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은 병맛이어도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A+일지도
병맛스럽다. 질이 다소 떨어진다는 뜻의 신조어다. 기존의 정형화된 형식에서 벗어난 비주류의 콘텐츠. 때로는 가볍지만 어이없고 얼핏 보면 대충의 느낌이 나는 것. 근데 피식 웃음이 나는 것 등 우리는 이것을 ‘B급 감성’이라고 한다. 최근 미디어뿐만 아니라 유통, 광고업계에도 이 ‘B급 감성’을 활용한 콘텐츠가 급속도로 확단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이 ‘B급 광고들’의 효과는 기존 대비 수익률이 약 266%나 높아졌다고. 그만큼 B급 문화가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유병재가 말했다. “우습다고 후진 것은 아니며 진지한 것만 멋진 것은 아니다.” B급 마니아 에디터가 추천하는 킬링 타임 B급 콘텐츠들.
유병재 농담집 <블랙코미디>
장르 : 에세이
작가 : 유병재
성공한 ‘B급 감성’ 커리어의 끝판왕 유병재. SNL 작가부터 <무한도전> 식스맨 후보까지 거론됐을 정도로 제법 잘 나가는 ‘병맛러’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건 2011년 ‘니 여자친구’ 음반을 냈을 때다. 친구의 여자친구가 너무 못생겨서 그걸 말해주는 내용. 참 유병재답다. 그가 얼마 전 발간한 책 ‘농담집 <블랙코미디>’. 간결한 문체로 독특한 B급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본문에 쌍욕과 비속어가 자주 등장하지만 그 내용은 비루하지 않다. 요즘 똥이 잘 나오지 않아 이제 잘하는 게 하나도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 과소비는 많이 써서가 아니라 적게 벌기 때문이라는 내용 등. 가독성이 좋아 1시간이면 읽을 수 있다.
“우리 아들은 왜 맨날 네이버 메인만 보고 있어?”, “엄마가 노크를 안 하셔서요.”_유병재
B급 며느리
장르 : 다큐멘터리
감독 : 선호빈
출연 : 김진영, 조경숙
“명절 때 시댁에 안 갔어요. 그래서 완벽한 명절을 보냈죠.” 대한민국 며느리들이 쌍수 들고 환영할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솔로몬이 환생해도 해결하지 못할 문제 ‘고부갈등’이 그 주제. 그동안 며느리들이 짊어져 온 억압과 착취에 맞서 싸우겠다는 아내. 불행인지 다행인지 어머니 사이에서 매일 등 터진 새우가 되는 선호빈 다큐멘터리 감독이 그 모습을 유쾌하게 담았다. 아, 다시 말하면 때로는 씁쓸하고 슬프기도 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며느리 김진영의 어록들이 SNS상에서 속 시원하다는 호평과 입소문을 타는 중. 상영관 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의 주목을 받으며 선전 중이다. 대한민국 며느리라면 과감하게 시월드에 도전하는 꿈을 꿨을 것. 여성들이 보기에 A급 며느리의 이야기다.
조한
장르 : 영화
감독 : 데니스 듀간
출연 : 아담 샌들러, 존 터투로
<빅 대디>, <책 앤 래리>의 데니스 듀간 감독 작품.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첩보원 아담 샌들러가 꿈을 찾기 위해 뉴욕에서 헤어 디자이너로 일한다는 내용. 줄거리부터 병맛 냄새가 난다. 수류탄으로 테니스를 친다던가, 수영으로 보트를 따라잡는 등 상식 밖의 장면들이 더러 연출된다. 나 참, 그 모습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난다. 개그 코드는 저렴하다. 여기에 액션과 드라마적 요소까지 닥치는 대로 집어넣은 느낌. 덕분에 영화는 어렸을 적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먹었던 불량식품 같은 맛이 난다. 그래서 더 끌린다. 비밀요원도 헤어 디자이너가 된 마당에 우리도 못 찾은 꿈을 찾아 떠날 수 있기를.
장삐쭈 시리즈
장르 : 병맛 유튜브
출연 : 장삐쭈
구독자 71만명, 등록된 영상 158개. 총 조회 수 1억 8천 뷰를 기록한 요즘 가장 HOT한 병맛 유튜버. 그의 콘텐츠는 기존에 있던 영상에 목소리만 더빙하는 ‘병맛 더빙’이 주요 콘텐츠다. 참으로 품이 안 드는 블루오션을 잘 노렸다. ‘급식체 강의’로 입소문을 탔고 이제는 각종 광고계를 섭렵하는 등 그야말로 세간의 관심을 자루째 쓸어 담고 있는 중이다. 그는 원래 대추고(잼의 일종)를 만들어 팔았었다고 한다. 사업 홍보차 장난 삼아 더빙한 영상이 대박을 치며 유튜버가 되었다는 후문.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본 영상은 열다섯 번째 더빙 ‘성수기 펜션’ 편. 매주 금요일 오후에 영상이 올라오니 참고할 것.
- 컨트리뷰팅 에디터
- 박한빛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