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초. 이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테슬라 P100D는 시속 100km/h를 찍을 수 있다.
테슬라 차량에는 없는 게 많다. 일단 운전석에는 스타트 버튼과 기어가 없다. 시트에 앉아 안전벨트를 메고 브레이크를 밟는 것만으로 차는 달릴 준비를 마친다. 보통 센터페시아 아랫 부분에 묵직하게, 혹은 다이얼 형태로 자리잡은 기어는 핸들 뒷편으로 옮겨 갔다. 앞 유리에 워셔액을 뿌리듯, 레버를 살짝만 당겨주면 드라이브 모드로 전환된다. 또 테슬라에는 차라면 응당 갖고 있어야 할 엔진, 즉 내연기관이 없다. 그래서 소음도 없다. 차의 소음이 적은 게 아니라 아예 없기 때문에 차 안에서는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멜로디를 또렷히 들을 수 있고 간혹 앞서가는 보행자에게 존재를 알리고자 별 수 없이 경적을 울리게 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테슬라는 배터리 충전으로 움직이는 전기차다. 없는 게 많은 대신 가볍다. 26일 테슬라코리아가 선보인 모델 S의 퍼포먼스 모델 P100D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에 도달하는 시간(제로백)은 2.7초. 타사 퍼포먼스 모델의 제로백이 3초대임을 생각하면 호기심이 절로 이는 부분이다. 2초대의 제로백은 (차가 바닥에 붙어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무게 중심이 아주 낮고 투 도어를 지닌 스포츠카나 찍을 법한 숫자. 테슬라 측은 이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4도어 세단인 모델 S P100D는 현재 양산차 중 가장 빠른 차”라고 선전했다. 배터리의 온도가 50도까지 예열되면 제로백은 2.4초까지도 가능하다고.
제로백 시승에 나섰다. “(테스트를 알리는) 경적을 한 번 울린 뒤 주저말고 힘껏 엑셀을 밟으세요. 꽂힌 깃발의 마지막 지점에서부터 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하면 됩니다.” 조수석에 앉은 인스트럭터의 설명을 듣는 동안 스티어링 휠 너머 계기판의 배터리 온도를 체크했다. 50이 조금 넘어 있었다. 제로백 테스트는 눈 깜빡할 사이, 아니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끝났다. 그 찰나에 스포츠카의 짜릿함, 프리미엄 세단의 정숙함을 체감할 수 있었다. 고층 빌딩의 엘레베이터가 수 초안에 우아하게 펜트하우스로 오를 때의 기분과 흡사했다.
오토 파일럿 시승은 왕복 2차선의 공도에서 진행됐다. 고속도로 위 장시간 운행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 오토 파일럿 기능은 타 브랜드에서도 오래 전부터 도입했지만 모델별로 격차가 있는 편. 체험해 본 중 테슬라의 오토 파일럿 기능은 세심하고 정확하며 높은 안전성을 보여줬다. 현행법상 운전 중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뗄 수 없다 해도 다리 근육에 힘들여 엑셀을 밟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운전에 대한 부담감을 현저하게 낮춰준다. 도시에 살다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욕망에 자주 휩싸인다. 그 방법으로 ‘빠르고 편하게’를 원한다면, 모델 S P100D는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 컨트리뷰팅 에디터
- 신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