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곡에서의 요가, 돌고래와 함께 스트레칭, 도심 속에서 마라톤.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라스베이거스에선 말이다.
60분간의 그룹 트레이닝 요가, 또 요가, 그리고 마라톤! 과연 소화할 수 있을까? ‘Wellness’라는 주제의 라스베이거스행을 앞두고 조바심이 났다. 라스베이거스와 운동이라니, 앞뒤가 맞지 않는 조합이라는 생각도 사실 했다. 라스베이거스는 24시간 내내 자욱한 담배 연기와 찰랑이는 칵테일 잔, 슬롯머신이 바로 연상되는 곳이 아닌가!(실제로 두 번의 라스베이거스 여행 이후 머릿속에 각인된 장면이기도 하고) 트레이닝에는 얇은 반소매 티셔츠를, 헬리요가에는 눈부심 방지용 모자를, 야간 마라톤을 위한 바람막이를 챙기며 호기심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비행기를 탔다.
한계치를 끌어 올린 60분
도착 후 첫 프로그램은 그룹 트레이닝.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20~30대 젊은 층에게 인기 있는 코즈모폴리턴 호텔에 도착했다. 15층에 위치한 피트니스센터에 들어서니 힙한 호텔은 피트니스센터도 쿨하구나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러닝 머신, 프리 웨이트, 복싱 스튜디오, 테니스 코트까지 운동 셀카를 찍기에 무척 적합한 인테리어였으니까. 체험할 프로그램은 매일 아침 전문 트레이너에게 집중 관리를 받을 수 있는 그룹 강습 ‘Sweat60’. 버피, 런지, 스쾃, 케틀벨, 줄넘기 복싱 등 1시간 안에 600~800칼로리를 태울 수 있는 고강도 프로그램이다. 운동 시작 10분 후 호텔 시설에 감탄하던 기분은 잠시, 땀은 줄줄, 호흡은 헉헉, 머릿속은 빙글빙글. ‘난 누구, 여긴 어디’란 생각에 사로잡혀 제발 이 시간이 끝나기만을 바랐다. 땀을 쭉 뺐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는 동안, 그리고 다음 날까지 허벅지는 땅기고 후들거렸지만, 모든 운동의 끝 맛이 그렇듯 뿌듯함이 밀려왔다.
대자연 속에서 몸 비틀기
헬리요가(Heliyoga), 이 얼마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단어인가. 헬리콥터 투어 프로그램 중 하나로 전문 요가 인스트럭터가 동행한다. 조카 장난감에서나 볼 법한 매끈한 헬리콥터를 마주하니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파일럿 옆자리에 앉아 이륙 후 25분, 눈앞에 펼쳐진 아찔한 협곡(그 와중에도 핸드폰을 쥐고 동영상을 끊임없이 찍었던)을 지나 ‘불의 계곡(Valley of fire)’에 도착하니 신비한 대자연의 풍경에 감동이 밀려왔다. 네바다주의 가장 오래된 주립공원으로 규모 면에서도 최고를 자랑하는 곳. 울퉁불퉁한 바닥에 요가 매트를 펴고 무선 헤드폰을 통해 음악 을 들으며 75분간 요가를 즐겼다(개인적으로는 음악 없이 자연의 고요 속에서 호흡하며 운동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하이라이트는 땀을 쭉 빼고 난 뒤 마시는 샴페인. 흥이 올라 돌아오는 헬리콥터에서 노래를 부를 뻔했다.
돌고래와 눈 맞추며 스트레칭
돌고래와 함께 요가를? 라스베이거스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미라지 호텔 내 지그프리드&로이 시크릿 가든에서는 돌고래와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액 티비티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그중 돌고래를 보며 즐길 수 있는 요가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파란색 수조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돌고래들은 자유롭게 유영했고, 차차 호흡을 가다듬으며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중간중간 ‘잘하고 있어. 기분 좋지?’라고 말하듯 눈빛을 보내는 돌고래와 눈을 맞추며 마음의 안정을 느꼈다. 마치 동화 속 공간처럼!
록 뮤직이 있는 도심 속 마라톤
이번 일정의 하이라이트, 로큰롤 마라톤! 1998년부터 시작해 북미 대륙 24개 도시에서 진행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마라톤이다. 특히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중심 거리인 라스베이거스 블루바드와 다운타운을 통제하고 이틀간 야간에 진행된다. 참여한 코스는 5km, 가벼운 코스인지라 운동이라기보다는 축제 분위기였다. 출발 대기선에는 네온 컬러 헤어 장식, 깜빡이는 전구를 설치한 튀튀를 맞춰 입은 친구, 가족 등 그룹 참가자들이 넘쳐났다. 코스 중간중간 DJ의 화려한 디제잉까지. 구경하며 놀며 쉬며 뛰었던 탓에 일행 중 꼴찌. 하지만 5km가 찍힌 메달을 받으니 뿌듯했다. 첫 마라톤이기도 했으니 의미는 두 배.
몸과 마음을 채우는 먹거리, 놀거리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에도 지치지 않았던 건 잘 구성된 식단 덕분이다. 첫째 날 도착 후 첫 끼는 ‘고기’였다.
마라톤 마니아의 꿀 팁에 따라 뛰기 이틀 전, 고단백 고기를 먹기 위해 아리아 호텔의 미슐랭 3스타, ‘장 조지 스테이크 하우스(Jean Georges Steakhouse)’를 찾은 것. 살구나무, 배나무, 남미산 나무를 장작에 구워서인지 독특한 향과 맛 을 내는 스테이크는 일품이었다. 벨라지오 호텔 라고(Lago)의 해산물 요리도 근사했다.
스타 셰프 훌리안 세라노의 관자, 문어 요리와 더불어 창밖으로 펼쳐진 분수 쇼. 그 시간 그 장면은 완벽! ‘Farm to Table’을 콘셉트로 직접 재배하는 재료로 요리하는 벨라지오 호텔의 오가닉 푸드 레스토랑 ‘하비스트(Harvest)’, 지중해식 코스 요리를 선보이는 코즈모폴리턴 호텔의 ‘에스티아토리오 밀로스 (Estiatorio Milos)’, 아리아 호텔의 캘리포니아식 위크엔드 브런치 레스토랑 ‘헤링본(Herringbone)’과 라틴 퓨전 음식 레스토랑 ‘치카(Chica)’까지 지루할 틈이 없는 색다른 메뉴들로 라스베이거스를 만끽했다. 이 밖에 로비에 카지노가 없어 산뜻했던 모던한 인테리어의 호텔 브이다라(Vdara), 한국인이 세 명이나 출연해 더욱 반가웠던 만달 레이 베이 리조트 앤 카지노의 마이클 잭슨 쇼 ‘MJ one’, 포브스 여행 가이드에서 5스타를 받은 고급 스파, ‘원 앤 앙코르’까지. 4박 6일간의 일정 내내 카지노 의자에는 단 한 번도 앉지 않았을 정도로 새로움으로 다가온 라스베이거스였다.
누군가 라스베이거스에 대해 정의하라면 카지노 외에 다음 단어를 추가하고 싶다. “Wellness!”
- 디지털 에디터
- 사공효은
- 사진
- 라스베이거스 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