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주얼리에서 조우하는, 매혹적인 동화보다 더 끌리는 영감의 단서들.
빛나는 주얼리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품은 게 또 있을까 싶다. 그 영감의 원천과 장인의 손길이 닿은 과정을 살피다 보면 흥미진진한 모험의 세계로 떠나는 동화를 읽는 듯한 판타지가 느껴지니까. 지난 7월, 파리 오트 쿠튀르 기간에 선보인 부쉐론의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역시 수많은 이야기를 품은 매혹적인 겨울 나라를 그려냈다. 눈부신 설원과 광대한 대지의 독특한 분위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이베르 임페리얼(Hiver Impérial)’ 컬렉션은 눈부시게 반짝이는 설원과 거대한 눈송이, 떨어지는 폭포와 휘날리는 눈 속에 사는 신비한 동물, 진주와 다이아몬드 등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눈의 여왕, 그리고 러시아 고대 도시의 장엄한 건축 양식과 전통 머리 장식인 코코닉 모양의 지붕 등을 창의적이고도 대담한 주얼리로 표현해냈다. 파리 프레젠테이션 기간, 부쉐론 메종의 헤리티지 디렉터와 만나 나눈 천일야화와 같은 이야기에도 이 북쪽 나라에서 영감을 받은 하우스의 흥미진진한 영감의 모험담이 담겨 있었다. 북쪽 나라 중에서도 러시아와 깊은 인연을 맺은 메종의 초창기에 대한 이야기 역시 흥미롭다. 파리 팔레 루아얄 부티크에서 시작한 부쉐론은 그 당시 파리를 자주 방문하던 러시아의 왕족과 귀족, 부호들에게 큰 관심을 샀다고 한다. 그에 부응해 부쉐론은 1897년 프랑스 주얼러 중에서는 최초로 모스크바에 매장을 오픈했다. 러시아 부호들은 다른 주얼리들과는 차별화된 부쉐론의 장인 정신을 높이 샀으며, 특히 로마노프 왕조는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부쉐론의 중요한 고객이 되었다. 작가 조지 니벳에 의하면 러시아는 겉으로 서유럽 게르만-라틴계와 가깝지만 영혼은 동유럽 비잔틴풍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부쉐론은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겨울 왕국’이라는 주제의 주얼리를 탄생시킨 것. 눈꽃을 비롯한 밤의 빛을, 장엄한 바이칼 호수를, 그리고 크렘린 궁전의 지붕을 비롯해 러시아 전통 건축 양식에서 영향을 받은 주얼리들은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지녔다. 그러니 그 영감의 연결 고리를 떠올리며 주얼리를 감상하는 특별한 즐거움을 만끽해보길.
- 에디터
- 박연경
- 파리 통신원
- 이길배