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너선 앤더슨이 노랗고, 붉게 물든 서울을 찾았다. 그는 11월 14일 아시아 최초로 로에베의 2017 S/S 컬렉션 프리뷰와 파티를 치른 날을 제외하곤 줄곧 서울을 탐험했다. 무엇보다 그가 컬처 스폿을 ‘방문’하는 것이 아닌, 서울을 ‘탐험’한다고 정의한 지점이 흥미롭다. 행사 하루 전 그를 만났고, 느지막이 저녁 인사동 탐험을 마친 그는 달항아리가 전시된 갤러리로 들어왔다.
<W Korea> 서울은 처음인가? 서울의 사계절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에 온 것을 환영한다.
조너선 앤더슨 처음이다. 조금 쌀쌀하긴 하지만, 단풍의 빛깔이 정말 아름답다. 환상적인 색이다.
오늘 아침 8시에 인스타그램에 올린 서울에 대한 영상을 보았다. 음악도 정말 좋았다. 그걸 보니 아침부터 힘이 나더라.
그렇다. 오늘 아침 시차 때문에 일찍, 아주 일찍 일어났고, 창밖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서울 풍경을 올렸다.
사람들은 서울에서 당신이 무엇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지 궁금해한다.
나는 다른 도시를 여행할 때 낯선 장소가 내게 전하는 기운, 내가 모르는 그곳만의 무엇을 찾아다닌다. 익숙지 않은 곳에서 보고 겪은 것은 나에게 신선한 영감을 준다. 나는 한 도시의 영혼, 음성을 이해하기 위해 현지인들 사이에 섞여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오늘 만나기로 한 장소는 LVS 갤러리다. 지난 2017 S/S 로에베 컬렉션 때 한국 문평 작가의 달항아리를 아트피 스로 선택했고, 오늘 만나기로 한 장소도 제니퍼 리의 도자기가 전시된 갤러리다. 한국의 아트 중에서도 도자기의 어떤 점에 매료되었는지?
달항아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영국에 있을 때 양구 선생님의 달항아리 만드는 방법이 담긴 다큐멘터리를 하면서부터다. 달항아리에는 한 시대의 역사와 혼이 담겨 있다. 시대를 초월하는 예술적 요소는 매우 중요하다.
이번 한국 방문 중에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오늘 인터뷰 장소이기도 한, 스코틀랜드 아티스트 ‘제니퍼 리’의 도자기 전시를 하는 LVS 갤러리에 와 보고 싶었다. 나는 이 갤러리 전시가 아주 훌륭하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다. 이곳은 새로운 정신이 흐른다.
어제 오늘 둘러본 서울은 어땠나? 서울에만 있는 특별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서울은 오래된 문화와 새로운 문화가 공존한다. 좋은 의미로 아주 유용하기도 하며, 아주 역사적인 도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좋은 에너지가 있다.
요즘 새롭게 관심이 가는 한국의 아티스트가 있는지 궁금하다.
소반을 만드는 양병용 작가와 이우환 작가에게 관심이 간다. 양병용 작가의 소반은 어제 구입하기도 했다.
당신의 인생에서 아트는 어떤 의미인가?
아트는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사운딩보드 같은 존재다. 나는 항상 내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작업과 다른 미디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탐구하는 과정을 좋아한다.
당신이 세상을 보는 독특한 눈과 예상치 못한 관심사는 늘 옷으로 투영된다. 여행을 통해 어떤 것을 발견하려고 하나? 그리고 그것이 일에서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지도 궁금하다.
나는 항상 여행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고 애쓴다. 음식과 사람이야 당연하고, 문제의 조각을 품고 떠난 여행 자체가 아이디어 창고가 되어준다. 여행을 떠나고 여행이 마무리될 때면 나는 또 다른 무언가가 되어 있다. 그것은 쉽게 말해 이런 거다. 서울에서 본 도자기가 내가 만드는 힐에 영감을 줄 수도 있고, 여행하면서 본 테이블이 창문에 영감을 줄 수 있다. 그 과정은 대단히 즉각적이다.
당신은 유서 깊은 로에베 하우스를 단숨에 ‘아티스틱, 클래식, 컨템퍼러리’한 하우스로 변모시켰다. 모더니티에 대한 헌신이 로에베를 정의한다는 말에 놀랐다. 당신이 새롭게 정의하는 로에베에 대해 듣고 싶다.
