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면 으레 등장하는 ‘홀리데이 에디션’이 상술로 과대 포장된 것이라는 섣부른 오해는 하지 말자. 수십 년간 쌓인 노하우로 제안하는 선물 공략 작전 앞에서 당신은 불가역적으로 지갑을 열고 있을 것이다.
가장 좋은 선물 꾸러미를 들고 등장한 패션계 산타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먼저, 남다른 스케일로 성대하게 포문을 연 이는 돌체&가바나다. 매년 세계 다양한 곳에 설치될 트리를 디자인해온 돌체&가바나는 그것만으로 만족하기 어려웠는지 런던 해러즈 백화점 전체를 이탈리아 전통 축제가 열리는 시칠리풍 마켓으로 바꿔버렸다. 백화점은 금색 리본 장식이 된 트리,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로 분장한 마리오네트가 인형 극장에서 열연을 펼칠 쇼 윈도로 꾸며졌고, 남성 파인 주얼리 컬렉션과 밤하늘을 모티프로 한 여성 액세서리 컬렉션은 물론, 메이크업, 향수 제품까지 풀 컬렉션을 갖춘 한 무더기의 선물로 호사스러운 존재감을 과시했다. 1층은 스페셜 팝업 부티크, 4층은 이번 이벤트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구성된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설 예정으로 시칠리 백을 구입하면 당신만을 위해 즉석에서 고안한 핸드 페인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버버리는 크리스토퍼 베일리의 고별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깜찍하고 어여쁜 성탄 선물을 SNS 피드에 투척했다. 라미네이트 코팅된 트렌치코트, 캐시미어 소재의 머플러, 고유의 빈티치 체크 패턴이 쓰인 반다나, 색색의 니트 장갑 등 감각적인 선물 아이템은 즉각적으로 ‘좋아요’ 호응을 얻었다. 사진가 앨러스데어 맥래런이 촬영하고, 영국 혈통의 두 배우 맷 스미스와 카라 델러빈이 출연해 스터드와 옷핀 장식으로 영국식 펑크를 절묘하게 표현한 캠페인 덕분일지도! 한편 구찌는 아티스틱한 방법으로 기프트 에디션에 접근했다. 디지털 아트 프로젝트 #구찌그램을 통해 검증된 스페인 출신의 젊은 일러스트레이터 이그나시 몬레알의 작품으로 브랜드의 초현실적인 예술적 세계관을 묘사한 것. 태양에 다가가다 추락하고 마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 이카로스가 구찌 허브에 떨어지는 장면을 표지로 한 기프트 카탈로그는 아트북으로도 손색없을 정도다. 이그나시가 ‘구찌 패션 천국’으로 지칭한 기프트 컬렉션은 정말 반짝거리는 예쁨 그 자체인 아이템으로 구성됐다(지금 당장 구찌 웹사이트로 들어가보면 그곳이 천국일 것). 마이클 마이클 코어스의 홀리데이 컬렉션은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아이템으로 구성했다. 금색, 은색, 검은색을 위주로 적당한 화려함을 갖춘 힐과 클러치 등은 미국적 실용주의가 돋보인다. 만약 결정 장애가 있다면 프라다 스토어로 향해라. 이것저것 다양한 걸 제안하기보다는 선물하기 딱 좋은 여성용 빨간 지갑, 로봇 키링, 남성용 체인 지갑과 벨트 등 아주 콤팩트한 구성으로 선물을 사러 간 사람의 고민을 확실하게 덜어주니까. 소중한 사람에게 할 선물로는 주얼리만 한 게 없다. 아직 반지를 주기 부담스러운 사이라면 목걸이가 적당하지 않을까. 티파니앤코와 반클리프&아펠은 브랜드 고유의 아이코닉한 아이템을 살짝 변형한 홀리데이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인다. 이 정도의 쟁쟁한 선물 리스트라면 모두 1년 동안 크리스마스만 준비했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칭찬받아 마땅할 패션 디자이너들의 감을 믿고 당신은 이제 산타가 될 준비만 하면 된다.
- 에디터
- 이예지
- 아트웍
- 주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