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낭만, 예능, 드라마로 가득했던 파리 패션위크.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파리의 아침을 연 라코스테 쇼는 밴드의 경쾌한 음악과 함께 시작됐다. 라코스테 운동장 중앙에선 밴드가 연주를 했고, 올드스쿨 느낌 물씬 나는 트레이닝 룩이나 변형된 피케셔츠 등을 입은 모델들이 코트 사이사이를 누볐다. 특히 남자 모델들의 콧수염이 인상적이었다. 눈과 귀가 즐거웠던 사랑스러운 쇼.
역시는 역시
이번 파리 패션위크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피비 파일로의 셀린이었다. 코트 끝을 안으로, 밖으로 말아서 고정시키거나, 재킷을 스커트에 넣은 스타일링은 더없이 쿨했고, 브라운, 네이비 등이 주를 이룬 컬러 팔레트는 무척 따듯했다. 쇼가 끝난 후 인스타그램은 한동안 셀린의 쇼로 도배됐다.
압구정? 파리 오렌지족!
지암바티스타 발리 쇼가 끝난 후 다음 쇼를 위해 황급히 이동 중 우연히 만난 반가운 얼굴 정호연. 마주치자마자 서로가 입고 있는 눈이 시릴 정도의 오렌지색 상의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먼 이국 땅에서 완성한 ‘커플 룩’을 기념해 사진 한 방!
물벼락 맞은 날
릭 오웬스 쇼장의 모든 의자에는 우비가 있었다. 어리둥절한 관객에게 스태프들은 우비를 입도록 요청했다. 쇼 중반쯤이었을까? 안개가 퍼지더니 분수가 치솟고, 강풍기가 물을 사방팔방으로 날려댔다. 우연인지 의도한 것인지 때마침 들려오는 음악 속 웃음소리. 많은 사람들은 비 피하랴 사진 찍으랴 정신없었고, 웃음소리는 쇼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자연’스러워
쇼장을 이동하던 길에 목도한 범상치 않은 사내. 화려한 패턴의 옷을 입은 할아버지가 잔디 모자와 목도리를 하고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특이한데 묘하게 자연스러운 엄청난 포스의 할아버지. 역시 패션의 도시 파리! 한 수 배우고 갑니다.
막이 오를 때
쇼 시작 전, 로에베의 백스테이지는 분주함과 긴장감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디자이너 조너선 앤더슨은 그의 취향이 잘 드러나는 공간 구성뿐 아니라 의상에도 과감하게 자신의 색을 입히고 있다. 굳은 표정으로 백스테이지를 오가던 그는 쇼가 끝나자 활짝 웃으며 사람들의 축하에 화답했다.
걸스 온 탑
30분 정도 늦게 시작하는 게 관례가 되어버린 패션위크 쇼. 하지만 생로랑은 8시 정각에 시작하겠다고 초대장에 명시했다. 쇼가 시작할 때야 비로소 이유를 알 수 있었다. 8시 정각, 파리의 상징 에펠탑은 세상에서 가장 반짝거리니까. 휘황찬란한 에펠탑을 배경으로 모델들이 걸어 나오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피날레 때 에펠탑은 다시 한번 화려하게 반짝였다. 생로랑은 에펠탑도 춤추게 한다.
한 편의 영화
니나리치의 쇼장은 조금 특이했다. 야외에서 한 바퀴 원을 돌도록 구성되었는데, 바닥이 자갈밭이라 모델들이 넘어지진 않을지 걱정이 앞섰다. 건물 쪽에서 모델들이 걸어 나오자 걱정은 사라지고 감탄이 터져 나왔다. 기욤 앙리가 선보인 드레스와 퍼, 깃털 장식, 스커트가 드라마틱하게 바람에 휘날렸다. 피날레를 마치고 모든 모델이 계단에 서 있는 모습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파리 위드 러브
컬렉션 기간 수주와 함께 화보 촬영을 했다. 포토그래퍼는 바로 그녀의 남자친구 잭 워터롯. 파리 교외에서 진행된 촬영에서 둘은 환상의 호흡을 선보였다. 센 여자라고만 생각했던 수주가 남자친구 앞에서는 천생 소녀였고, 잭은 그런 그녀를 자상하게 이끌어 주었다. 알콩달콩 둘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찍은 파파라치 컷!
원 러브 슈프림
외길 15년, 세 시즌 전 슈프림 파리 오픈 하루 전날 눈물을 삼키며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던 슬픈 기억을 되살리며 매장에 도착했다. 발매일인 목요일을 피해 토요일에 갔건만, 나를 맞이한 건 길게 늘어선 수십 명의 사람들. 하지만 당연히 줄을 섰고, 40분을 기다려 매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물론, 쇼핑은 대성공이었다.
- 에디터
- 정환욱
- 사진
- COURTESY OF INDIGI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