나는 궁극적으로 로에베를 문화적인 브랜드로 만들고 싶 다. 럭셔리는 그저 좋은 옷을 파는 것이 아니다. 당대의 문화 예술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그 옷을 누가 만 들었는지, 그것을 만들기 위해 어디서 영감을 받았는지,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만드는지 보여줘야 한다.
11월 14일 아시아 최초로 준비한 로에베의 성대한 프리뷰와 파티에는 다양한 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 것이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어떤 것을 보고 느끼고 가길 원하나?
한국은 처음 방문이지만, 나는 이곳에 있다는 게 즐겁다. 사람들이 나와 내 팀이 흥미롭게 작업하는 것처럼 흥미로워했으면 좋겠다. 이번 행사를 위해 아주 오래 여러 팀이 공을 들였다. 우리가 성취하려고 하는 바를 지켜보고 공감하길 바란다. 한국은 우리에게 매우 영감을 주는 패션 마켓이고, 패션에 선구적이며, 아주 멋진 취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질문인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궁금하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크리에이터인 당신의 시그너처 룩에 대한 질문이다. 사람들은 당신을 두고 패션계의 스티브 잡스라고도 부른다. 언제 어디서든 입는 청바지와 니트, 그 모습을 고수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매일 나를 치장하는 데 마음과 시간을 쓴다면 패션을 크리에이팅하는 건 매우 어렵지 않을까. 나는 그래야 한다고 느낀다.
조너선 앤더슨의 서울 다이어리
아트에서 시작해 아트로 끝난 조너선 앤더슨의 서울, 아트 여행
도널드 주드, 리움 삼성 미술관
“한국에 오자마자 가장 처음으로 간 곳이에요. 리움은 한국을 대표하는 컨템퍼러리 아트 갤러리이기 때문에 꼭 와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갔을 때는 특별한 전시를 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소장 작품을 보는 즐거움도 크더군요.”
달항아리, 국립현대미술관
“인터뷰에서도 언급했듯이 영국에서 양구 작가의 달항아리 제작 다큐멘터리를 보고 한국의 달항아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서울에 연락해 달항아리를 구입했고, 2017 S/S 컬렉션 런웨이의 아트 피스로 쓰게 됐죠. 그때 구입한 항아리는 세계 곳곳의 로에베 플래그십 스토어에 전시해두었답니다.”
한지와 백자 용무늬 항아리,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역시 서울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곳으로 정해놓은 곳이에요! 이곳 역시 한국의 전통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많더군요. 색이 고운 한지와 동양적인 용무늬 도자기는 저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어요.”
오리 나뭇조각, 인사동 골동품 상점
“민속박물관을 다녀온 뒤 다시 골동품 상점이 있는 인사동을 찾았어요. 그곳에서 발견한 건 오리 나뭇조각. 원앙이라고 부르는 이 조각은 결혼할 때 하나씩 가져야 한다는데, 무척 흥미로웠어요. 한 쌍의 원앙처럼 늘 행복하라는 의미도 담겼다고 해서 친구에게 줄 선물로 구입했답니다.”
황학동 도깨비시장
“이튿날에는 한국의 앤티크 마켓 황학동 도깨비시장을 방문했어요. 하나같이 아름답고 신기한 물건이 가득했지만, 저는 용도를 알 수 없어 조금 답답하더군요. 그런 저를 위해 한국 로에베 팀이 한국민속박물관으로 데려가주었어요. 그곳에서 본 것을 토대로 다시 앤티크 마켓에 갈 생각이에요.”
양병용, 조은숙 갤러리
“조은숙 갤러리는 6개월 전 나보다 먼저 서울을 방문한 로에베 팀원이 추천해준 곳이에요. 나무 테이블을 만드는 양병용 작가의 작품을 보러 갔죠. 한국에서는 소반이라고 부르던데, 혼자 밥을 먹는 독상 문화와 좌식 생활을 한 한국인의 전통이 담긴 것이라 들었어요. 이 아름다운 소반을 저도 하나 구입했답니다.”
서울 탐험가의 뒷모습
“인터뷰에서도 언급했듯 나는 어떤 도시에 여행을 가서 그곳 사람들과 섞여 그곳과 동화되는 것을 좋아해요. 이곳은 황학동 도깨비시장이고, 나는 발 빠르게 걸으며 그곳을 샅샅이 탐험했죠. 오늘은 양초를 걸 수 있는 캔들 스틱을 꼭 찾고 싶어요. 만약 발견하지 못하면 남은 일정 중에 다시 한번 들르려고 해요. 찾을 수 있겠죠?”
- 에디터
- 김신
- 포토그래퍼
- 김지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