.
한편 PVC의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소재 같은 특성을 교묘하게 비튼 브랜드도 있다.
예를 들어 발렌티노의 연한 핑크색 파스텔 컬러 재킷을 보면 어떤 컬러를 입혔느냐에 따라 충분히 여성스러울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컬러를 입힌 PVC 소재는 투명 비닐 옷처럼 비치는 효과는 없지만 광택이 주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
아크네 스튜디오에서처럼 다양한 컬러를 입힌 PVC 소재 재킷이나 버버리의 PVC 소재 컬러 트렌치코트 같은 제품은 분명 일교차가 큰 간절기나 장마철에 유용해 트렌디한 아이템이 될 것이다.
PVC 특유의 광택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면, 가방 속 소지품이 훤히 비치는 비닐 백이나, 비 오는 날에 실크 소재 신발을 신고 나갈 수 없는 데서 고안한 비닐로 뒤덮인 오프 화이트 X 지미추의 PVC 하이힐 같은 액세서리는 근사한 대안이 되어줄 것이다. 유난히도 비가 많이 왔던 파리 패션위크 기간 거리에서는 투박한 우비를 입는 대신 컬러풀한 PVC 코트를 입거나, 우산 대신 샤넬의 비닐 모자를 쓴 패션 피플들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 이는 PVC 트렌드가 당분간 쉽게 사라질 유행은 아님을 보여준다.
- 패션 에디터
- 김신
- 포토그래퍼
- 김형식
- 모델
- 서지원
- 헤어
- 백흥권
- 메이크업
- 오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