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의 오라를 장착한 ‘전천후’ 트랜스포머 아이템의 시대.
뎀나가 우리에게 설파한 것은 생각보다 쿨하고 사뭇 심오하다. 1990년대에 좀 논다 하는 언니 오빠들은 스웨트셔츠나 카디건을 어깨에 착 감고 다녔다. 그 분위기를 재현하듯 뎀나 바잘리아는 발렌시아가의 S/S 시즌 쇼를 통해 자신의 해체주의적 시선을 제대로 발휘했다.
바로 스웨트셔츠를 겹친 듯 연출한 트위스트 슬리브 셔츠를 통해서 말이다. 줄무늬 셔츠에 붙어 있는 스웨트셔츠는 뒤에서 몸을 껴안듯이 자유롭게 묶어서 연출할 수 있는 반면 그대로 헤쳐 풀어 놓은 채 아방가르드 스트리트 룩으로 연출해도 그만이다. 또 셔츠와 연결된 검정 바이커 재킷 역시 눈여겨볼 아이템. 이 룩 역시 셔츠를 입은 채 가죽 재킷의 소매를 가슴 앞에 그냥 툭 떨어뜨리거나 혹은 가죽 재킷 소매에 손을 넣어 셔츠를 등 뒤에 무심하게 연출해도 된다. 물론 또다른 방식의 스타일링도 상상에 따라 얼마든지 연출이 가능하다. 미완성 혹은 완성 사이, 둘인 듯 보이는 하나의 아이템은 다양한 형태로 스타일링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뎀나가 마르지엘라 하우스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옷은 입는 자가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열린 결말의 스타일링 화법이 궁극적인 메시지인 것이다. 패션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며, 예측 불허의 자의적인 해석이 패션에 더 큰 재미를 안겨준다는 뜻. 그러니 이제 “이 옷은 어떻게 입어요?”라는 구태의연한 질문 따윈 하지 말자. 그저 내키는 대로, 내 멋대로 입기만 하면 그만이니.
- 패션 에디터
- 박연경
- 모델
- 차수민
- 헤어&메이크업
- 장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