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가 부쩍 예민해지는 계절이다. 피부의 변덕과 까칠함을 다독이기에 오일만 한 것이 없다지만 이젠 많아도 너무 많아졌다. 오일, 어떻게 써야 할까?
식물의 에너지와 영양이 순도 높게 농축된 오일의 효과를 너도나도 경험해서일까? 확실히 예전보다 오일에 대한 공포감은 찾아보기 어렵다. 모공을 막아서 뾰루지가 더 생길 것만 같다는 불안감과 오일은 번들거린다는 선입견이 편견임을 체험한 덕이다. 그리고 이제 페이스 오일을 넘어 보디와 헤어 오일까지, 그 어느 때보다 오일 제품이 풍성해졌다. 그런데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남 얘기가 아니게 되었다. 넘쳐나는 제품 중에 정말 내 상태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찾기가 난망한 상황. 좋다는 소문에 가볍게 제품을 집어 들고 그저 듬뿍 바르고만 있지 않은지 점검하자. 오일은 그렇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세럼과 크림을 넘어, 하다못해 토너와 클렌저마저 성분을 깐깐하게 따져보는 당신이라면! 그 태도는 고농축된 식물의 에센스가 담긴 오일을 고를 때 더 필요하다. 어떤 에센셜 오일이 담겼는가에 따라 피부와 내 몸에 주는 효과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For Body
For Face
For Hair
선택의 기준
흔히 오일 베이스의 화장품을 얘기할 때 붙는 ‘에센셜’이라는 단어는 그야말로 제대로 농축해 추출해낸 오일을 일컫는다. 400개의 분자 구조로 이루어진 순도 높은 오일은 피부 지질과 친화성이 높고 침투력마저 탁월해 기분까지 다스리는 효과를 갖는다. 로즈메리나 캐머마일, 오렌지 블로섬, 라벤더, 니아울리 등은 진정 효과가 뛰어나 피부가 물리적인 자극이나 열 자극을 받아 발진이 올라오려 할 때 좋다. 피곤에 지쳐 기운을 끌어올려야 한다면 탄제린이나 재스민, 네롤리, 파촐리 등이 유용하다. 스트레스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제라늄, 클라리세이지가 제격이다.
이런 내용을 교본 외우듯 외울 필요는 없다. 에센셜 오일은 식물이나 열매에서 추출한 덕분에 향기가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하는데, 신기하게도 우리 몸은 신체 상태에 따라 내 몸에 도움이 되는 향을 기가 막히게 선별해내는 힘이 있다. 원래 즐겨 쓰던 오일이나 향수가 어느 날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듯 거북하거나 평소에 선호하지 않던 향이 갑자기 좋아지는 것이 바로 이런 성질 때문이다. 그래서 에센셜 오일 서너 가지를 구비해두고 그때그때의 느낌에 따라 골라 쓰는 것이 좋은데, 맡았을 때 순간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향을 계속 맡게 되면 후각 신경의 피로도가 높아져 몸의 컨디션까지 ‘다운’되면서 만사가 귀찮아질 수도 있다. 천연 에센셜 오일은 입자가 매우 작아 바르는 즉시 피부 깊숙이 스며들고 림프를 통해 전신 지 금세 퍼지기 때문에 잘 정제된 에센셜 오일인지를 확인하는 것 역시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그렇다면 무얼 보고 골라야 할까? 라벨부터 확인하자. 순도가 100% 혹은 99%여야 천연 오일이라 부르며, 정확 한 식물의 이름(예를 들어 ‘로즈’가 아닌 ‘Rosa Damascene’, ‘Rosa Centifolia’ 혹은 다마스크 로즈, 센티폴리아 로즈 등 학명에 가깝게), 원산지, 추출 부위(꽃잎, 열매, 씨앗) 등이 쓰여 있는지 확인하자. 인증 기관에서 인증받았는지도 체크하자. 에코서트, 코즈메바이오 등이 대표적. 오일을 선택하는 또 하나의 기준은 베이스 오일이다. 고농축 에센셜 오일은 원액 상태 그대로 사용하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휘발성이 강하다. 그래서 에센셜 오일을 희석해서 쓸 수 있는 베이스 오일도 살필 필요가 있다. 베이스 오일은 분자가 커서 혈액을 통해 흡수되지 못하고 피부 바깥층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베이스 오일 역시 식물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식물이 가진 기본적인 미네랄과 비타민은 오롯이 담고 있다. 그러니 베이스 오일로 어떤 것이 사용되었는지, 그것이 내 피부에 맞는지도 체크하자. 그렇다면 대표적인 베이스 오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이 호호바와 스위트 아몬드 오일인데, 호호바 오일은 피지와 지방산의 구조가 유사해 거의 모든 피부 타입과 잘 맞으며 피부 친화성이 좋고, 스위트 아몬드 오일은 단백질과 비타민 A, B2, E가 함유되어 건조한 피부와 모발을 치유하는 데 효과적이다. 지성 피부라면 유분이 적고 피부에 잘 흡수되는 포도씨 오일을, 아토피나 가려움증을 겪고 있다면 감마리놀렌산이 풍부한 달맞이꽃 종자 오일과 보리지 오일이 좋다.
이렇게 쓰세요
에센셜 오일의 효능을 가장 쉽고 효과적으로 누릴 수 있는 방법은 목욕물에 서너 방울 떨어뜨리거나 오일 버너를 이용해 대기 중에 확산시키는 거다. 스킨케어로 활용하고 싶다면 귀 뒤부터 목선, 쇄골로 이어지는 림프선을 마사지하면 얼굴의 부기와 칙칙함이 가신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다크서클이나 아이백이 심해질 기미가 보인다면 관자놀이와 안구를 감싸고 있는 뼈 주변을 혈을 풀어주는 느낌으로 지그시 누르듯 마사지할 것.
환절기로 인한 건조함이 심하다면 부스터처럼 사용하자. 세안을 끝내고 물기를 막 닦아내 촉촉함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오일을 소량 바른다. 금세 쏙 스며드는데 그런 뒤 토너부터, 본래의 스킨케어 단계 그대로 제품을 사용하면 된다. 혹은 에센스와 크림 사이에 발라도 좋다. 세럼은 각질층을 유연하게 만들어 제품의 흡수를 극대화하는데, 이때 오일을 사용하면 효과가 커진다. 그런 뒤 유분이 담긴 크림을 바르면 제품이 서로 겉도는 불화 없이 잘 섞인다. 얼굴도 모자라 몸과 모발마저 건조함에 시달리고 있다면 물기가 가볍게 남아 있는 상태에서 오일을 바르자. 환절기 메이크업이 얼굴에 착 달라붙게 하는 데도 오일은 훌륭한 조력자다. 베이스 메이크업 전 손바닥에 두세 방울 덜어내어 손바닥에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도록 비빈 다음 얼굴을 감싸듯이 지그시 눌러주면서 흡수시키면 베이스 제품의 밀착력을 배가한다.
- 에디터
- 송시은
- 포토그래퍼
- 이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