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저와 실제 컬렉션의 상관관계를 파헤친다.
가끔 실제 드라마보다 예고편이 더 재밌을 때가 있다. 이제 막 막을 내린 4대 컬렉션. 쇼 전 SNS를 통해 공개된 티저가 대중의 구미를 끌었다. 과연, 쇼를 다 보고 난 지금 에피타이저 보다 멋진 메인 요리가 나왔을까? 마치 수수께끼를 풀 듯, 티저와 실제 컬렉션의 상관관계를 파헤쳐 봤다. 지극히 사적이고, 다분히 본능적인 해석.
1 소니아 리키엘
https://instagram.com/p/BZq-NcTDFiF/
소니아 리키엘의 첫 룩은 검은색 깅엄 체크 재킷이었다. 큼지막한 조개껍질 모양의 금장 버튼이 달려있었고 중간중간 조개 참 장식이 드리워진 니트 시리즈나, 실제 진주를 박은 룩들이 등장했다. 대망의 피날레에는 (첫 룩과 상반되게) 마치 진주를 연상시키는 광택의 화이트 재킷에 진주 목걸이를 한 모델이 등장했다. 쇼 며칠 전 굴 사진과 함께 묘한 한마디를 남긴 소니아 리키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줄리 드 리브랑. 그녀의 말처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굴에서 진주를 탄생시킨 걸까?
2 델포조
https://instagram.com/p/BYlNN9Yn-dg/
델포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셉 폰트는 쇼가 끝난 후, 이번 컬렉션은 라틴 음악의 대가인 하비에르 쿠가와 슬로바키아 출신 사진작가인 마리아 슈바르보바의 ‘스위밍 풀‘ 시리즈와의 만남이었다고 밝혔다. 이미 10일 전 공개된 티저에서부터 그 둘의 흔적이 느껴진다. 라틴 댄스를 추고 있는 것 같은 수영복 입은 여자 일러스트. 룩 역시 라틴의 컬러를 입은 휴양지 룩이었다. 참, 어려운 수수께끼.
3 버버리
버버리 쇼 시작 전 공식 인스타그램에 공개된 한 컷. 사진가 로지 마크가 찍은 이 컷은 벽에 걸어두고 싶을 정도의 특별함과, 어디서나 봤을 법한 평범함을 모두 가지고 있다. 저 거대한 귀고리는 쇼에서 남녀 불문하고 모든 모델이 하고 나온다. 투박한 볼 캡에도, 클래식한 버버리 트렌치에도 어울리지 않는 듯, 퍽 어울렸다. 지금 이 심플한 커피 잔과 심하게 화려한 귀고리 사이의 간극이 룩에서도 느껴졌다. 그 사이에 뚝뚝 떨어지는 ‘슈퍼 그레잇’한 쿨내!
4 지방시
클레어 웨이트 켈러의 첫 지방시 데뷔 쇼. 사실, 밝고 여성스러운 클로에 걸을 만들어 온 그녀가 뭔가 음침한 지방시를 어떻게 소화할까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하지만 직전에 공개된 고양이 포스터 티저를 보는 순간, ‘아! 클레어 웨이트 켈러의 지방시는 고양이구나(즉, 여전히 요염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모범생인 줄 알았던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지방시의 섹시함을 소화했다. 단, 포스터의 고양이처럼 사람 손을 탄 듯 말쑥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또 다른 섹시함.
- 컨트리뷰팅 에디터
- 김민정
- 사진
- Courtesy of Burberry/Alasdair McLellan, Indigi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